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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총리 참모 “나라소멸 말로만 걱정하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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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총리 참모 “나라소멸 말로만 걱정하면 안돼"

"여성 권익 신장이 저출산 위기 극복 방안" 새로운 접근 필요

모리 마사코 일본 총리 보좌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모리 마사코 일본 총리 보좌관. 사진=로이터
“이대로 아무런 대책 없이 가면 나라 자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5일(이하 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핵심 참모인 모리 마사코 보좌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에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가 관련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지난 1899년 이후 처음으로 80만명을 밑돈 것으로 집계됐다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1일 발표한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내놓은 암울한 전망이었다.

민주주의 체제임에도 이례적으로 무려 60년 이상 장기집권하고 있는 자민당 정부가 진작부터 고조돼온 저출산 위기와 관련해 곤혹스러워 하는 이유는 반전을 꾀할만한 대책이 딱히 없다는 것.

일본 정부와 사실상 등식화된 자민당 정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나름의 정책 지원에 재정을 집중 투입했으나 아무런 소득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모리 보좌관의 발언은 단순히 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강조한 사실보다 자민당 정부의 대응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한국에도 정책적으로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준다는 지적이다.

◇모리 보좌관은 누구


모리 보좌관의 발언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자신이 여성인데다 자민당 정부 내에서 저출산 대책이 마련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의 3선 참의원(상원) 의원인 그는 자민당 내각에서 법무상과 저출산 담당상을 역임한 바 있고 지금은 기시다 총리의 여성 정책 담당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저출산 대책을 성안하는 과정에도 당연히 참여했다.

구체적인 대책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모리 보좌관은 최근 블루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가 발표할 계획인 공식 대책과는 별개로 일본이 직면한 저출산 위기와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모리 보좌관 “인구 절벽, 미래 사회 붕괴로 이어져”

모리 보좌관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신생아 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이 이대로 가면 나라 자체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자민당 정부가 느끼는 위기감을 표현했다.

그는 특히 “저출산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은 그 시대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라나는 세대”라면서 “꿈나무들에게는 저출산 위기 자체가 무서운 질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리 보좌관은 “일본이 직면한 저출산 위기는 신생아 수가 서서히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미래 사회가 제대로 존재할 수도, 제대로 작동할 수도 없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금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향후 사회보장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산업 및 경제 발전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몰릴 것”이라면서 “심지어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자위대마저 유지하는게 불가능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모리 보좌관은 자민당 정부의 향후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서도 여성의 권익을 근원적으로 신장시키는 방안을 아울러 고려하지 않는 정책 지원은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추진돼왔던 정부의 저출산 극복 정책을 보면 저출산 문제를 재정의 문제, 특히 여성권익의 문제와 무관한 별개의 사안으로 바라보는 문제를 노정했다”면서 “여성의 권익을 신장하는 것이 바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하지 못하고 기존 정책을 답습한다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