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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OCI홀딩스,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 전 한미약품그룹 통째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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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 OCI홀딩스,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 전 한미약품그룹 통째 M&A?

OCI 본사 전경. 사진=OCI그룹
OCI 본사 전경. 사진=OCI그룹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 과정에서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되면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을 통째로 M&A(인수합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OCI그룹의 지주회사인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주식 매각, 현물출자,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취득하며 최대주주의 지위에 오르고 한미사이언스의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의 지분 8.62%, 송영숙 회장이 지분 1.75%를 받게 된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취득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을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할 예정이며 통합 지주사 역할은 OCI홀딩스가 맡는다는 방침이다.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은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의 사업지주회사의 형태로 OCI그룹에 편입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는 향후 사명을 바꿀 예정이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확보하게 되면 최대주주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OCI그룹의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획득하게 되는 셈이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사실상 M&A할 수 있게 된 데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과 윤석열 정부 들어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재도입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행되지 않아 한미사이언스 주식 매입, 현물 출자, 신주발행 취득 등으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현재 재도입하려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 피인수회사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되는 인수회사는 전체 주식의 50%에 1주를 더한 분량에 대해 공개매수청약 의무를 지게 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인수회사는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에 해당 주식을 구입해야 하지만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에 미달하면 청약물량만 매수해도 된다. 반면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1 주를 초과하는 경우 안분 계산해 인수회사가 매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행되면 OCI홀딩스는 이번 한미사이언스 M&A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25% 넘게 인수하기 때문에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7.03%가 아닌 50%+1주를 확보해야 하고 한미사이언스에 대한 M&A가 좌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보유한 주식 뿐만 아니라 일반주주들의 주식도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또한 OCI홀딩스 측에 최대주주 주식 매각, 현물 출자, 신주발행 취득 등을 단독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등 오너가 일원과 사전 협의해야 의무공개매수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반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 통합 추진이 공시되기 이전에는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고 한미약품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표명했다.

임종윤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을 잘 모르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에 회사 지분을 파는 모습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며 “이번 (이사회) 안건 통과는 불법이고 모든 법적 대응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 추진이 OCI그룹 측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DS투자증권 양형모 연구원은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 통합에 대해 “당장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으로부터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런 굿딜이라면 마다할 경영자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 연구원은 OCI그룹은 부침이 많은 태양광 업종의 특성을 안정적인 제약 비즈니스로 일부 상쇄 가능하고 제약·바이오의 다양한 모멘텀으로 재평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단순 현금 보유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OCI홀딩스는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 전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확보할 수 있게 50%+1주를 사들이지 않고도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을 송두리째 장악할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는 상태에서 최대주주의 지분을 사들여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김대성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kimds@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