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희토류 광산업체 라이징 비철금속은 올 상반기 최대 3억1100만 위안(약 589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예상하며 적자 전환했다. 디스프로슘, 테르븀, 디디뮴 등 주요 희토류 제품 가격이 급락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라이징 비철금속은 작년 말 중국 정부 주도의 희토류 산업 통합 과정에서 중국희토그룹 산하에 편입됐는데, 이러한 변화가 향후 업계 재편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가 통제 강화' vs '시장 현실'...엇갈리는 행보
중국은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발전기 등 첨단 기술 제품에 필수적인 17가지 희토류 원소의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덩샤오핑의 말처럼, 희토류는 오래전부터 중국의 전략적 자원으로 여겨져 왔다.
최근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희토류를 더욱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앙 정부는 희토류 자원에 대한 국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하며 10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국가 안보에 대한 총체적 접근" 방침을 반영한 것으로, 희토류 자원 관리 주체는 "당과 국가의 노선, 원칙, 정책, 결정 및 조치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시장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정부 지원을 받는 성허 리소스 홀딩은 올 상반기 중간 순손실이 작년 같은 기간 순이익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성허 리소스는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가격 하락으로 실적이 악화되었다고 밝혔다. 비희토류 광물인 지르코늄과 티타늄의 가격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
생산량 증가·수요 부진...공급 과잉 심화
중국 최대 희토류 광산업체인 중국 북방희토(그룹) 하이테크는 올 상반기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97%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생산량 증가, 희토류 광물의 수집 및 재활용 증가, 수입 증가 등으로 인한 공급 과잉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수요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들은 각자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성허 리소스는 해외 인수를 통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지난 5월 호주에 상장된 스트랜드라인 리소스로부터 영국 스트랜드라인 리소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냐티 미네랄 샌드에 대한 지분 84%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중국 정부는 국내 희토류 산업 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12월, 세 개의 국영 희토류 광산업체 합병을 통해 탄생한 중국희토류그룹은 국무원 직속 관리를 받는 '중앙 기업'으로 지정되어 중국 희토류 산업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래 불투명...중국 희토류 산업, '새로운 도전' 직면
중국 정부의 희토류 산업 통제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국가 자원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으로 인한 국영 기업들의 경영난 심화, 해외 기업들의 탈중국 가속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희토류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