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HD현대중공업, 필리핀에 2조 원 규모 잠수함 2척 공급 추진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에 2조 원 규모의 최첨단 중형 잠수함 2척을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필리핀 현지 매체 더크로니클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수출이 성사되면 필리핀 해군은 처음으로 잠수함 전력을 갖추고, HD현대중공업은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프랑스, 스페인 등 쟁쟁한 경쟁국을 제치고 핵심 방산 협력사로서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이번 제안은 필리핀 군의 잠수함 획득 사업인 '호라이즌 3(Horizon 3, 2023~2028)'에 따른 것으로, 총 사업비는 약 2조 원(약 900억 필리핀 페소)에 이른다. 필리핀은 현재 HD현대중공업의 주요 공략 시장 가운데 한 곳이며, 이번 잠수함 계약은 양국의 국방 협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필리핀의 국방 협력은 이미 깊은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지난 10년간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국군(AFP) 현대화 1, 2단계 사업을 통해 총 10척의 군함을 수주하며 필리핀 해군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다. 2016년 필리핀 수상함대의 중추인 호위함 2척 인도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최첨단 기술과 장거리 항해 능력을 갖춘 초계함 2척을, 2022년에는 현재 건조하고 있는 원해경비함(OPV) 6척의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특히 길이 118.4m, 폭 14.9m, 순항 속도 15노트(28km/h), 항속 거리 4500해리(약 8330km)에 이르는 초계함은 역내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필리핀에 잠수함 도입은 단순한 전력 증강을 넘어, 핵심 전략 자산으로 꼽힌다. 그동안 예산과 기반 시설의 제약 탓에 확보하지 못했던 잠수함은 현대 해상 방어의 핵심이며, 이번 계약은 필리핀 해군이 최초로 수중 작전 능력을 확보하는 역사에 남을 사업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특히 서필리핀해를 둘러싼 역내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영토 방위와 해상 감시 능력 강화를 위해 잠수함 확보가 시급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잠수함은 그 특유의 은밀성을 활용해 억지력을 강화하고, 광활한 도서 영토에 대한 해상 감시와 차단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나아가 동남아시아 해군력 구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전략 자산이다.

이번 잠수함 사업은 필리핀 군 현대화 3단계의 핵심 우선 과제다. 사업의 중요성만큼 수주 경쟁 또한 치열하다. 현재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장보고-III급, Ocean 1400PN 제안)을 비롯해 스페인 나반티아(S-80급), 프랑스 나발(Naval) 그룹(스코르펜급), 독일-이탈리아 연합(U212 NFS)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잠수함 공급뿐 아니라 훈련, 기술이전, 기지 건설, 금융지원까지 아우르는 '일괄 공급 방식'으로 업체들이 제안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뜨겁다. 이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과의 오랜 협력 관계와 성공적인 군함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핀의 잠수함 획득은 중국 등과의 해양 갈등 속에서 자국 방어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이번 계약을 성사시키면, 미국·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잠수함 수출국 반열에 오르며 아시아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필리핀 국방부는 연내에 잠수함 조달에 관한 최종 발표를 할 전망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필리핀 해군의 해양주권 수호 역량과 한-필리핀 전략 협력 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