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바이트댄스 디지털 인프라 확산, 미국 "민주적 대안 시급" 경고 나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최근 군중에게 연설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물한 화웨이 전화기를 들어 보이며 중국 지도자에게 전화를 거는 시늉을 한 장면은 중국 기술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마두로는 서투른 북경어로 "니하오, 쎄쎄"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 화웨이·바이트댄스, AI 생태계 전면 구축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차관 연장, 항만 인수, 5G 네트워크 매입을 통해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수년간 디지털 거점을 구축한 뒤 현재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시설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칠레 구리 채굴 대기업 코델코는 화웨이와 AI, 클라우드 서비스 및 기타 기술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 브라질 기업들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상파울루에 풍력 발전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기술 선택은 권위주의 정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억압을 가능하게 하고 정치적 의존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권력 유지를 위해 중국 기술을 이용하는 권위주의 정권은 기술의 연속성을 위해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에콰도르에서는 중국이 제작한 ECU 911 공공안전 시스템이 안면 인식과 AI 분석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를 감시하고 위협하는 데 오용됐다. 인권 단체들은 볼리비아에서 중국이 구축한 유사한 모니터링 시스템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중국 통신업체 ZTE는 베네수엘라가 국민들의 의료기록, 투표기록 등을 추적하는 '조국 신분증' 시스템 구축을 도왔다. 비평가들은 야당 의원들이 추적당하고 정부 혜택 조정 등의 반발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 미국, 서반구 AI 허브 구축 전략 시급
중국에 맞서 미국은 이 지역에 강력한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베이징의 공격적 가부장주의와 달리 워싱턴은 AI 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술과 공동 운명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이웃 국가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를 AI 기술 개발과 보급을 위한 최우선 지역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라틴아메리카를 아시아나 유럽보다 먼저 미국 AI 기술을 집중 투자하고 확산시킬 핵심 지역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지난 7월 공개된 AI 실행 계획은 수출입은행과 국제개발금융공사가 미국 기업과 반도체 수출을 조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목표는 미국 전체 AI 기술을 수출해 아메리카 전역의 데이터센터가 더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남용을 신고할 수 있는 법적 수단과 함께 데이터 수집, 데이터 보존 및 안전 테스트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중국의 접근 방식과 유리하게 비교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에너지 가용성이 AI 개발의 주요 제약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에너지가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브라질의 풍부한 풍력, 태양광, 수력 발전으로 인해 최근 브라질 계약은 미국 평균 전기 가격을 훨씬 밑돌았다. 이러한 확산은 AI 역량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전략적 분업은 또한 미국이 중국에 비해 분명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기업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숙련된 노동 시장을 응집력 있고 안전한 서반구 공급망으로 통합하도록 장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이웃 국가들은 더 낮은 비용과 더 큰 신뢰로 AI 인프라 구성 요소 생산을 담당하고, 미국 기업들은 반도체, 그래픽 처리 장치 설계 등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
◇ 스타트업 투자 확대로 중국 견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혁신 기금'을 설립해 라틴아메리카 최고 기업가들에게 벤처캐피털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미국이 자금을 조성해 라틴아메리카의 유망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특히 미국 대학이나 세계적 창업 육성기관인 'Y 콤비네이터'를 졸업한 기업가들을 우선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Y 콤비네이터는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세계적 기업을 배출한 미국의 대표적 창업 보육기관으로, 초기 스타트업에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한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 지역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 중 일부는 중국 후원자로 눈을 돌렸고, 처음부터 중국 영향력을 DNA에 새겼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크지만, 그 성과는 되돌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혁명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이 지역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가진 모든 기술력과 자본력을 활용하고, 정치적 의지와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앞으로 100년은 반도체 기술과 소프트웨어 코딩 기술,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에 바탕을 둔 세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