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APEC 정상회의 앞두고 샅바 싸움…美 "동맹과 공동 대응, 中 공급망 독점 불가"
트럼프 "100% 추가 관세" 강경 발언 속 베선트 재무 "자체 공급망 강화, 양면전략"
트럼프 "100% 추가 관세" 강경 발언 속 베선트 재무 "자체 공급망 강화, 양면전략"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계획을 중단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대중국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3개월 이상으로 연장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그 대가로 (관세 유예를) 더 길게 연장할 수 있겠느냐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앞으로 몇 주 동안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희토류 문제와 관세 휴전을 연계한 협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양국은 올해 초부터 살얼음판 같은 90일 단위의 임시 휴전을 거듭해 왔으며, 다음 협상 마감 시한은 11월 10일이다. 이날까지 휴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한때 최고 145%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막대한 관세 조치가 재개될 수 있다.
다시 맞붙은 G2…'벼랑 끝 전술' 팽팽
최근 미·중 관계는 몇 달간의 소강상태를 깨고 다시 급랭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일부 기술 규제를 확대하고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 선박에 대한 관세 부과를 추진하자, 중국은 즉각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군사용과 민간용 첨단 부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시장에서 가진 독점적 지위를 무기화한 것이다. 미국은 이를 즉각 '세계 공급망 장악 시도'이자 '중국 대 세계'의 대립 구도를 형성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시장 경제학자들은 양국의 움직임을 11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가능성이 큰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자의 협상력을 최대한 높이려는 ‘벼랑 끝 전술’로 분석하고 있다.
백악관의 기류는 베선트 장관의 조건부 유화책과 달리 여전히 강경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까지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당신들은 이미 무역 전쟁 안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중국의 희토류 통제 계획을 두고 "그 범위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며, 실행될 수 없다"고 평가절하하며 중국의 의도를 불신했다.
美, 외교·산업 '양면 압박'…자체 공급망 구축 속도
미국은 강온 양면전략의 하나로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압박하는 다자 접근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각국 대표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유럽 동맹국들, 호주, 캐나다, 인도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관료들이 전 세계의 공급망이나 제조 공정을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맞서 완전하고 집단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공동 대응 전선 구축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베선트 장관은 CNBC 포럼에 참석해 이번 사태를 기회로 미국이 명확한 산업정책을 통해 비시장경제인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가격 하한제' 도입과 '선구매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전략 광물의 국내 공급망 자립과 동맹국과의 협력이 꼭 필요함을 거듭 강조하며, 미 국방부가 미국 최대 희토류 광산 기업인 MP 머티리얼스와 이미 공급 안정화 협약을 체결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국 불신은 지난 8월 워싱턴을 방문했던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의 발언으로 더욱 깊어졌다. 베선트 장관은 리 부부장을 '정상이 아닌(unhinged)' '매우 무례한' 인물로 칭하며, 그가 '초대받지 않은 채' 나타나 미국의 항만 이용료 계획을 두고 "세계적인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폭로했다. 베선트 장관은 "아마도 그는 자신이 전랑(늑대 전사)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 태도를 꼬집었다.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미·중 정상회담과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마주 앉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담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먼저 아시아를 방문해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사전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했다. 그는 "만약 중국이 세계에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면, 세계는 탈동조화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세계는 탈동조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위험 제거를 원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관세 휴전 연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동맹국과의 공조와 자체 공급망 강화를 통해 중국의 희토류 압박에 대응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지가 미·중 관계는 물론 세계 공급망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