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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보험개혁] ‘죽어야 받던 사망보험금’, 노후 연금소득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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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보험개혁] ‘죽어야 받던 사망보험금’, 노후 연금소득 탈바꿈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 노후생활 자금 전환 가능
연 단위 지급형 시작, 향후 월·서비스형으로 확대
보험산업, 노후소득 중심 ‘자산운용시장’ 재편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30일부터 전격 시행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30일부터 전격 시행했다. 사진=픽사베이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이 노후소득과 자산관리 핵심 수단으로 탈바꿈한다.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30일 전격 시행된데 따른 것이다. 종신보험 가입자는 사망 시점이 아닌 생전에 보험금을 나눠 받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게 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는 이날 일제히 사망보험금 유동화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 우선 삼성생명은 ‘유동화 비교안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소비자가 자신의 계약 조건에 맞춰 예상 수령액과 기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가까운 지점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으며, 별도 재산이나 소득 요건 없이 만 55세 이상·10년 이상 유지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계약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한화생명은 종신보험의 사망보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생활자금 활용성을 높인 ‘생활자금형 상품’으로 서비스를 설계했다. 해약 대신 보험계약을 유지한 채 해약환급금을 기반으로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생전 연금처럼 수령할 수 있다. 신한라이프는 고령층 고객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서비스 출시 전 대상 고객에게 개별 안내를 완료하고 전담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고객은 사망보험금의 90% 이내 범위에서 추가 비용 없이 유동화를 신청할 수 있다.

KB라이프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 형태로 차별화를 꾀했다. 종신보험 주계약 금액의 일부를 감액하고, 이에 해당하는 해약환급금을 일정 기간 동안 분할 지급받는 구조다. KB금융그룹의 ‘KB STAR WM’ 자산관리 모델과 연계해 세무·부동산·은퇴·상속 등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가장 큰 변화는 보험의 ‘생전 활용’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종신보험은 그동안 사망 시점에만 효력이 있었지만, 이제 계약자가 해약환급금을 기반으로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연금처럼 미리 받을 수 있다. 해약 대신 자산을 유지한 채 생활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유동성 공급을 넘어 ‘보험을 통한 노후소득 창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이번 제도를 통해 고령층의 노후소득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55세 이상, 10년 이상 납입을 완료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계약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초기에는 연 단위 지급형으로 시작해 향후 월지급형·서비스형(요양·헬스케어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보험연구원은 “유동화 제도는 노후생활비 확보뿐 아니라 요양·치매·1인가구 문제까지 포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를 계기로 ‘보험상품의 서비스화’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이후 톤틴보험과 저해지 연금보험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공적·퇴직·민간연금을 아우르는 ‘3층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보험산업은 사망보장을 넘어 생애 전반을 관리하는 자산운용산업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는 보험이 단순한 보장의 역할을 넘어 노후자산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는 신호탄”이라며 “생명보험이 국민의 평생자산으로 기능하는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