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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저전력' 승부수…삼성, AI 메모리 판 다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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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저전력' 승부수…삼성, AI 메모리 판 다시 짠다

서버에 모바일 'LPDDR' 이식…2026년 양산 목표로 공급망 재편
하이닉스 'HBM 딜레마'·마이크론 '신뢰 균열'…삼성 '양수겸장' 기회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절대 권력인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서버의 핵심 메모리 아키텍처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의 고성능 서버용 D램(DDR5) 대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저전력 D램(LPDDR)을 주력 메모리로 채택하기로 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데이터 처리 속도의 혁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전력 효율'이 AI 인프라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엔비디아의 전략 수정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특히 생산 능력과 기술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춘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5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와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I 서버의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PDDR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교체 수준을 넘어선다. 엔비디아는 이미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과 초기 논의를 마치고 2026년 대량 양산을 목표로 막대한 물량의 LPDDR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안정적이던 모바일 D램 시장의 질서를 뒤흔들고, LPDDR을 HBM에 이은 AI 시대의 또 다른 핵심 전략 반도체로 격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칩의 '서버 침공'…전력 효율이 승부처


엔비디아의 LPDDR 채택은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전력의 벽'을 시사한다. 그동안 서버 시장은 성능 중심의 DDR 규격이 지배해왔으나, AI 모델의 거대화로 전력 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자 '저전력(Low Power)' 특화 메모리인 LPDDR로 눈을 돌린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LPDDR이 HBM에 이어 차세대 전략 플래그십 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며, 이는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확장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모바일 기기용으로 설계된 반도체가 서버 시장의 주류로 진입하는 이례적인 현상은 메모리 수요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삼성전자, 압도적 '생산 우위'로 독주 채비


이 같은 시장의 급변은 삼성전자에게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신은 업계의 중론을 빌려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LPDDR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삼성전자를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LPDDR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세공정 기술에서도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방대한 포트폴리오와 생산 여력이다. 모바일 중심의 기존 제품 라인업에 급증하는 AI 서버용 LPDDR 수요를 결합함으로써, 수익성 개선과 시장 지배력 확대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구조다. HBM 시장에서의 추격과 별개로, LPDDR 시장이 서버용으로 개화할 경우 삼성전자는 '물량 공세'와 '기술력'을 앞세워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다.

경쟁사의 딜레마…'라인 부족'과 '신뢰 하락'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구조적 한계와 내부 이슈로 인해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바로 그 점이 LPDDR 확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가용 가능한 생산 라인의 상당 부분이 고수익 제품인 HBM 생산에 집중적으로 할당되어 있어,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대규모 LPDDR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라인 전환이나 증설이 불가피하다.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물리적 제약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LPDDR5X 시리즈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잠재적 파트너로 거론되지만, 최근 불거진 '신뢰' 문제가 걸림돌이다. 디지타임스는 마이크론이 최근 HBM4 개발 과정에서 성능 및 수율 문제를 노출하며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 고객사와의 신뢰 균열은 향후 LPDDR 수주 경쟁에서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AI 메모리 패권, '종합 대응력'이 가른다


결국 엔비디아발(發) LPDDR 전환은 메모리 제조사들에게 고성능(HBM)과 고효율(LPDDR)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고성능 HBM부터 저전력 LPDDR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라인업을 바탕으로, AI 주도의 메모리 시장 구조적 확장 국면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26년 LPDDR이 AI 서버의 새로운 심장으로 자리 잡는 시점,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