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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산 공룡에 '경고장'…레이시온에 "자사주 매입하면 美정부 계약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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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산 공룡에 '경고장'…레이시온에 "자사주 매입하면 美정부 계약 없다"

RTX 500억달러 장기계약 쥔 채 압박…"공장·설비 투자 안 하면 퇴출"
2027년 국방예산 1조5000억달러 증액 예고…'당근'과 '채찍' 병행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방산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2027년 국방 예산을 1조5000억 달러로 증액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미국' 건설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방산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2027년 국방 예산을 1조5000억 달러로 증액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미국' 건설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최대 방산 기업 가운데 하나인 레이시온(Raytheon)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무기 생산 확대에는 미온적이면서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에만 열을 올린다면 정부 계약을 끊을 수 있다는 초강수 경고다.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예산 증액을 예고하며 방산 업계 전반을 상대로 한 '조건부 보상' 메시지도 함께 던졌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레이시온은 펜타곤의 요구에 가장 둔감했고, 생산량 증대에는 가장 느린 반면 주주 지출에는 가장 공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공장 투자 안 하면 더는 거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시온의 모회사인 RTX를 직접 겨냥해 "공장과 설비 같은 선행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면 더 이상 미 국방부와 사업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미 정부와 계속 거래하고 싶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사주 매입은 허용되지 않을 것(under no circumstances)"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경고는 국방부가 수개월 전 RTX에 20년 만기, 총 50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포괄(umbrella) 계약을 부여한 직후 나왔다. 이 계약에는 패트리엇(Patriot) 미사일 방어체계를 포함해 각종 무기체계 생산, 정비, 부품 공급이 포함돼 있다. 정부 예산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은 방산 기업이 이를 생산 능력 확충이 아닌 주가 관리에 쓰는 관행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당근'도 제시…1.5조달러 국방예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의회에 2027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1조5000억 달러(약 2189조 원)로 증액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약 1조 달러(약 1459조 원) 수준에서 6000억 달러(약 875조 원)를 추가하는 구상이다. 그는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에 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전례 없는 국방 투자가 필요하다"며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삼아 '꿈의 군대(Dream Military)'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트럼프의 직격탄으로 하락했던 RTX 주가는 다시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방산 업계 전반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장기 수요 확대를 약속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산 길들이기 본격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특정 기업을 넘어 방산 산업 전반에 대한 '행동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막대한 국방 예산을 확보하려면 △생산 속도 △설비 투자 △공급망 확충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계약 안정성도 보장받기 어렵다는 메시지다.
미국 안보 정책이 억제 중심에서 실제 전력 투사와 대량 생산 체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방산 기업을 사실상 준(準)국가 산업처럼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