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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답이 아니다"... 서학개미 울린 달러 약세, 돈은 '이곳'으로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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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만 답이 아니다"... 서학개미 울린 달러 약세, 돈은 '이곳'으로 샜다

美 증시 16% 올랐지만, '미국 뺀' 글로벌 증시는 29% 급등
트럼프발(發) 무역 갈등에 달러 '뚝'... 환차익 노린 자금 대이동
삼성·SK 하이닉스 업은 코스피 70% 폭등... 亞·유럽 저평가 매력↑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글로벌 큰손들은 미국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지갑을 열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글로벌 큰손들은 미국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지갑을 열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글로벌 큰손들은 미국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지갑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밖'에서 더 큰 기회를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10(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2025년 투자자들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자산을 다각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미국 증시가 선전했는데도 수익률 면에서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크게 뒤처진 배경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만 바라보던 '매그니피센트 7' 시대 저물까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뚜렷한 '탈동조화(Decoupling)' 흐름을 보였다. 미국 대형주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는 16.4% 상승하며 한 해를 마감했다. 통상적으로 훌륭한 성적표지만, 미국 밖 사정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하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22개 선진국 시장의 대형 및 중형주 기업 750여 개로 구성된 'MSCI 월드 엑스(ex) USA 지수'는 같은 기간 무려 28.6%나 치솟았다.

미국 시장이 '매그니피센트 7(M7)'으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 위주로 상승을 주도했다면, 나머지 세계 시장은 통화 가치 상승과 저평가 매력을 앞세워 자금을 빨아들였다. 베어드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많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미국 시장을 예전만큼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투자자들은 달러화 약세에 대비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를 피하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고 분석했다.

MSCI World ex USA 주요 상위 10대 기업.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MSCI World ex USA 주요 상위 10대 기업.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왜 돈은 아시아와 유럽을 택했나


자금 이동의 핵심 동력은 '달러 약세''AI 낙수효과'였다.

첫째, 달러 가치 하락이 해외 투자의 매력을 높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0% 넘게 급락했다.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위협하며 무역 갈등을 고조시킨 탓이다.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오른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주식을 보유만 해도 환차익을 얻을 수 있고, 외국인 투자자는 더 싼값에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실제로 금, ,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달러 약세에 따른 대체 투자 수요가 몰린 결과다.
둘째, 아시아 시장은 실질적인 AI 수혜를 입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증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WP"한국의 코스피(KOSPI)는 지난해 70% 가까이 폭등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AI 열풍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 역시 기술주 투자 확대와 함께 지난 가을 총선 이후 들어선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유럽 증시는 성격이 달랐다. 톰 하인린 US뱅크 국가투자전략가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처럼 거대 기술주가 주도하지 않고 경기 순환에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주식은 당장의 실적과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고평가 논란이 있는 미국 기술주보다 '싸고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됐다는 평가다.

정책 리스크와 고평가 논란


미국 시장의 상대적 부진 뒤에는 정치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중국 등을 상대로 100%가 넘는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시장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이후 실질 관세율이 20% 아래로 조정되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지만, 상반기 동안 이어진 변동성은 자본 이탈의 빌미를 제공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 주식의 비싼 몸값이다. 마이클 파 파크레스트 회장은 "미국 주식은 지난해 초부터 이미 비쌌고, 반대로 국제 주식은 훨씬 더 좋은 가치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2023~2024) S&P 50052%나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진 탓에 투자자들이 자연스럽게 저평가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2026년에도 '머니무브' 계속될까


전문가들은 올해(2026)에도 글로벌 분산 투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졌지만, 탄탄한 기업 실적과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고 있어 글로벌 강세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인 위커 오팔 캐피털 사장은 "M7 기업들이 훌륭한 성과를 냈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다른 경제권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한다""미국 밖 주식이 여전히 저렴해 보이기 때문에 2026년에도 이러한 다각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투자 성패는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환율 변동성과 국가별 산업 특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월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