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에 NAND 246% 폭등, SSD·GPU 가격 연쇄 상승
인텔, 퀄컴 GPU 총괄 영입해 엔비디아 추격 시동
인텔, 퀄컴 GPU 총괄 영입해 엔비디아 추격 시동
이미지 확대보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3사가 한정된 생산시설을 고마진 AI용 메모리로 전환하면서 소비자용 제품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1분기 D램(DRAM)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55~6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낸드(NAND) 플래시 가격은 33~3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고마진 모델 집중 생산… 중급 GPU 라인업 타격
메모리 부족 사태는 GPU 시장의 생산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에이수스는 최근 지포스 RTX 5070 Ti 단종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겪었지만, GPU 제조사들이 이 모델의 생산을 축소하거나 우선순위를 낮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RTX 5070 Ti는 16GB GDDR7 메모리와 부분 비활성화한 엔비디아 GB203 GPU 실리콘을 사용한다. 이는 상위 모델인 RTX 5080과 동일한 핵심 부품을 쓰면서도 권장소비자가격은 999달러(약 147만 원)로 RTX 5080(1299달러·약 191만 원)보다 300달러 낮다. 현재 뉴에그 기준 RTX 5070 Ti 시가는 1050~1100달러(약 154만~162만 원)인 반면 RTX 5080은 1500~1600달러(약 221만~236만 원)에 거래된다. 같은 메모리로 카드당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고가 모델에 할당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현재 이들 GPU는 권장가보다 최소 40~50% 비싸게 팔린다. 다만 일반 RTX 5070은 약 560~570달러(약 82만~84만 원)로 권장가(549달러, 약 81만 원)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다. 라데온 RX 9070(권장가 549달러, 약 81만 원)과 16GB 버전(권장가 349달러, 약 51만 원, 시가 약 400달러, 59만 원), 지포스 RTX 5060(권장가 약 300달러, 약 44만 원))도 비슷하다.
대용량 SSD 품귀 현상… 가격 2~3배 급등
저장장치 시장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킹스턴 데이터센터 SSD 사업 매니저 캐머런 크랜달은 지난달 팟캐스트에서 NAND 가격이 2025년 1분기 대비 246% 상승했으며, 이 중 70%가 최근 60일 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업그레이드를 고려한다면 기다리지 말고 즉시 구매하라"며 "30일 후에는 더 비싸질 것이고, 그로부터 30일 후에는 더욱 비쌀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유명 브랜드 1TB 내장 M.2 SSD가 120~150달러(약 17만~22만 원)에 거래된다. 지난해 12월 177달러였던 삼성 990 에보 플러스 2TB 모델은 현재 440달러(약 64만 원)로 뛰었다. 베스트바이는 웨스턴디지털 SN7100 2TB를 370달러(약 54만 원)에 판매하는데, 지난해 12월엔 같은 제품이 230달러(약 33만 원) 수준이었다.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샌디스크가 올 1분기 엔터프라이즈급 SSD용 대용량 3D NAND 가격을 2배 인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신규 루빈(Rubin) AI 플랫폼이 2026년 3460만 테라바이트(TB), 2027년 1억 1520만 TB의 NAND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인텔, 퀄컴 GPU 아키텍트 영입해 반격 시동
이런 가운데 인텔이 AI GPU 시장 공략을 위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에 나섰다. 테코베다스는 지난 18일 인텔이 퀄컴의 전 GPU 총괄 에릭 데머스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데머스는 퀄컴에서 14년간 근무하며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의 아드레노(Adreno) GPU 아키텍처를 이끌었다. 그 이전엔 AMD에서 10년간 GPU 설계를 총괄했다.
데머스의 영입은 인텔이 AI 문제의 핵심이 자본 부족이 아닌 아키텍처 결함임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여러 기업을 인수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야심차게 추진한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 칩은 낮은 수율과 패키징 문제로 지연됐고, 가우디(Gaudi) 가속기는 5억 달러(약 7370억 원) 매출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인텔은 AI 전략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인텔은 연례 데이터센터 GPU 출시 주기 확립, 개방형 시스템 철학, 추론·에이전트 AI·물리적 AI 워크로드 집중 등 새 전략을 제시했다. 에너지 효율 중심의 160GB 데이터센터 GPU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공개했고, 차세대 가속기 재규어 쇼어스도 예고했다.
엔비디아 아성 넘을 수 있을까… 향후 24개월이 관건
하지만 엔비디아 추격은 쉽지 않다. 엔비디아의 강점은 실리콘 성능만이 아니다. 쿠다(CUDA)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도구, 참조 아키텍처 등 전체 AI 스택을 통제하며 깊은 개발자 락인을 구축했다.
인텔이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를 출시하더라도 고객들은 여전히 같은 질문을 한다. 모델 실행엽부, 생태계의 플랫폼 지원 여부, 성능 향상의 예측 가능성 등에 의문을 갖는다. 데머스가 인텔의 하드웨어를 실제 AI 워크로드와 일치시킬 수 있지만, 격차 해소엔 수년간의 꾸준한 소프트웨어 투자와 개발자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AMD가 인스팅트(Instinct)로 부상한 것은 엔비디아가 무적이 아님을 증명하지만, 인내심과 규율, 아키텍처 명확성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시장 분석가들은 "향후 24개월이 인텔 AI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2027년까지 신뢰할 수 있는 추론 중심 AI 틈새시장을 구축하거나, 조용히 진지한 AI GPU 경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국제데이터공사)는 메모리 부족으로 2026년 PC 평균 가격이 최대 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NAND 공급 증가율(연 17%)이 역사적 기준을 밑돌면서 가격 압박이 2027~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