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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붐에 메모리 반도체 대란…스마트폰·PC·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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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I 붐에 메모리 반도체 대란…스마트폰·PC·자동차 가격 상승 압력



램(RAM) 메모리 반도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램(RAM) 메모리 반도체.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산업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촉발하면서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자동차 등 전자제품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AI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전자제품에 쓰이는 메모리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부족을 불러오며 전자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스템 구축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향후 공급을 보장받기 위해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높은 가격도 감수하며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AI용 제품 생산에 생산 능력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과 자동차, 게임기, 가전제품 등에 쓰이는 메모리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DRAM 가격 급등…1년 사이 최대 700% 상승

특히 데이터센터와 PC,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D램(DRAM)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현물 시장에서 D램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최대 약 700% 상승했다. 사진과 영상, 게임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가격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처리할 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제품, 데이터센터 등 대부분의 디지털 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AI 서버 성능을 높이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크게 높인 반도체다.

◇AI 인프라 투자 6500억달러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블룸버그는 주요 기술 기업들이 올해 약 6500억달러(약 939조원)를 AI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보다 약 80% 증가한 규모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스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컴퓨팅 능력 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확대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용 D램 수요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소비의 약 50%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5년 전 약 32%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비중이 계속 확대돼 2030년에는 AI 서버가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PC 가격 인상 압력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이미 전자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HP는 노트북 생산 비용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한 분기 전 약 15~18% 수준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12월 서버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 1월에는 PC 가격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제조 비용이 향후 몇 분기 동안 15%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는 메모리 용량을 줄인 모델을 출시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저가 제품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12.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스마트폰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감소폭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강 구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3개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HBM 반도체는 제조 공정이 복잡해 생산 확대가 쉽지 않다. 여러 개의 메모리 칩을 머리카락보다 얇은 두께로 쌓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작은 결함이 발생해도 제품 전체가 불량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