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 연준, 금리 인하 연말 후퇴 확실시... 유가·물가 쌍끌이 압박

글로벌이코노믹

미 연준, 금리 인하 연말 후퇴 확실시... 유가·물가 쌍끌이 압박

PPI 3개월 연속 상승·이란 전쟁발 유가 충격, 설상가상
AI 반도체 수요 폭발이 도매물가 끌어올려... 소매업계 '비상등'
주유소 기름값은 갤런당 4달러(약 6000원)를 향해 치닫고,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값은 한 달 새 10% 넘게 뛰었다. 도매에서 소매까지, 인플레이션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시장이 기대했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연말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주유소 기름값은 갤런당 4달러(약 6000원)를 향해 치닫고,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값은 한 달 새 10% 넘게 뛰었다. 도매에서 소매까지, 인플레이션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시장이 기대했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연말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봄이 왔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은 꽁꽁 얼어붙었다. 주유소 기름값은 갤런당 4달러(6000)를 향해 치닫고,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품값은 한 달 새 10% 넘게 뛰었다. 도매에서 소매까지, 인플레이션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시장이 기대했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연말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란 전쟁發 원자재 시장 충격 (2026. 3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發 원자재 시장 충격 (2026. 3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운송비·반도체값 '도미노 상승'... 도매물가 3개월째 오름세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2월 최종 수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올랐다. 1월 상승률(0.5%)을 웃도는 수치로,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 갔다. 특히 미국 공급망의 핏줄인 트럭 화물 운송료가 10.7%에 이어 21.2% 뛰면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미국트럭운송협회(ATA)에 따르면 트럭이 담당하는 국내 물동량은 연간 100억 톤(t)이 넘어 전체 상품의 70% 이상을 소화한다. 운송비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 전반을 끌어올린다.

AI 열풍도 예상치 못한 물가 복병이 됐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그레이스 즈웨머 이코노미스트는 2월 전자 부품 도매가격이 한 달 새 10.4% 폭등해 1년 전보다 17.8%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D(DRAM)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즈웨머 이코노미스트는 "AI 수요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아 생산자 물가는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연준이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2분기에 3.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HBM 공급망의 핵심 고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는 일견 호재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부품값 상승은 국내 전자 제조업의 원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이란 전쟁 '오일 쇼크'... 소매업계 세액공제 호재 삼켰다


이란 전쟁 발발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배런스(Barron's) 보도에 따르면 소매업종 상장지수펀드(ETF)'스테이트 스트리트 SPDR S&P 리테일'은 전쟁 이후 약 10% 하락하며 S&P 500 지수 낙폭의 약 두 배에 이르는 충격을 받았다. 당초 소매업계는 세금 환급액 증가를 소비 진작의 발판으로 삼으려 했으나, 유가 급등이 이를 완전히 상쇄했다.

TD 코웬의 오스카 무뇨스 수석 거시 전략가는 "미국 소비자들이 실질 소득 감소와 유가 충격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파장은 식탁으로도 번졌다. 농가에서 쓰는 경유와 비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부크 리포트의 피터 부크바르는 "농민들이 생산비를 회수하려면 작물 가격을 더 올릴 수밖에 없다""식료품 인플레이션이 2차 파도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으로 물류비와 농업용 연료비 부담이 커질 경우,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하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금리 인하 '연말로 후퇴' 가능성... 가격 결정력이 승패 가른다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변화 신호가 켜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발언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안정적이어야 에너지 충격을 견딜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 5년간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상회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산탄데르 은행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 압력을 전방위로 체감하고 있다""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훨씬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고물가 국면에서 기업 실적은 '가격 결정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제프리스의 블레이크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수익성을 지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고소득층을 주 고객으로 둔 랄프 로렌(Ralph Lauren)이나 태피스트리(Tapestry) 등은 상대적으로 버티는 반면, 경영 정상화 과정에 있는 메이시스(Macy's)와 콜스(Kohl's) 같은 중가형 백화점은 마진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수출 전선도 예비 경보... 5FOMC가 분수령


고물가·고금리가 맞물리는 거친 시장 환경은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예고한다. 미국의 소비 둔화는 한국의 가전·자동차·의류 수출 수요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며,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제조원가 전반을 끌어올린다.

미국 증시에서 물가 지표 발표 때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상은, 한국 금융시장의 환율·채권 가격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월가는 이미 "골디락스(적당한 성장을 동반한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는 판정을 내렸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이제 연준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그 자리에서 어떤 신호를 내보내느냐가 2026년 하반기 투자 방향을 가르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