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휴전 무기한 연장에도 협상 원점, 이슬라마바드 회담 불발로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 증폭
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한국 원유수입 99% 통과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땐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한국 원유수입 99% 통과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땐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을 무기한 연장했음에도,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3척을 공격하고 그중 2척을 나포하면서 전쟁이 2개월째에 접어든 중동 정세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로이터·월스트리트저널·가디언·CNBC 등 주요 외신이 지난 22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싸고 각자 별도의 해상봉쇄를 유지하면서 출구 없는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2차 평화협상도 양측이 모두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선박 나포로 휴전 '흔들'…협상 재개 불투명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 보도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해군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파나마 선적 'MSC 프란체스카'호와 라이베리아 선적 '에파미논다스'호를 "항행 허가 없이 운항하고 항법 장치를 변조했다"는 이유로 나포해 이란 연안으로 예인했다.
지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란이 상선을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이 지난 주말 이란 화물선을 나포하고 인도양에서 이란 유조선에 강제 승선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기오르고스 게라페트리티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파미논다스호가 공격받아 선교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확인했다.
이란 측 수석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명백한 휴전 위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불가능하다"며 "군사적 공격으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그들이 괴롭힘으로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봉쇄와 약속 위반, 위협이 진정한 협상의 주된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지난 22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박 나포는 미국 선박도 이스라엘 선박도 아니어서 휴전 위반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란은 하루 5억 달러(약 7390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으며 카르그섬 저장고가 가득 차 원유를 이동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유가 100달러 재돌파…美 재무 "걸프 동맹국 달러 스와프 요청"
호르무즈 해협 긴장은 에너지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지난 21일(현지시각) 2주 만에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7950원)를 재돌파한 뒤 22일 98달러 선으로 후퇴했다.
전쟁 전 배럴당 72달러에서 3월 초 한때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전쟁 기간 중 50% 이상 뛰어오른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 32개국은 지난 3월 11일 글로벌 소비량 나흘치에 해당하는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에 합의했지만 수급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액화천연가스(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상업용 선박 통행은 전쟁 전 하루 130여 척에서 현재 10척 안팎으로 급감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약 2000척의 선박과 2만 명의 선원이 걸프만에 발이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상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서 "많은 걸프 지역 동맹국과 일부 아시아 동맹국들이 통화스와프 라인을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수입이 급감하자 달러 유동성 공급을 미국 측에 요청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할레드 모하메드 발라마 UAE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회의 계기에 처음 이 사안을 꺼낸 것으로 파악됐다.
UAE는 앞서 지난 4월 초 바레인과 50억 달러(약 7조3970억 원) 규모의 양자 스와프 라인을 개설하며 자체 방어막도 구축해 놓은 상태다.
크리스 밴 홀런 미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청문회에서 "이란 전쟁으로 이미 하루 10억 달러(약 1조4790억 원) 이상의 세금이 소진되고 있고,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 사상자도 누적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미군 부상자는 400명, 사망자는 13명이다. 이란 순교자재단은 지난 19일 전쟁 발발 이후 이란 측 사망자가 3468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韓 원유수입 99% 통과 호르무즈…'스태그플레이션' 경고
한국은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중동산 원유수입 비중이 70.7%에 이르며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가스 수입의 20% 이상도 이 경로에 의존한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전쟁 전 배럴당 72달러에서 최근 103달러까지 40% 넘게 뛰었다. 또한,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제조업 전체 평균 생산비용은 0.71% 상승하며, 석유제품 산업은 6.30%, 화학제품은 1.59%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서울 시내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어선 상태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각)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5%로 반 토막 냈다. 같은 날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가계와 농가를 대상으로 5억 유로(약 8650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국내 해운·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보험료와 운임 상승분이 하반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두고 "봉쇄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이란 내부의 실용파가 통일된 제안을 내놓도록 시간을 버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바버라 슬레이빈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라는 새로운 지렛대를 발견했다"고 진단했다.
튀르키예·파키스탄·이집트 등 중재국들은 이란과 미국 간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각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봉쇄 해제와 우라늄 농축 문제를 둘러싼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