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드론 침공에 민방위 긴급 재편…우크라이나 메틴베스트와 전술 방공호 협의
무기서 인프라·유지보수로 확장되는 안보 시장…레이더·모듈러 국내 수혜주 압축
무기서 인프라·유지보수로 확장되는 안보 시장…레이더·모듈러 국내 수혜주 압축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 무인기(드론)의 영공 침범 행위가 잦아지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전방인 발트 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전장 민방위 기술을 긴급 도입한다.
체코 매체 이드네스(iDNES)는 지난 30일(현지시각)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러시아의 드론 침공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방위산업협의회 및 철강기업 메틴베스트와 방공호 건설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민방위 재편은 지상 무기 체계 수출을 넘어 전술 방공호와 지상 요새화 인프라라는 새로운 방산 시장을 촉발하고 있다. 저가 드론이 고가 방공망을 무력화하면서 ‘맞추는 전쟁’에서 ‘버티는 전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무기 공급에 치중했던 글로벌 안보 자금의 흐름도 지하 인프라와 첨단 방호 시스템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국면이다.
영공 뚫린 리투아니아, '초기 몇 시간' 생존 걸린 민방위 긴급 재편
우크라이나 방위산업협의회는 소국이면서 인구 밀집도가 높은 발트해 국가들이 대규모 드론 공습을 받을 경우 피해가 극대화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현지 기업들은 기습 공격 시 민간인의 즉각적인 대피를 보장하는 조립식 방공호 구조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새롭게 부상하는 전술 방공호 시장은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그치지 않는다. 기기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첨단 모듈형 조립식 구조가 핵심이다. 여기에는 화공약품과 방사능을 막는 핵·생화학(NBC) 방호 시스템, 독자적인 공기정화 및 내부 전력·통신 자립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특히 민방위 인프라는 일회성 건설로 끝나지 않고 상시 가동 상태를 유지해야 하므로, 지속적인 매출을 일으키는 유지·보수(MRO) 성격의 반복 발주 시장이라는 점에서 방산 업계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주목받는다.
우크라이나 실전 데이터, NATO 표준 편입…진입장벽 높아진다
발트 정부가 주목하는 대상은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사인 메틴베스트의 전술 대피소다. 메틴베스트는 러시아 침공 이후 최전방 군용 요새와 민간용 방공호를 대량 생산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유리 리젠코프 메틴베스트 최고경영자는 발트 정부들과 대피소 구축을 위한 1차 협상에 나섰음을 확인했다.
유럽 시장 관계자들은 발트 3국이 단순히 철강 구조물 구매를 넘어 우크라이나가 2년 넘게 겪은 실전 데이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사일과 드론의 복합 타격을 견뎌낸 우크라이나의 대피소 배치 방식과 방호 설계 기준이 유럽의 새로운 민간 방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의 전술 데이터가 NATO 표준 규격으로 공식 전환될 경우, 이 엄격한 방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존 대형 방산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강력한 진입장벽이 형성될 전망이다. 다만 리투아니아 외무부는 공식 계약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 수주 vs 간접 수혜…K방산 공급망 내 밸류체인 압축
러시아의 ‘나토 흔들기’ 공작이 거세지면서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들의 국방 예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넘어 3%에 근접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발트 3국 영토를 경유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다는 주장을 펴며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라트비아 정부는 이를 허위 정보로 규정하고 정면 반박했으나, 현지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사상 최고치로 치닫고 있다.
이번 인프라 안보 시장의 팽창은 국내 방산 및 제조업계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수주가 기대되는 영역은 레이더와 감시 자산이다. 저고도 드론 탐지 레이더와 대공 방어 체계를 보유한 LIG D&A, AESA 레이더 기반의 지휘통제(C4I) 시스템에 강한 한화시스템이 최전방에 선다. 지상 장비 MRO 역량을 갖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인프라 유지보수 확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간접 수혜군으로는 대형 인프라 EPC(설계·조달·시공) 수행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조립식 벙커의 뼈대가 되는 방호용 고강도 특수 강재를 공급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꼽힌다. 모듈러 전문 중소 건설사들 역시 기술 제휴를 통한 현지 진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 리스크 요인도 명확하다. 유럽연합(EU)의 자국 산업 보호 기조에 따라 현지 생산 비율 요구가 거세질 수 있으며, 국내에서 구조물을 제작해 보낼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물류비와 설치 비용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민방위 예산의 특성상 최첨단 공격 무기 도입에 비해 집행 순위가 뒤로 밀리거나, 향후 지정학적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경우 발주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경계해야 할 변수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유럽 경제안보 지형 변화 속에서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NATO 주요 회원국의 예산안 내 '민방위 인프라 예산' 신설 및 배정 여부다. 군사 무기 외에 지하 방호 시설에 집행되는 구체적 재원 규모가 확인되어야 시장의 실질적 성장을 가늠할 수 있다.
둘째, 메틴베스트 등 우크라이나 방산 기업과 한국 공급망 기업 간의 합작법인(JV) 구조 형성 여부다. 현지 생산 규제를 뚫고 실전 규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진입할 틈새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셋째, 유럽 동부 전선의 저고도 드론 탐지 체계 및 첨단 방공호의 실제 발주 공고와 계약 체결 여부(수주 공시)다. 이는 단순한 양해각서(MOU) 수준을 넘어 실제 기업 장부에 반영되는 매출 트리거로 작용한다.
넷째, EU 공동 방위기금(EDF)의 민간 방위 및 인프라 요새화 프로젝트 지원 대상 포함 여부다. 기금 지원이 확정될 경우 물류비 리스크를 상쇄하고 국내 EPC 기업의 참여 유인을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