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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 50% 넘게 폭락…세계 경기둔화 경고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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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 50% 넘게 폭락…세계 경기둔화 경고음 커진다

1월 최고치 121.79달러서 57.31달러로…금보다 낙폭 두 배 이상
고유가·물가 상승에 산업 수요 위축 우려…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반등 변수
지난해 1월 10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귀금속 거래업체 프로아우룸 금고에 은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월 10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귀금속 거래업체 프로아우룸 금고에 은괴가 쌓여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 은값이 올해 초 사상 최고치에서 50% 넘게 하락하면서 세계경제의 경기둔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은은 금과 달리 산업용 원자재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돼 가격 하락이 실물경제의 수요 위축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국제 은값의 급락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세계경제의 부담을 드러내는 선행 지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은값은 지난 1월 말 온스당 장중 사상 최고치인 121.79달러(약 16만3000원)를 기록했으나 16일에는 57.31달러(약 7만7000원)로 거래를 마쳤다. 최고치 대비 하락률은 약 53%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금값도 하락했지만 낙폭은 은보다 작았다. 금값은 1월 온스당 5626.80달러(약 753만원)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5% 넘게 떨어졌다.

귀금속 거래업체 머니메탈스익스체인지의 스테판 글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은은 금보다 경제 상황에 더 민감하다"며 최근 은값의 약세가 경제 전반에 잠재된 문제를 미리 알려주는 지표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70% 넘게 급등…은값 하락에 경기둔화 우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은값이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주목받는 이유는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산업용 원자재라는 이중적 성격 때문이다.

금은 주로 가치 저장 수단과 투자자산으로 활용되는 반면 은은 전자제품과 산업설비 등 다양한 제조 분야에 사용된다.

따라서 경기둔화로 산업 활동과 소비가 위축되면 은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리슨 CEO는 “최근 은값 하락은 에너지 시장에서 나타나는 경고 신호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미국과 국제 원유 기준가격은 모두 70% 넘게 상승했다. 중동 분쟁이 계속되면서 원유 생산과 수송에 차질이 빚어진 영향이 크다.

정제유 가격 상승도 가파르다.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에 따르면 미국 주유소의 디젤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약 78% 급등해 16일 갤런당 6.30달러(약 8400원)를 기록했다.

이러한 에너지 비용 상승은 미국의 최근 물가 지표에도 반영됐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6.3% 올랐다.

두 물가 지표 모두 시장 예상보다 높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글리슨 CEO는 “높은 에너지 가격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거나 그보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귀금속 거래업체 아메리칸골드익스체인지의 데이나 새뮤얼슨 사장도 “은값 하락은 인플레이션으로 세계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과 은이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필수품이 아닌 선택적인 구매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약해지면 귀금속을 비롯한 비필수 상품에 대한 지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뮤얼슨 사장은 최근 6개월 사이 디젤 가격이 거의 두 배로 오른 영향이 세계경제에 얼마나 크게 반영됐는지 아직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값 하락이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충격의 초기 영향을 나타내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보다 투자심리에 민감…중앙은행 매수세 차이도 영향

은값이 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한 데에는 두 금속의 수요 구조 차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새뮤얼슨 사장은 은의 가치가 화폐적 성격과 산업용 원자재 성격으로 대략 절반씩 구성되는 반면 금은 화폐적 성격이 약 90%, 산업용 원자재 성격이 약 10%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은은 금보다 실물경제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버딘인베스트먼트의 로버트 민터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전략 책임자는 “은이 금보다 투자심리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과정에서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매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장기적인 전략적 수요에 해당하지만 은 시장에는 이와 비슷한 규모의 안정적인 매수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스프로트의 라이언 매킨타이어 사장은 은값의 상대적으로 큰 하락 폭이 높은 가격 변동성과 산업 수요에 대한 민감도, 앞서 형성됐던 투기적 투자 열기의 약화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초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향해 상승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금보다 저렴하면서도 상승에 따른 수익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투자 대상으로 은을 선택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투기적 수요가 약해졌고 은값의 하락 폭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가장 거래가 활발한 12월 인도분 은 선물 가격은 하루 동안 6.1% 하락해 온스당 55.88달러(약 7만5000원)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6월 24일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률이자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종가였다.

같은 날 금값의 하락률은 1.7%에 그쳤다.

새뮤얼슨 사장은 “높은 물가 지표가 증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으며 이 과정에서 금과 은도 일시적인 매도 압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 불안이 진정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두 귀금속 가격이 빠르게 반등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은과 금 가격은 15일 동반 상승했고 은값은 16일에도 소폭 올랐다. 그러나 은값의 주간 하락률은 여전히 6%를 웃돌았다.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는 은 수요 회복 변수

단기적인 가격 약세에도 은의 장기적인 산업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이 확대되면서 전력망과 데이터 전송 설비에 사용되는 은의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X ETF의 트레버 예이츠 선임 투자분석가는 스마트그리드 인프라와 데이터 전송 분야의 투자가 은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산업을 향후 수년 동안 은 수요를 확대할 성장 동력으로 평가했다.

은의 산업적 활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실물 은 시장은 올해까지 6년 연속 공급 부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이츠 분석가는 단기적으로 은값의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글로벌X ETF가 2027년 귀금속 시장을 점차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은값이 세계경제의 부담을 반영하는 동시에 AI와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산업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산업 수요 증가가 은값을 뒷받침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