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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3D프린팅-上]44시간 만에 차 한 대 '뚝딱'…3D프린팅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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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3D프린팅-上]44시간 만에 차 한 대 '뚝딱'…3D프린팅이 뭐길래?

3D프린터로 만든 전기자동차 스트라티(출처:로컬모터스)이미지 확대보기
3D프린터로 만든 전기자동차 스트라티(출처:로컬모터스)
[글로벌이코노믹 박관훈 기자] 올해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빼앗은 자동차가 있다. 미국 자동차 기업 '로컬모터스'가 3D프린터를 이용해 44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전기자동차 '스트라티(Strati)'다. 스트라티는 전기모터와 타이어, 배터리 등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품(보디·섀시·콘솔 등)을 3D프린터로 만들었다.

스트라티의 부품수는 단 49개에 불과한데 일반적으로 차 한 대에 약 2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부품수를 400분의 1로 줄인 셈이다. 로컬모터스가 부품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차체 대부분을 단 하나의 재료를 이용해 3D프린터로 한꺼번에 인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제품 제작·디자인 개발 등에 쓰이던 기술…미래 산업 거점 기술로 '우뚝'

3D프린팅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 매우 생소했다. 그러다가 최근 21세기의 연금술 내지는 신성장 동력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다룰 수 있는 소재도 플라스틱 계통에서 금속, 섬유, 음식, 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그러면서 3D프린팅이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3D프린팅이 새롭게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이미 80년대에 대량생산을 하기 전에 시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됐던 기술이다. 3D프린터라는 말도 이미 모델 제작 업계에서 사용한지 몇 십년이 지난 래피드 프로토타이핑(RP) 머신을 지칭하는 대중적인 단어에 불과하다. 지금까지는 시제품이나 디자인개발 영역에서 사용됐던 3D프린팅 기술이 산업거점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3D프린팅이란 분말이나 액체형 재료를 설계도면에 따라 차곡차곡 쌓는 방법으로 제품을 찍어내는 기술이다. 레이저나 전자빔 등으로 재료를 녹이거나 굳히면서 원하는 모양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흔히 보는 프린터는 컴퓨터로 작업한 문서를 평면의 종이에 인쇄한다. 일반적인 프린터가 2D라면 3D프린터는 말 그대로 3D로 설계된 도면을 입체적으로 출력하는 것이다.

3D프린터는 자동차, 패션, 항공 분야 등에서 주로 시제품이나 부품 만들기에 사용되고 있다. 인공 치아나 인공 뼈, 인공 관절 등의 보형물을 만들기도 한다. 인공 신장이나 피부 조직, 귀처럼 재건 성형 분야에도 활용된다.

시장조사기관 월러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세계 3D프린터 시장규모는 2016년에는 31억 달러 2021년까지 10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부품 경량화·친환경 생산공정"…자동차 업계 3D프린팅 활용해 기술 한계 극복


3D프린팅 기술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제조업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 산업에도 이미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3D프린팅은 완성차 부품 등 각종 시제품의 제작비용과 시간 절감은 물론 다품종 소량 생산, 고객 맞춤형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 부품의 경량화와 생산공정의 친환경화를 실현중에 있다.

기존의 생산 기술을 적용하여 경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소재를 써야 하는데 자동차 부품의 생산공정에서는 신소재를 사용하면 생산 과정이 복잡해진다. 또한 제품을 만들 때 공정에 따라서 만들 수 없는 형상이나 다룰 수 없는 재료가 있는데 3D프린팅 기술은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부품을 경량화하기 위해서는 속을 완전히 비운 부품 형상이 나와야 하는데 과거에는 이런 부품의 실현이 쉽지 않았다. 즉 자동차에 들어가는 친환경부품에는 차체 구조 지탱 범퍼처럼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로 외벽만 있고 내부는 비어있는 형태의 부품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기존의 사출가공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3D프린팅을 이용하면 이것이 가능하다.

3D프린팅 기술과 반대되는 개념이 깎기이다. 그런데 복잡한 구조물은 전체를 한 번에 깎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전체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깎은 뒤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3D프린팅을 이용하면 아주 복잡한 구조물도 통째로 제작할 수 있다.

또한 3D프린팅 기술은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가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자동차의 모델과 옵션이 다양해지고 커스터마이징이나 연비 향상 문제 등으로 부품은 경량화되고 특수소재가 들어가는 등 기술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공정이 복잡해져 제품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한 예로 특수차량 부품은 대량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양산시스템에서 소량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와 같이 3D프린팅을 활용하면 시제품뿐만이 아니라 일부제품의 양산 개념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로써 제조공정을 고도화하고, 제품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 [자동차와 3D프린팅-下]에서 계속
박관훈 기자 o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