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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 "경제민주화, 한국서 하기엔 설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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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교수 "경제민주화, 한국서 하기엔 설익었다"

[글로벌이코노믹 유은영 기자] "대기업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노동자자주기업 만들면 회사 성과 오히려 낮아져"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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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와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핫이슈 ‘재벌개혁’의 칼끝은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정치권은 대기업을 개혁하지 않고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보고 대기업의 부정적 행태로 꼽히는 탈법, 편법적 부의 세습, 불공정 갑을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사회 양극화해소를 위한 ‘경제민주화’로 대변되는 재벌개혁.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은 탐탁찮다. 대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이끌어온 한국 경제의 특성을 일거에 무시한 처사, 포퓰리즘에 편승한 대권획득 노림수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사진)는 “대기업 개혁은 오너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꾼다는 것인데 한국에선 아직 일러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국에선 왜 안 되는가.

-오너체제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면 몇 년 안 가 회사가 ‘거덜’난다.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나라 도덕수준이 미숙해서다. 전문경영인은 남의 회사를 맡아 자기 것처럼 경영해야 하고 돈이 벌리면 그 돈을 회사에 고스란히 돌려줘야 하는데, 한국의 도덕수준이 그 정도 수준에 다다랐나? 아니라고 본다.

도덕수준 미숙이 경영성과와 관련돼 드러난 증거가 있나.

-예를 들어 종업원지주제도(ESOP, 종업원들이 자기회사 주식을 취득하고 보유하는 제도)를 도입한 회사의 경우 미국은 종업원 주식보유 비율이 높아지면 회사의 경영 성과가 높아지지만 한국은 오히려 낮아진다. 이것만 봐도 전반적인 도덕수준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일본은 돼도 한국은 안 된다. 아직까지는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통째 맡아 경영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대기업의 편법적 부의 세습을 끊어내려 하고 있다.

-오너 2, 3, 4세와 전문경영인은 두 가지가 비교된다. 경영 관련 지식과 노하우는 전문경영인 쪽이 낫다. 하지만 태도 면에선 오너 2세를 따라갈 수 없다. 실력은 전문경영인이 낫지만 ‘이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겠느냐’의 태도 문제는 오너가 훨씬 낫다.
조선 해운사들은 오너의 경영실력이 미숙해서 구조조정을 받고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대안은 전문경영인에게 실제 경영을 맡기고 오너 2, 3, 4세가 감독하는 구조로 가는 것인데 경제민주화는 그것도 용납 안 하지 않나.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지향점은 재벌에게서 지분을 빼앗아 노동자자주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회사가 망한다.

재벌개혁도 경제침체기를 벗어나려는 일종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이 있나.

-재벌기업들, 대기업들이 쇠퇴기로 접어들고 있다. 쇠퇴기는 뭔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어떤 사업을 죽이고 어떤 사업을 살릴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선택을 전문경영인이 할 수 있겠나? ‘덜 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이 때에 경제민주화는 한 걸음 더 경제를 후퇴시킬 뿐이다.

유은영 기자 yesor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