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7일 이 회장의 부당합병 의혹 상고에 대해 기각 판결
이 회장, 4년 10개월만에 사법리스크 해소…경영 걸림돌 해소
해외 활동 비롯해 M&A 등 신사업서 삼성 살리기 본격화 전망
이 회장, 4년 10개월만에 사법리스크 해소…경영 걸림돌 해소
해외 활동 비롯해 M&A 등 신사업서 삼성 살리기 본격화 전망

대법원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부당하게 합병했다는 혐의로 상고한 검찰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로써 이 회장은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에 완전히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경영의 걸림돌이었던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무력화되면서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를 살리기 위한 이 회장의 행보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동에서 개최된 상고심에서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회장에 대해 검사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주요 쟁점은 2015년 단행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부당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였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햇수로 10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 회장의 무죄 선고에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석구 상의 조사본부장은 논평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밝혔고 이상철 경총 홍보실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국발 관세 문제, 저성장 고착화 등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도 "삼성그룹이 첨단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글로벌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통상 갈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전략적 투자·개발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탈피로 향후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비롯해 투자 등 이 회장의 '뉴삼성' 비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리스크는 그 동안 이 회장의 경영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었다. 5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연루되면서 이 회장이 참석한 재판만 100여차례에 달했고 재판참석을 이유로 해외활동에도 지장을 받아왔다. 이 회장이 적극적인 경영에 나서지 못하면서 삼성전자는 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데 이어 주력 분야인 반도체에선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마저 내줬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모바일 사업은 애플과 여전히 1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함께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M&A)도 8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로봇을 비롯해 인공지능(AI)·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전개 중이어서 M&A가 필수적이다.
이 회장은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2심 무죄 선고 이후 점차 그룹 경영 행보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심 선고 후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5000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5월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를 2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 인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사법리스크에서 탈피한 만큼 글로벌 행보도 가속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이 회장은 중국과 일본, 미국 등을 잇달아 방문한 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글로벌 재계 사교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와 신성장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도 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5년에 걸친 충실한 심리를 통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법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