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30)] MZ세대, 명품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구매한다

공유
1

[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30)] MZ세대, 명품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구매한다

소비를 이끄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가 온라인 지면의 핵심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이 세대의 키워드는 요즘 들어 부쩍 뉴스나 지면을 통해 자주 보이는 트렌드의 중심이며 그 자체가 상징이다.

그만큼 MZ세대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영향력 또한 큰 세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들의 특별한 '명품' 사랑에 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명품은 태생부터 명품이었던 브랜드와 그들에게 선택되어 새롭게 주목받는 명품으로 나뉠 수 있는데 그들은 신명품과 구명품으로 구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구명품은 에루샤 즉, 에르메스(Hermès), 루이비통(louis vuitton), 샤넬(Chanel)의 앞글자를 줄인 명칭이며 대중적으로 흔히 아는 오랜 시간 인정받고 사랑받은 전통의 명품들이다. 신명품은 현대적인 패션, 동시대의 감각을 대변한다는 컨템포러리(동시대의 의미, Contemporary) 브랜드로 불리기도 한다.
샤넬 팩토리 5 컬렉션(좌), 샤넬 클래식 맥시 핸드백(우) ⓒ 샤넬이미지 확대보기
샤넬 팩토리 5 컬렉션(좌), 샤넬 클래식 맥시 핸드백(우) ⓒ 샤넬

구명품 브랜드 중에서 MZ 세대를 사로잡은 대표적인 브랜드는 샤넬(Chanel)이다. 그들의 가치는 MZ 세대에게도 여전히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미니 백(Minibag)과 향수(Perfume), 코스메틱(Cosmetics) 같은 셀럽(Celebrity) 위주의 제품들이 MZ 세대에게 크게 어필했다. 심지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도 등록된 향수와 화장품은 접근성이 더욱 낮아졌고 샤넬 특유의 한정된 스타일 때문에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 포스터(좌) ⓒ 에르메스, 애플워치 에르메스 시리즈 (우) ⓒ 애플이미지 확대보기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 포스터(좌) ⓒ 에르메스, 애플워치 에르메스 시리즈 (우) ⓒ 애플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 역시 MZ 세대를 위한 의미 있는 이벤트와 그들의 격에 맞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으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 5월 성수동 디뮤지엄(대림문화재단)에서 “에르메스, 가방 이야기”를 개최하며 세대를 초월한 헤리티지(Heritage)와 역사 속에 깃든 노하우와 디자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접하기 힘든 명품이 아닌 애플워치와 같은 일상 속의 명품을 지향하는 그들의 차세대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최고의 재료, 최고의 방법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장인답게 새로운 소비자인 MZ 세대에게 그들의 헤리티지를 역설하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 모두를 상징하는 에르메스 가방의 창의성과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모험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루이비통 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33.4% 증가한 1조468억 원, 영업이익은 1519억 원(176.7%)을 기록했다. 명품에 관심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MZ 세대가 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명품은 매장이 10개 정도라면 루이비통 매장은 평균 3배 이상으로 매장 자체가 많아 접근성이 높은 점과 경험을 중시하는 그들의 취향에 부합했던 소위 힙(Hip)한 코드라는 점이다. 또한 과감한 어필과 새로운 디자인 라인업도 눈에 띄는 대목으로 보인다. 루이비통은 그들의 시그니쳐 컬러인 브라운과 로고의 조합이 전통적이고 올드하기 때문에 MZ 세대에게 어필하기 힘든 사실을 간파하여 과감하게 L과 V를 새로 조합한 제품을 선보였다. 키플 XS처럼 심플하고 귀여운 느낌의 시그니처 문양을 활용한 제품과 아티카퓌신(Artycapucines)같은 장르를 뛰어넘는 감각적인 제품은 젊은 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 외의 명품 브랜드중 눈여겨볼 트렌드는 구찌(Gucci)와 발렌시아가(Balenciaga),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이다.
루이비통 키폴 XS(좌), 루이비통 아티카퓌신(우) ⓒ 루이비통이미지 확대보기
루이비통 키폴 XS(좌), 루이비통 아티카퓌신(우) ⓒ 루이비통

구찌(Gucci)의 경우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로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젊은 감각의 새로운 구찌 라인업은 MZ 세대를 그야말로 저격했고 소비로까지 이끌 수 있었다. 특히 구찌 로고가 크게 배치된 티셔츠와 어글리 슈즈(Ugly Shoes)에 그들은 열광했고 지갑, 클러치, 미니 백 등 다채로운 상품군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특별하게도 이 브랜드는 한국의 10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역설적으로 다른 세대 소비자에겐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진 것도 사실이다. 소위 ‘일진’ 이미지와 인기에 편승한 유사 제품과 가짜가 기승을 부린 것도 유명세에 따른 반작용으로 볼 수 있겠다.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스니커즈(Sneakers)의 신기원 스피드 러너(Speed runner) 한 제품으로 한국 시장을 휩쓸었다. 양말과 신발이 결합한 형태의 독특한 형태의 스니커즈는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많은 셀럽(Celebrity)들이 신으면서 익숙해졌고 결국 대박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명품 구매 플랫폼 트렌비에 따르면 전년 대비 스너커즈 품목은 단일 품목만 166% 이상 성장했고 명품 구매 건수 또한 해마다 증가하는데 롯데멤버스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대비 7.5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검정 볼캡에 발렌시아가 로고가 심플하게 배치된 볼캡 또한 MZ 세대에게 인기가 많아서 기본아이템처럼 여겨지기에 이르렀으며 인스타그램(Instagram) 셀럽이나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독특한 형태의 가방은 소위 힙한 필수 아이템이라고도 한다.

이태원 구찌 가옥 내부(좌), 구찌 플래시 트랙 스니커즈(우) ⓒ 구찌이미지 확대보기
이태원 구찌 가옥 내부(좌), 구찌 플래시 트랙 스니커즈(우) ⓒ 구찌

발렌시아가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명품 핸드백이나 의류는 현실적으로 MZ 세대가 접근하기 힘들지만, 스니커즈는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무엇보다 사용자 타겟팅과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MZ 세대는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돋보이게 할 수 있으면서 기존 명품 대비 부담이 적은 신명품 계열의 브랜드를 대체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 보인다. 포트나이트 게임과의 콜라보 역시 같은 개념이다.

이밖에도 메종 키츠네(Maison-Kitsune)는 명품 특유의 무거운 느낌이 들지는 않으면서 포멀(Formal)한 프레피 룩(Preppy Look, 미국의 상류층 학생들이 주로 입는 단정 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 중심의 컨템포러리(요즘 유행하는 패션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고 이른바‘독일군 신발’, ‘타비 슈즈’, ‘스티치’로 대변되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는 상반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혜성 같은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한때 취향 저격이란 말로 브랜드를 대변했던 아미(Ami) 역시 파리지앵(Parisien)의 감성을 담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친구처럼 편한 아이템으로 특히 MZ 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스피드러너(좌) 포트나이트(우) ⓒ 발렌시아가이미지 확대보기
스피드러너(좌) 포트나이트(우) ⓒ 발렌시아가

MZ 세대가 선택한 신명품의 특징에서 브랜딩과 제품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

첫째, 센스있는 로고
둘째, 꾸민 듯 안 꾸민 듯 모호함
셋째, 접근 가능한 가격대

코로나 시대에 MZ 세대는 줌(Zoom)과 같은 비대면 프로그램의 아이콘에서 센스있는 로고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선택한 명품 역시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콘으로 기성세대와 구별되며 그들만의 소통 방식으로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면서 동 세대의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젊은 감각의 위트있는 요소까지 담고 있는 결이 다른 시그니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것은 세대 타겟팅이나 포지셔닝에 있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