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되어 추는 춤」에서 저자는 황해도 <화관무>가 한국전 이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고 만개해서 무형문화재가 될 때까지의 과정을 이론적 근거와 실기 연희적 학습 과정을 거처, 정신과 기교룰 계승한 후학과 연구자들의 논문과 구술 과정을 거쳐 문화재청에서 공인되는 감동의 스토리를 냉정하게 중심을 잡아가며 소설적 흥미로까지 확장한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2021년 12월 3일 ‘더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화관무보존회 전승교육사 차지언이 춤을 추고, 양종승 전)이북5도위원회 문화재위원이 특강하면서 입증되었다.


이 책은 차지언의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재구성되어있다. 저자는 지속적 후속 연구를 통해 화관무 전승 역사의 체계를 정립하고 우리 춤의 근본과 원리를 탐구할 것을 밝힌다. 김진환, 김정순, 김나연이 스승 민천석의 긴 행보 기록에 동참했다. 민천식은 제자 차지언의 모친 김나연(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 명예보유자)과 김정순(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예능보유자), 김실자(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예능보유자)등을 조련했었다. 따라서 이 저술의 상당 부분이 민천식의 <화관무>에 얽힌 예술적 삶과 방식에 집중되어 있다.
민천식(1898~1967)은 당대 최고의 예인이었다. 황해도 사리원 출신으로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부유했던 어린 시절 부모의 권유로 우연히 배운 봉산탈춤을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 황해도지역을 거점으로 권번 ‘예기 교육’을 맡아 이왕직아악부에서 학습한 궁중 예술의 체계를 보급했고, 황해도지역 전통예술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그가 일제강점기, 한국전의 혼돈과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해서탈춤 복원과 전통예술 전승에 일생을 바첬기 때문에 <화관무>가 전승되었다. 인천국악원을 설립한 민천식은 좁은 사무실에서 종이 먼지가 온몸에 뒤엉킨 채 탈을 만들고 채록본 녹음을 위해 밤새워 대본을 쓰고 음악을 정리했다. 봉산탈춤의 연희체계 구축을 위한 복원작업에 전념하였다. 그 노력으로 봉산탈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1967)되며 ’놀량 창과 사자마부‘의 예능 보유자가 되지만, 예능보유자 인정서를 받던 날 돌연 타계했다.
그의 수제자 김나연은 1939년 황해도 연백군 출생으로 혜성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어린이 유희단에 선발되며 무용을 시작했다. 한국전 발발로 부모와 함께 월남하여 인천에 정착한 그녀는 중학교 진학과 함께 당시 그 유명한 민천식 선생의 인천국악원을 찾아가 선생의 문하생이 되고 사제의 연을 맺는다. 중·고교 시절 내내 고전무용 발표회 등 학생부 공연의 중심에 섰던 그녀는 이 시기에 공연을 연습하던 성인반의 김실자, 김정순과 인연을 맺는다.
결혼을 앞두고 김나연은 남편의 지원으로 작은 한옥에 무용연구소를 개소하였고 결혼 후 운영하다가 자녀교육과 내조를 위해 연구소 운영을 중단한다. 춤에 대한 열정으로 공백기를 뛰어넘어 다시 무대에 선다. 스승의 춤을 잊지 못한 그녀는 인천을 거점으로 스승의 춤을 복원하고 전승한다. 스승을 그리며 전승 체계를 정립한 노력으로 2011년 8월 1일 황해도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 예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녀의 스승 존경의 마음이 유실 위기의 황해도지역 전통춤 복원의 씨앗이 되었다.
차지언은 지금까지 화관무의 기원과 내력을 탐구하면서,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민천식의 화관무를 대상으로 전통춤으로서의 역사성을 규명하고 춤의 구성과 춤사위 분석을 토대로 사상성을 도출하였다. 현재까지도 무용사적 측면에서의 화관무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는 다소 미진하다. 전통춤으로서의 화관무의 역사성에 관한 연구는 물론 춤의 전반적인 구조 분석과 사상성 등에 관한 연구 또한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임인년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동란 이후 72년을 맞이하고 있다. 스승 민천식을 기억하는 제자들에게 커다란 산이었다. 스승의 춤추는 모습은 한 마리의 새 이거나, 웅장한 나무 같기도 했다. 커다란 용을 종이로 만들어 송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용춤을 추던 스승의 그 멋진 춤을 못 배워서 전승을 못한 것이 한(恨)이 된 김정순 김나연 두 분은 버선발 손동작 하나까지 기억에 떠올리며 여전히 스승을 기리고 있다. 저술은 <화관무>의 진정성을 예증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색채와 흑백으로 실내 공연 사진(인천계양문화회관,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국립국악원 예악당, 국립극장 하늘극장), 실외(남산한옥마을, 단양 생태 체육공원)를 적절하게 수록하여 책 사진으로 넣고 1장) 화관무의 기원과 전개 2장) 예인 민천식의 삶과 황해도 화관무 3장) 김나연에 의한 전승 현황과 계승자들 4장) 민천식 화관무의 음악 5장) 민천식 화관무의 복색 6장) 민천식 화관무의 사상성으로 구체적으로 연구적 틀을 짠다. 책은 화관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키면서, 금세 빠져들게 만드는 편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1장) 화관무의 기원과 전개(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 민천식 화관무의 전승 양상, 민천식 화관무의 완성) 2장) 예인 민천식의 삶과 황해도 화관무(성장기, 예인으로서의 활동기, 해주와 개성 활동기, 남한 정착기) 3장) 김나연에 의한 전승 현황과 계승자들(김나연에 의한 전승, 전승 계보) 4장) 민천식 화관무의 음악(특성, 장단의 구성(도드리장단, 타령장단, 굿거리장단) 5장) 민천식 화관무의 복색(한삼과 몽두리, 한삼, 화관, 비녀, 댕기) 6장) 민천식 화관무의 사상성(이론적 배경, 춤사위, 무도공간 구성)으로 세부적 갈래를 갖는다.
민천식의 <화관무>는 신무용 계열의 창작무용이 아니라 기원적 의미에서 발생과 전승의 과정까지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춤이다. 차지언은 민천식 <화관무>의 전승 양상을 탐구하여 전통춤으로서 역사성을 제시, 동양사상 기반의 춤사위와 ‘무도 공간’ 분석을 통해 이론체계를 규명함으로써, 전통춤 <화관무>의 역사적· 사상적 특성을 파악해내는 데에 집중했다. 저술의 목적 달성을 위해 1) 전통춤으로서의 민천식 <화관무>의 역사성 정립 2) 민천식 <화관무>의 구성 요소을 분석과 표현양식 규명, 3) 전통춤의 근원적 특성 및 의식 토대의 사상성 분석이다.

「꽃이 되어 추는 춤」은 한국의 전통춤이 고대 부족국가의 제천의식에서 기원했고, 궁중춤과 민속춤이라는 두 갈래의 양상으로 전승되었다고 밝힌다. 고려말 이후로 궁중과 교방의 활발한 교류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궁중과 지역 교방과의 교류 과정에 관한 탐구는 3장 이후 진행한 해주 권번 기반의 민천식 <화관무> 전승 양상의 근거와 논리적 타당성을 제시한다. 2절의 궁중과 교방의 교류 분석은 민천식 <화관무>의 흐름과 정착 배경 요인을 입증한다.
차지언은 “민천식 <화관무>는 발생의 지역적 기반은 황해도 해주지역을 근거로 하고 양식적 기반은 궁중과 교방의 교류 과정을 근거로 하여, 일제강점기 권번의 조직적 활동에 편승하여 형식적 완성을 거둔 산물이다.”라고 정의한다. 원로 국악인 김진환(예명 김뻑국)도 스승 민천식을 “장구를 치면 장구가 울고, 북을 치면 북이 울고, 발디딤이 기가 막혔지.” “춤과 소리는 물론 못 다루는 악기도 없고 노래 가사를 쓰고 공연 대본까지 척척 만들어내었지. 우리네랑은 차원이 다른 천재”라고 표현한다. 민천식은 가무악 역량, 예술혼, 인품까지 훌륭했다.
민천식 <화관무>는 해주지역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기생조합인 권번의 형성으로 조직적 연희가 가능했던 시대적 배경을 가진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민천식 <화관무>가 가진 ‘지역 교방문 화의 전승’이라는 문화적 특성으로써 그 설명이 가능하다. 해방 이후의 연행상황, 한국전 이후 남한에서 정착되어 현재 화관무의 전승 기반이 되었던 시기와 황해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전승 체계 및 연희양상의 변화, 그리고 현재 전승의 흐름에 관한 정리 등을 통해 민천식 <화관무>의 형식적 특성들이 구체화하였다.
한편 민천식 <화관무>의 안무자인 민천식의 생애를 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성장기, 예인으로서의 활동기, 해주와 개성의 권번 활동기, 남한 정착기로 시대별로 분류하여 탐구하고 그의 예술적 활동도 살펴보면서 예인 민천식의 예술적 행보와 그 내면의 사상적 인식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고해졌다. 민천식은 신지식인으로서 현실을 자각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하며 그의 춤 세계를 구축했다. 전통예술 계승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서탈춤 및 황해도지역 전통예술 복원작업에 몰두하였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계승된 산물 중 하나인 민천식 <화관무>는 우주와 인간의 세계를 하나로 보는 인간중심의 우주론적 사상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나아가 우주와 인간 세계와의 결합을 춤사위를 통해 구체화했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사상성을 정립하였다. 이렇듯 민천식의 <화관무>는 만물의 중심은 인간이며 인간중심 세계의 구축이 바로 인간이 염원하는 현실의 이상향이다. 민천식 <화관무>의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삼현육각의 악기 구성으로 해서 지방 특유의 피리 음색을 강조한 서도 풍류곡을 음악의 기반으로 하고 장단의 변화에 따른 춤의 변화에 특징을 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무복은 궁중 형식의 몽두리와 원삼, 황해도 지방의 혼례복을 토대로 발전하였다. 그 색의 조합 또한 궁중의 오방색과 민속의 색동이 조화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화관의 역사적 활용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화관의 상징적 의미가 화관무에 반영되어 우리 전통춤의 기원과 동일시되는 전개 양상을 통시(洞視)하였다.
민천식 <화관무>의 춤사위는 호흡이 주가 되는 상 ․ 하체의 조화로운 움직임으로 춤사위가 구성되었고, 그 전반에 걸쳐 경 ․ 중 ․ 동․ 정의 원리가 잘 구현되어 있다. 특히 궁중정재의 규칙성과 절제된 움직임에 민속적 표현인 활달한 한삼의 뿌림이 균형 있게 안배되어 안무 되어있다. 민천식의 <화관무>는 춤사위 구조와 형식의 변화 기준을 장단에 두었다. 도드리장단, 타령장단, 굿거리장단으로 구분하여 각 장단에 내재한 사상과 양식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더불어 무도 공간의 활용변화에 투영된 사상성을 대형구조의 일무적 구성과 음양오행의 무도 공간 활용으로 나누어 분석함으로써, 각각에 내재한 궁중무와 민속무의 교합 양상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민천식 <화관무>의 춤사위와 무도 공간을 그 대상으로 설정하여 전통춤의 근원적 특성과 심성 및 의식을 토대로 사상성을 분석하였다. 분석의 대상이 되는 주요 이론적 배경으로는 우보, 음양오행, 태극, 천원지방, 육합, 삼재 등의 동양사상을 들 수 있다. 특히 이와 기의 대립적이면서도 상보적인 특성, 이와 기의 교류와 조화에 따른 창 조성, 이와 기의 결합에서 기보다 이를 중시하는 규범성 등은 민천식 화관무 내에서 궁중무와 민속무가 지닌 양상과 매우 가깝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한편, 민천식 <화관무>의 <화관무>로서의 본격적인 시작과 전개의 과정이 우리나라에서 성리학의 전래 및 발전과정과 겹친다는 사실이 예술로서의 민천식 화관무에 미친 이기론의 사상적 영향력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한 향후의 연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천식의 <화관무>는 민족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조상들의 사고가 지역적 풍습과 어우러져 발생한 춤이다. 춤에 내재한 근본 사상은 국가의 태평이며, 궁극적 목적은 백성의 평안을 강구하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 존엄의 심성이 근본임을 보여준다. 민족의 정서와 심상을 담아 조화롭게 표현된 민천식 화관무에 나타난 사상성을 동양사상에 근거하여 규명하고 명확한 근본 원리의 체계를 확인함으로써, 전통춤으로서의 예술적 가치를 확립할 수 있었다. 향후 이러한 근본적 체계와 사상적 원리의 연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전통춤의 예술적 가치를 확립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황해도 해주에서 토착화된 <화관무>는 민천식의 안무로 재탄생하여 전승 구도를 구축했다. 분단 이후엔 남한 사회에 정착하며 이를 계승한 무용가들에 의해 현재의 전승 체계를 갖추면서 전승 구도를 확립하였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화관무의 역사성 및 전승 양상 그리고 민천식 <화관무>의 형성 요소와 춤사위 분석을 통한 사상성 연구는 황해도 무형문화재 제4호 <화관무>의 전통춤으로서의 역사성을 규명하고, 지역적 특색을 담은 교장의 춤으로서 그 예술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음에 의미를 둔다.
<화관무>는 우리 민족공동체의 염원과 함께 태동하였다는 역사체계와 민족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내재한 의미 및 우주의 생성과 순환의 원리를 인식의 기반으로 하여 사상성을 확립했음에 큰 의의를 둔다. 차지언은 <화관무>에 관한 지속적 탐색과 고찰로 민천식의 <화관무>를 중심으로 역사적 전개와 변용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토대로 민천식 <화관무>의 전통성 확립과 전승의 확장성을 위한 후속 연구가 꾸준히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