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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리더십-5] ‘사람’은 ‘뉴 삼성’의 최대 역점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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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리더십-5] ‘사람’은 ‘뉴 삼성’의 최대 역점 테마

삼성 회장 이재용의 ‘뉴 삼성 리더십’ ⑤
창업·선대회장 때부터 ‘바이오’·‘메디컬’ 사업 육성 의지
이재용 부회장도 미래 유망사업으로 적극 키우겠다 밝혀
원격진료 시작, 계열사 역량 통합해 ‘인프라 서비스’ 구축
‘사람의 일생과 함께하는 삼성’ 위한 큰그림 그려 나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2016년 뜨거운 관심 속에 탄생했다가 안타까운 사고로 사라졌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당시까지 삼성이 축적한 최첨단 기술의 상당수가 탑재되어 주목을 끌었던 갤력시노트7 출시에 맞춰 삼성전자는 주목할만한 앱을 내놓았다. 스마트폰 원격진료의 사전 단계에 해당하는 건강 전문가와의 1대1 상담 기능이 포함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S헬스 5.0’이 주인공이었다.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원거리에 있는 환자에게 의사가 의료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원격진료는 지난 1999년 정부의 시범사업을 통해 허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 20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내용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일부 시민단체와 의사협회 등의 반대에 부딪치며 번번이 좌절됐다.

이런 가운데 2020년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의료 서비스 공백 사태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2월 24일 전화 진료·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부터 허가를 취득한 혈압 측정 앱을 출시한 데 이어, 5월에 역시 식약처로부터 허가 받은 심전도 측정 앱도 선보였다.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다.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치열하지만, 원격진료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과거와 달리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도 그동안 준비해왔던 ‘헬스’ 사업에 더 많은 신경을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와 전자 등에 집중되어 있으나 삼성에게 있어 ‘헬스’는 장기간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숙원사업이다.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자연농원(현 에버랜드)를 설립해 ‘유전공학’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고,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을 세워 유전공학과 의료사업을 시작했다. 이건희 선대 회장 때에는 의료기기와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 CMO(위탁생산), 의약품 연구개발·제조·도소매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서울삼성병원을 만들면서 병원을 관리하는 삼성의료원을 설립해 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2013년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삼성의 ‘비전2020’에도 미래 신수종 사업군에 ‘메디칼’을 명시해 전략적으로 양성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이 분야 사업을 2020년대 삼성의 전략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지난 2018년 8월 삼성은 정부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에 맞춰 3년 동안 18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되어 25조원을 투입하는 신사업분야에 AI(인공지능)과 5G, 전장부품과 함께 ‘바이오’가 포함되었다. 올해 5월 발표한 삼성의 450조원 규모의 대단위 투자계획에도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가 비중있는 사업으로 분류해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1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4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해 ‘바이오 초격차’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헬스’에는 ‘바이오’와 ‘유전공학’과 ‘메디칼’이 모두 포함되는 광의의 개념이다. 더 나아가 그가 추구하는 ‘뉴 삼성’에서 ‘헬스’는 융합으로 대표되는 수직통합의 포문을 여는 핵심 개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봤듯이 삼성은 전자·IT와 함께 건설·육해상 플랜트·조선 등 중화학 부문과 보험 등 금융업, 바이오·의료기기, 아파트·건물·호텔·에버랜드·패션 등 주거 및 여가 부문 등 다방면의 계열사가 한 지붕 아래에 있다. 전혀 다른 분야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공통어는 바로 ‘헬스’다.

1인 가족이 증가하면서 아파트와 빌라 등의 주거시설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단절 없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요가 늘고 있다.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가족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 사무실과 공장, 호텔 등의 공간은 물론, 바다 위에서 장기간 항해하는 선박, 플랜트 등에서도 갑작스러운 대형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원격의료 시스템의 필요성은 늘 제기되어 왔다.

‘유병장수’로 대표되는 노령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한 금융 서비스도 핵심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병원도 내원 환자에게만 서비스하는 것을 넘어 원거리에 있는 환자에게 외연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지 오래다. 각 전문분야별로 특화되어 있는 병원간 협업도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

의료기기는 최첨단 성능은 아니더라도 환자의 위급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능과 크기 등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현장에 구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각각의 네트워크는 빅 데이터와 IoT(사물인터넷), AI, 5G 네트워크 등을 적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구현할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향후 도시 개발 사업은 이러한 토털 헬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삼성의 계열사군은 이러한 원격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모든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사업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계열사가 통합해 추진하지만 개방형으로 만든다면 제3자 서비스들의 참여까지 유도해 소위 말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헬스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9년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 영상을 통해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 기술혁신이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하자.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일생과 함께 하는 삼성’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