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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뚫는 '프로젝트 프리덤' 가동…브렌트유 123달러 치솟자 트럼프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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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뚫는 '프로젝트 프리덤' 가동…브렌트유 123달러 치솟자 트럼프 승부수

미 중부사령부, 구축함·무인기·병력 1만 5000명 투입해 2000척 억류 선박 탈출 지원
군함 직접 호위 빠진 '반쪽 작전' 우려 속 이란과 협상도 병행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페르시아만에 두 달 넘게 발이 묶인 2000여 척의 선박을 풀어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수가 마침내 시작됐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3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고립된 중립국 선박들의 통과를 지원하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4일(현지시각) 아침부터 개시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적 지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협 봉쇄를 유지하려는 이란을 압박하고 고공행진 중인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한 강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축함·무인기·병력 1만 5000명 투입…그러나 직접 호위는 '제외'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군사적 지원 수단으로 유도 미사일 구축함, 100대 이상의 육·해상 기반 항공기, 무인 플랫폼, 그리고 1만 5000명의 병력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우리가 해상 봉쇄를 유지하는 동시에 이 방어적 임무를 지원하는 것은 역내 안보와 세계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작전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은 처음부터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미국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는 미 해군 군함이 선박을 직접 호위하는 방식은 포함돼 있지 않으며, 국가들과 보험사, 해운 관련 기관들이 참여해 해협 통과를 조율하는 일종의 '협조 체계'에 가깝다.

유럽 외교관들과 선주들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선박 운항을 재개하려다 실패했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군함 호위 없이 단순한 협조 체계만으로는 해협 상황을 크게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선박 이동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상황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과 기업, 국가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인도적 과정에 어떠한 방해라도 있다면 강력한 무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2000척·선원 2만명 표류…브렌트유 123달러·유가 폭등에 중간선거 비상

이번 작전의 배경에는 에너지 위기가 미국 내 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팎과 페르시아만 일대에 갇혀 있는 상선은 2000척 이상이며, 해당 선박에 탑승한 선원은 최소 2만 명에 달한다.

선박 중에는 유조선·가스 운반선이 약 1200척으로 절반 이상이며, 곡물·철광석 등을 실은 벌크선이 약 600척, 컨테이너선이 200척 수준이다.

인도 선원 노조 측은 일부 선박에서 식량과 식수가 부족해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통신 장애로 가족과의 연락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들은 수출길이 막히자 원유를 저장할 공간마저 바닥나기 시작했고, 대규모 감산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과 백악관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충격은 수치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4일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2달러(약 18만 1809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9.21달러(약 16만 746원)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로 배럴당 17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가 중동에서 들어오는 데다 수입 원유의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여서 봉쇄에 따른 타격은 직접적이다.

5월 1일 현재 페르시아만 해역에 머무는 한국인 선원은 총 161명이며, 국내 해운사 선박 26척이 여전히 해협 내측에 갇혀 있다. 이들 26척에서 하루 총 143만 달러(약 21억 원)의 손실이 매일 발생하고 있으며, 5월 말까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누적 피해액은 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계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유가 변동성이 커졌다는 부분이고, 물류에 어려움이 생기게 되면 우리의 수출입 물류 일정에도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약 7개월분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대응 역량은 충분하다고 당국은 밝혔다.

협상과 압박 병행…이란 14개항 종전안에 미국 답변 전달


군사적 압박과 동시에 외교 무대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이번 조치는 이란이 '선(先) 종전 및 후(後) 핵 협상'을 골자로 하는 14개항 종전안을 제시하고 미국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전달한 직후 나온 것으로, 협상과 군사적 압박이 병행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과 매우 긍정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동시에 이란의 최근 평화안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NAB)의 전략가 로드리고 카트릴은 블룸버그에 "세부 사항에 항상 문제가 도사리고 있지만,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수급과 선박운항 체계, 항만 연계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군함 직접 호위가 빠진 채 조율 협조 체계에 머물고 있는 이번 작전이 이란의 실질적 저항을 뚫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외교 협상의 지렛대로만 기능할지가 앞으로 수주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