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는 기업과 비트코인 투자 논쟁, 그 진짜 이유는 ‘유동성 확보’문제
기업에 중요한 건 '언제든 쓸 수 있는 돈'
기업에 중요한 건 '언제든 쓸 수 있는 돈'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 아스와스 다모다란 교수는 최근 발표한 ‘기업의 현금과 비트코인 투자’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와 비트코인 투자 위험성을 짚으며, 다수 기업에선 비트코인 투자가 적절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
다모다란 교수는 “현실에서는 기업이 자본을 언제든 적당한 가격에 조달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 현금 보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금은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폭등 등 위험에 대비하는 ‘완충과 완충의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2025년 7월 기준으로 전 세계 비금융 서비스 기업들은 약 11조 4000억 달러의 현금과 유가증권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 비트코인, 현금 대체 가능성
다모다란 교수는 “비트코인은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르내려서, 기업이 긴급하게 써야 할 현금의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가가 폭락하는 시기에는 비트코인도 함께 값이 떨어지기 쉬운데, 다모다란 교수는 이를 “자동차 충격완화장치(쇼크업소버) 대신 폴짝 뛰는 포고스틱을 단 것만큼 위험하다”고 비교했다.
이 말은 자동차가 평소에 잘 달릴 수 있고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 때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지만, 큰 충격이 닥치면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즉, 포고스틱처럼 튀는 비트코인을 긴급 상황에서 기업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안전장치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경고다.
또한,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회사의 본래 실적과 무관한 요인으로 주가가 출렁이며, 경영자가 언제 사고팔지 정확히 알기 힘들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들이 현금을 주주에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돌려주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극히 드문 예외
2020년부터 현금 대부분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올해 비트코인 약 44만 6400개를 보유한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주요 사례다. 2025년 7월 기준 시총 1000억 달러(약 137조 7000억 원)을 돌파했다. 다모다란 교수는 “이 회사는 경영진에게 비트코인 가격 흐름과 투자 타이밍을 잘 판단한다는 신뢰가 있고, 주주도 이를 받아들여 특수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반면 “대부분 기업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면 불필요한 위험을 떠안고,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며 “상장사라면 비트코인 투자 결정 시 주주 승인과 거래 내역 공개, 시가 평가 기준 정비처럼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저금리·환율 변동이 커져 전통적 현금 투자 수익이 떨어진 가운데 디지털 자산 관심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현금 대신 운용하는 것은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선도 기업 사례만으로 전면 확산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