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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투자자 울리는 주가 조작 세력, 국세청 세무조사로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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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투자자 울리는 주가 조작 세력, 국세청 세무조사로 뿌리 뽑는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이미지 확대보기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상장기업의 주식 거래에 대해 소액 주주들이 토론하는 방에는 회사를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개미 투자자들이 남긴 하소연이 많다.

'관련 매출이 발생한 곳이 거의 없는데 신성장 업종을 사업으로 추가한다고 해 2차 전지에 투자했는데 전부 거짓말이라네요'라며 허위 공시 시세조종 세력을 믿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의 푸념들이 적지 않다. '기업사냥꾼이 횡령해서 회삿돈 빼가는데 어떻게 버티나요', '결국 상장폐지 되어 휴지 조각이 되었네요. 기업사냥꾼이 사채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금융사기 아닌가요' 등 기업 사냥꾼에게 피해를 본 소액 주주들의 글도 있다. 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는데, 배당은 없고 회장님 급여만 잔뜩 올랐다니 허탈하네요', '오너 2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더니 그 회사는 몇 년 만에 급성장하고, 우리 주가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네요' 등 기업 이익 사유화를 한탄하는 소액주주도 있다.

이처럼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을 울리는 주가조작, 먹튀 기업사냥꾼, 상장기업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등의 사례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재발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마침내 국세청이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 27개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29일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이들의 뿌리뽑기에 나선 것이다. 조사대상 기업 대부분은 기업사냥꾼들 탓에 주식거래가 정지되거나 상장폐지되고, 거래가 재개된 기업이더라도 주가가 인수 전 대비 86% 하락하는 등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허위공시에 따른 주가 폭등과 폭락한 기업을 대상으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사진=국세청 이미지 확대보기
허위공시에 따른 주가 폭등과 폭락한 기업을 대상으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들어갔다.사진=국세청

이번에 세무조사를 받는 A사는 한국 장외시장에 등록된 내국 법인이다. 이 회사는 전기차 부품 상장 B사를 인수해 신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거짓으로 홍보하면서 주가를 동시에 인위로 띄웠다. 실제로는 주식을 소량인 5%만 매입하는 등 실질 인수 의사는 없었다. A 사는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한 B 사 주식을 시장에 전량 매도하고, 동시에 A 사 사주도 일부 매도하면서 수십억 원의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ㅗ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은 신고하지도 않았다.

신사업 기대감에 오른 B사 주가는 신사업이 허위 사실로 밝혀지자 반토막이 났다.이 때문에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국세청은 허위 홍보 등에 따른 주식 양도차익 소득 신고 누락 등에 대해 엄정하게 세무조사해 관련 세금을 추징할 예정이다.

C사는 자동차 부품 등을 제조하는 상장 법인으로 기업사냥꾼의 제물이 된 기업이다. 기업사냥꾼 D씨는 사채 자금을 빌려 수백억 원에 인수한 후, 입주 사실이 없는 D씨 소유의 빌딩에 입주한 것처럼 꾸며 임차료 수억 원을 지급하는 등 사익을 거뒀다. D씨는 기업 자금을 빼돌릴 목적으로 친인척이나 지인을 직원으로 거짓으로 꾸며 가공 급여를 받거나 거짓 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용역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자금을 부당 유출했다. C사는 기업 자금 사익 편취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로 주가가 인수하기 전 대비 50%가량 떨어지면서 소액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

기업 자금 유출 목적으로 가공 급여·거짓 용역비·허위 임차료 등으로 탈세를 한 기업과 기업사냥꾼을 엄정하게 세무조사하고 불법 소득에 대한 세금도 추징할 예정이다.

주식시장은 공정하고 투명해야 발전할 수 있고 소액투자자들 자본을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허위 공시를 이용한 주가 조작이나 기업 사냥꾼의 탈세, 지배주주의 사익편취는 주식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잡풀과 같다. 특히 기업사냥꾼들은 인수회사의 알짜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팔아치우고, 투자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려 인수한 기업을 문자그대로 '알맹이 없는 회사', '껍데기만의 회사'로 만들어 버리는 만큼 우리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을 끼친다. 투자자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고, 종업원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게 거리에 나앉게 됐다. 시세조종 세력과 기업사냥꾼들은 뿌리를 뽑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들은 제거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국세청이 시작한 이들 탈세 세무조사에 투자자들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