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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열문화가 바뀌어야 한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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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서열문화가 바뀌어야 한국이 산다

▲안도현데카트롱코리아이사
▲안도현데카트롱코리아이사
최근 방영되고 있는 MBC 오락프로그램 ‘진짜사나이’가 화제다. 계급에 맞는 역할이 있고, 선임과 후임으로 나누어져서 군대 문화에 적응하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생긴다. 선후임의 서열을 몰라보고 말의 존칭이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질문을 하거나 대답을 하면 보통 ‘개념’이 없다는 말을 한다. 또한, 조직의 시스템에서 개념 없이 행동하는 훈련병들은 집단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선임병과 간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동기들간의 우정과 우애가 중요하며 후임은 선임에 의한 관리의 대상이 된다. 이런 서열문화는 한국 군대의 ‘상명하복’ 개념으로 모든 사회에 영향을 끼친다.
반면, 방송에서 보는 미국과 서양의 군대에서 모습은 직책 중심으로 사병들간에는 특별한 서열이 없으며, 개인의 이름과 업무 중심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친다. 이는 외국기업에서도 유사하다. 외국회사의 직급은 director, manager로 통일되며, 개인의 역량을 구분하는 서열이라기보다는 관리체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이라도 빠르게 조직의 의사결정과 판단에 참여하며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군대를 지배하는 서열문화는 기업의 기수문화와 서열문화로 연결되기도 한다. 필자는 국내 대기업, 공무원, 공공기관, 외국계회사를 다닌 경험이 있어 이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기업의 외국인들이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는 이 보이지 않는 서열과 순위 문화였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을 위한 결제단계에서 직접 결정권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회의시간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이 한국의 보이지 않는 계급문화에서는 매우 개념이 없거나 생각이 없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한국 회사의 외국 직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왜 한국사람들은 처음 만남에 나이를 직접 물어보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사전 조사를 통해 한국의 서열문화에서 서열을 정해 직급급여서열을 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조직문화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기수와 직급으로 나누어져서 고참의 역할을 하거나 신입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서열문화는 빠른 의사결정과 목표를 위한 과거 관리식 기업문화에서 필연적이었을지 모르나, 최근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서는 자유로운 의사개진과 수평적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소비의 중심이 글로벌의 젊은 층으로 변하고 있고, 빠르게 글로벌 환경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창의적이지 못한 사고의 경직은 분명 경쟁력에서 뒤쳐질 것이다.

정답은 따로 없지만, 유연성은 필요하고 그 유연성을 위한 준비는 서열문화를 어떻게 없앨까 하는 문제다. 절대 군대, 학교에서의 서열문화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결코 기업의 서열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정, 나이, 학교, 회사, 사회, 공직사회 등 한국문화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을 위한 무조건적인 복종과 강요문화를 없애야 한국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서열문화의 변화 없이 문화적 개방성(Cultural Openness)은 이질적인 거리감을 두는 또 다른 장벽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고질적인 서열문화를 바꾸는 것은 구소련의 11학년제처럼 한 한교에서 학년과 나이를 초월하여 능력에 따른 자유로운 학급편성과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은 학교 서열의 개편과, 기수와 동기 문화를 강조하지 않는 미국식 훈련소 제도를 통해 기업의 순혈적 기수문화와 서열문화를 없애는 등의 채용에서 승진까지 다양한 변화의 노력들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프랑스 스포츠유통기업 옥시란 그룹은 올해 사업비전 선포식에서 중국의 젊은 인력의 창의성과 추진력을 강조하며 중국 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매장인 데카트롱에서도 25세의 여성 점장도 탄생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창의적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이들에게 기수나 나이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이와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한국 기업문화에서는 20대의 관리자는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서열과 형식을 탈피한 새로운 도전과 창의력으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지식을 전달하기에 효율적인 한국의 서열문화가 지금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치열한 세계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인 한국인과 한국기업의 외국인의 상상력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안도현 데카트롱 코리아 이사(옥시란 그룹 프랑스 대형 스포츠 유통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