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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진단] 진보진영의 '입시폐지 및 대학평준화' 방안은 올바른가…수능이 만악의 근원도 아니며,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이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기사입력 : 2016.12.07 10:14 (최종수정 2016.12.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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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회 중부대 교수
안선회 중부대 교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진보진영의 교수들이 줄곧 주장해온 대입제도 대안은 '현행 수능 형태의 대학입시를 폐지하고 내신을 포함한 대학입학자격고사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자격고사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2년제 단일 '전국국립교양대학'을 설립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초중등교육이 사교육으로부터 해방되고 공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네트워크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대학네트워크는 학생을 공동선발하여 추첨배정하자고 한다. 대학네트워크에 포함되지 않는 대학은 독립적으로 선발할 수 있다. 대학네트워크는 2년(정경훈은 1년 반) 동안의 교양대학을 거친 뒤에, 교양대학 이수학생들의 학점성적과 논술고사와 면접 등으로 상급대학입시를 정한다는 방안이다. 학제 개편은 '2-5-5-2-3'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교양대학)성적 20% + 바칼로레아식 논술 30% + 적성 및 꿈 40% + 인성 10%'로 평가하여 전공대학을 배정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학학생부종합전형' 또는 '대학입학사정관제'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독립사립대학과 사립명문대와 서울대가 이 제도로 들어올 경우 입시는 완전 폐지된다'는 것이다(심광현, 2016; 정경훈, 2016; 이도흠, 2016).

이제껏 대입제도에 관한 연구를 적지 않게 해왔다고 자부하는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울 지경이다. 실현되기 어려운 환상에 가깝다고 판단한다. 정권을 장악하여 강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이주호 전 장관의 '대입3단계 자율화 방안'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학사정관제 100% 달성'의 아류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런 판단의 근거를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문제의 원인 분석이 잘못되었으며, 그에 따라 정책대안의 방향도 틀렸다. 수능이 만악의 근원도 아니며, 입학사정관에 의한 정성평가가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이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아니 거꾸로 가장 우파적이며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방안이다. 진보진영이 교육에서만큼은 거꾸로 돌진, 우향우 돌격을 감행하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최순실이 환영할 일이다. 진보진영의 이념적 지향성과 명백하게 충돌하는 방안이다. 이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 확대의 결과 서울 주요 사립대학을 상류층 학생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밝힌 바와 같다.

둘째,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미국의 입학사정관전형보다 휠씬 더 우파적인 자유주의정책이다. 미국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한국의 학생부 내신에 해당하는 GPA만이 아니라, 대입자격시험인 SAT와 ACT, AP(대학 과목 선이수제), IB디플로마 등 다양한 공인점수를 반영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이나 논술 등 객관적인 성적을 배제하고 오직 학생부 위주의 전형으로 변질되고 있다. 적극적 차별정책으로서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니라면,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보다 더 왜곡되고 타락한 입학사정관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변형 형태인 일종의 '대학학생부종합전형'을 추진한다는 것은 전혀 진보적인 정책이 아니다.

셋째, '(교양대학)성적 20% + 바칼로레아식 논술 30% + 적성 및 꿈 40% + 인성 10%' 평가 방식에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찾기 어렵다. 또 다른 블랙박스입시가 재현될 뿐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인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과 같이, 일종의 '대학학생부종합전형' 또는 '대학입학사정관제' 역시 온갖 대입 부정과 비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현행 대입제도에서는 어떤 비리나 부정도 불법이 아니라 합법이다. 명백한 부정입학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전형으로 둔갑한다. 그것을 규제할 방법도 사실상 전무(全無)하다. 이 제도에서 제2, 제3의 정유라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하겠는가?

넷째, 이 방안으로는 결코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단계에서부터 '(교양대학)성적 20% + 바칼로레아식 논술 30% + 적성 및 꿈 40% + 인성 10%' 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사교육프로젝트가 고비용으로 전면 확대될 것이다. 그것도 교양대학 시기까지 더 길어지고 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다. 전형요소가 많아지기에 사교육 대비요소도 증가할 것이다. 바칼로레아식 논술과 적성 및 꿈 그리고 인성 대비 특별프로그램이 개발 운영될 것이다.

다섯째, '국립교양대학'과 연계된 입시제도 개혁방안은 대학입시 경쟁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6개월 동안 유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이 방안은 입시폐지 방안이 아니라 대입유보 방안이며, 2년 후 진행되는 상급대학 입시강화방안이기도 하다. 교양대학 시기의 성적처리 방식에 따른 논란(절대평가와 상대평가), 교양대학 시기의 성적 경쟁 심화, 대학과 전공 선택을 위한 입시경쟁 심화, 대학과 전공을 둘러싼 서열화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여섯째, 현재 상태보다 대학에 나타나는 계층간 불평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특기자전형 확대의 결과 서울 주요 사립대학을 상류층 학생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교양대학 시기까지 확대되면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아니라고 우길 수는 있겠지만, 앞서 인용한 통계를 보고서도 과연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

일곱째, 이 방안은 철저하게 대학교수의 구미에 맞는 정책으로서 다수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끌어내기 어렵다. 달리 말하면, 초·중등교육의 파이를 좀 줄이고 고등교육의 파이를 더 늘리자는 주장을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다. 초·중등교육은 12년에서 10년으로 줄이고, 대학교육은 4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지원자는 자격고사만 보게 하고 모두 다 받아들이자는 주장이다. 심지어 대학원 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수반되어 있다. 대학은 시간강사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겠지만, 초·중·고등학교는 교원 구조조정, 비정규직 교원 증가, 학교 통폐합 등으로 큰 혼란과 갈등에 빠질 것이다.

여덟째, 이 방안은 의도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대입전형에서의 대학교수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고등학생에 대한 교사의 지도력(권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을 지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대학입학을 좌우하는 내신성적 평가 권한과 학생부 기록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공교육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고 언론사 댓글을 인용하면 '교육자의 절대권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된다. 고교 교사의 학생지도력은 약화되고, 교양대학과 상급대학의 교수가 '(교양대학)성적 20% + 바칼로레아식 논술 30% + 적성 및 꿈 40% + 인성 10%' 평가권한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대학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상상이 되지 않는가?

아홉째, 진보진영의 교육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단순하여 복잡한 정책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 적어도 대학은 법률이나 정책으로 뚝딱뚝딱 고칠 수 있는 단순한 체제가 아니다. 진보진영이 보는 현실은 객관적인 현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관점, 편견이 투영된 왜곡된 현실이다. '독립사립대학과 사립명문대와 서울대가 이 제도로 들어올 경우 입시는 완전 폐지된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그 이상이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의미한 언어유희다. 솔직히 표현하면 '말장난'이라는 것이다. 마치 마르크스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이상사회상처럼 공허하고 실현이 불가능하다. 마르크스가 다시 태어나도 이 방안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열째, '입시폐지 및 대학 평준화' 방안에는 교육력 신장, 교육의 책무성 신장에 대한 방안을 찾기 어렵다. 수능과 논술(필자는 대학별 논술을 반대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공동논술이나 논술형 수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은 학교 밖 평가이기 때문에 고교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교교육 내실화를 위한 간접적인 촉진 기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교육의 책무성을 확인하거나 높이기가 불가능한 전형이다. 다만, 학생부에 교사가 기록하는 것으로 증빙될 뿐이다. 그런데 그 기록의 신뢰성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 그 결과, 현재 고등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점차 저하되고 있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서울지역 혁신고등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지고 있는 사실이다. 충분히 대학교육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만 있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학의 교육력과 교육책무성을 높일 것이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교육의 부실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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