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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상전을 꾸짖은 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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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상전을 꾸짖은 여종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2092)]

▲을사오적이근택에게여종은크게꾸짖었다./그림이무성한국화가
▲을사오적이근택에게여종은크게꾸짖었다./그림이무성한국화가
[글로벌이코노믹=김영조 문화전문기자]
“이근택아, 너는 대신이 되어 나라의 은혜를 크게 입었는데 나라가 위태로운데도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도리어 다행히 죽음을 면했다고 자랑하느냐? 너는 참으로 개만도 못한 놈이다. 내가 비록 천한 사람이지만 어찌 개의 종이야 될 수 있겠느냐? 내 힘이 약해서 너를 두 동강이로 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다. 나는 다시 옛 주인에게 돌아가겠다.”

위는 조선 말기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을사오적의 하나인 이근택(李根澤, 1865∼1919)의 여종이 이근택을 크게 꾸짖은 말입니다. 이 여종은 을사늑약에 끝까지 반대하다 파면되었던 한규설의 종이었는데 한규설의 딸이 이근택의 아들과 혼인할 때 따라간 교전비(轎前婢)였지요.
그런데 이근택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와 을사늑약 체결과정을 이야기하며 “나는 다행히 죽음을 모면했다.”라며 자랑스럽게 말하자 부엌에 있던 여종이 이 말을 듣고 식칼을 들고 나와 호통을 쳤던 것이지요. 이런 내용은 조선 말기 황현(黃玹)이 1864년(고종 1)부터 1910년까지 47년 동안을 기록한 책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나옵니다. 나라를 팔아먹는데 앞장섰던 상전을 꾸짖을 수 있는 기개를 이 시대의 우리도 닮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