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진단] 어떻게 천민교육을 깨고,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17-01-0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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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회 중부대 교수
부정입학과 부정학사관리를 주도한 교수들이 체포되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정유라가 체포되었다. 2016년 마지막 날에는 경향신문에 "학교생활기록부 만들어 드립니다" 교육업체 강사의 양심고백이 상세히 제시되었다. 심지어 동아일보마저 새해 첫날 기획기사에서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 모집 비중이 커지며 대학 입학은 갈수록 정보력과 경제력을 쥔 상류층이 주도하는 게임판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떤 학원강사는 필자에게 학원이나 컨설턴트가 노골적으로 "학생부를 조작해 드립니다"고 학부모에게 접근한다고 귀띔한다.

교육선발이 천민화되고 있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은 이미 상류계층이 장악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 배려자를 위한 일부의 학생부종합전형만이 그 취지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서류·면접에서의 불공정은 이미 많이 드러난 바 있다. 그리고 이제 특목고·자사고에서의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마저 비교과와 서류·면접 비중이 커지면서 불공정선발의 조짐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교육선발의 공정성이 파괴되고 있다. 일부 대학, 일부 고교는 상류층이 장악하고 사회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불평등교육체제로 기능하고 있다. 일부 대학과 일부 고교가 천민교육의 상징, 그 결과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교육은 이미 공평한 교육이 아니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이 상류층에게 장악된 것을 드러내는 대학생 소득분위 수치는 이미 필자가 칼럼으로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추천서 내용을 '창조'한 한 교사는 필자에게 "완전히 정의로운 학생으로 만들어서 합격시켰다"고 부끄럽게 말한다. 또 다른 교사는 "(자소서나 추천서를) 사실대로 쓰면 합격이 안 되는 데 어떡하나요?"라며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학생·학부모들 역시 다른 사람들도 하니까 자신들도 이 부풀리기와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말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한국교육이 이렇게 썩어가고 있다. 어떤 분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가장 악랄하고 안하무인적인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일부 고교는 심지어 교사들이 함께 나서서 학생부를 조작하고, 비교과 실적을 뻥튀기하고 있다. 필자 역시 현재 이 제도는 미국식의 입학사정관제보다 형편없는 '타락한 입학사정관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금 우리의 일부 대학과 일부 고교가 천민교육의 상징, 그 결과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교육을 일부 입학사정관 집단과 일부 교원집단 그리고 극소수의 최순실류 상류층이 계속 옹호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교육은 이미 공정한 교육도, 공평한 교육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정성은 출발선에서의 평등, 경쟁 조건이나 기회에서의 평등, 그리고 과정에서의 균등한 대우를 의미한다. 공평성은 더 나아가 경쟁 결과의 합리적 불평등을 강조하고 지향한다. 공평성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인 차별을 통해 합리적 불평등을 의도하고, 그 합리적 불평등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공평성은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정성과 공평성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교육선발, 우리 교육은 공정하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 현재의 우리 교육선발, 우리 교육의 조건과 과정이 재능·노력·업적(기여)에 대해 공정하지도 않고, 교육선발과 교육의 결과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공평도 깔아 뭉게고 있다. 우리 교육선발이, 우리교육이 지금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제 교육선발, 교육의 공정성과 공평성 회복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이제 좀 더 공정과 공평을 모두 갖춘 정의로운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선발, 교육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천민교육을 깨고,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에서 시작해야 한다. 특기자전형도 혁신 대상이 되지만, 그 비중과 영향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교육선발을 중심으로 교육의 공정성과 공평성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그 첫째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통합하여 운영하되, 소논문을 비롯한 비교과와 서류·면접은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균형선발(계층균형, 지역균형, 약자배려) 외의 모든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통합하여 운영해야 한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소논문을 비롯한 비교과와 서류는 반영하지 않고, 면접도 최소화하거나 반영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사실상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학생부종합전형 이외의 일반적 학생부종합전형은 폐지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둘째, 학생부종합전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균형선발(계층균형, 지역균형, 약자배려)에만 적용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균형전형(계층균형, 지역균형 등)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방식 유지, 비교과, 자소서, 추천서, 면접 모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정성을 위해 비교과·서류·면접의 반영 비율은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공립대학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균형선발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선발 때만이 아니라 대학 재학 중에도 교육학습에 대한 추가 지원을 통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특기자전형·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조작 등에 대한 대입·고입부정 신고센타를 운영하고 그 운영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대학의 전형기준, 전형과정, 전형결과를 모두 공개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정입학이 확인되면 해당 대학에 대한 모든 재정지원을 금지하고 해당 연도에 주어진 재정지원금액도 환수 조치해야 한다.

넷째, 전국에 걸쳐 새로운 고교평준화 조치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일반고 그리고 특목고·자사고까지 포함한 대부분의 고등학교 학생배정을 교육감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선 복수지원, 후 추첨’ 방식으로 혁신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특수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영재학교, 마이스터고와 직업교육특성화고는 교육감의 사전동의와 검토를 거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예외조치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과거 1994학년도의 고교평준화조치가 대도시 중심의 획일적인 평준화조치였다면, 새로운 고교평준화 조치는 학생의 강점과 진로를 고려한 다양한 교육학습이 지원되고, 교육의 질이 충분히 향상되며, 그럼으로써 학생의 진로별 성장과 다양한 성공이 보장되는 학생중심의 정의롭고 미래지향형 고교평준화 제도여야 한다.

다섯째, 유초중등교육은 교육의 기회균등과 교육여건의 균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기본학력을 반드시 보장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모든 학생의 다양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결과적 교육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학교급에서 국가 수준이나 교육청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야 하고, 학생에 대한 개별화된 보상교육프로그램을 확대하며,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강점을 키울 수 있는 맞춤형 교수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위해 진정한 책임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여섯째, 초·중등학교에서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효과적인 교육지원,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지원,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진학 미취업 청년과 군 제대 청년에 대한 전면적인 교육복지, 학습복지 지원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미진학 미취업 청년과 군 제대 청년의 직업교육에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이 참여하여 기여할 수 있는 완결된 직업교육지원체제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한 청년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국가장학금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공정하고 공평한 교육의 완성은 교육혁신 노력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고용체제와 임금체제, 조세제도의 변화가 없이는 교육혁신 노력과 결과는 제약될 것이다. 그래서 올바르고 효과적인 교육혁신을 위해서라도 고용임금체제와 조제제도의 혁신, 학벌과 대학서열체제의 변화 혁신이 함께 요구된다.

하지만, 작지만 의미 있는 교육혁신 노력이 사회혁신을 촉진하고, 사회혁신이 다시 교육혁신을 지원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교육혁신과 사회혁신 모두 성공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질 것이다. 2017년 정유년이 국민이 정치를 혁신하고, 정치가 국민에게 큰 행복을 선사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2017년 정유년이 공정하고 공평한 정의교육 실현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 안선회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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