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 희미해진 한국지엠…새로운 마케팅 전략 필요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직후 우리 정부는 GM본사와 10년간 국내 공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한국지엠에 8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GM의 철수를 막았다. 그사이 비슷한 처지의 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는 아무런 지원 없이 '보릿고개'를 넘었다. 이름을 바꾸고 주인이 바뀌면서 나름의 자구안을 만들어 바닥을 찍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곧 의무 잔류기간이 만료되는 한국지엠은 여전히 브랜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현재 철수설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군산공장의 폐쇄는 미국의 경영실패에 따른 것이었다.
이후 GM은 꾸준히 쇠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지엠은 그런 본사만 쳐다봤다. 어떻게든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했다. 특별한 마케팅도 없고 브랜드만 믿고 소비자가 구매해주길 바라서는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미국 시장 판매가 호조를 보여서다. 그사이 내수시장에 소원했고, 결국 25%의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난국에 봉착했다. 한국지엠에서는 매년 50만 대 수준의 완성차를 만들고 있다. 이 중 2만여 대가 국내에서 소비되고 47만여 대가 수출된다. 이 중 90%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수출 물량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한국지엠 역할은 미국 GM의 하도급 공장에 불과하다. 이에 위기 때마다 철수설이 당연한 듯 출몰한다. 자체적인 생존 전략 마련이 시급했다. 아픔도 겪었고, 그 결과의 처참함도 충분히 지켜봤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현재까지도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양상이다. 최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을 매각하고 나섰다. 판매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갖고 있는 자산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방안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자체 생산 모델을 기대하기도 힘들고, 미래 계획도 확실치 않다. 여전히 미국GM의 하도급 업체로 본사의 해결책만을 바라보고 있다. 본사의 지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며 정체성이 더 모호해지는 것은 마케팅 전략을 의심해볼 일이다.
한때 차급별 1위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왔던 한국지엠이다. 독자적인 확고한 팬층으로 '시멘트 지지층'도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한국지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희미해졌다. 관세 문제 해결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하지만 내수판매 부진까지 정부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 더 이상 국민 혈세가 투입될 이유도 없다. 이제는 한국지엠의 홀로서기가 필요한 때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