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칼럼] 민영화와 전도된 시장원리

기사입력 : 2017-08-2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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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영 (주)한국프레이밍연구소 대표
신자유주의 자본가들의 노력으로 국민의 99%가 전파, 에너지, 도로, 등 공공재의 ​민영화를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으로 거꾸로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크게 네 가지 방법을 쓴다. 자급자족, 공짜, 교환, 뺏기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남의 것을 뺏는 것은 금지되어 있고, 나머지 세 가지 가운데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 ‘교환’이다. 시장이란 바로 이 교환(거래)이 일어나는 곳을 의미하며, 시장이 좋은이유는 공급자(판매자)나 수요자(소비자)가 서로 자유롭게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상호 선택 효과). 오늘날 인간의 욕구는 99% 이상이 시장을 통해서 충족되고 있다. 그러므로 시장 원리에 대한 인식은 경제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상식이 되어 마땅하다. 그런데 이 상식이 완전히 왜곡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시장 원리’의 원래 의미는 이렇다. 공급자가 많으면 어느 공급자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다른 공급자가 여전히 싸게 판다면 자신의 상품이 안 팔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자신의 원가 이하로 손해 보면서 팔 수 없기 때문에 원가 절감을 못 하는 공급자는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그 사업자는 자신이 가장 원가 절감을 잘할 수 있는 다른 분야에 힘쓰게 된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자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또 어떤 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상품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면 이윤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경쟁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공급자가 원활히 시장에 드나들게 되면서 시장 가격은 안정된다. 이때의 시장 가격을 자연 가격이라고 한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야 서로의 이기적인 목적 때문에 자연히 가격이 균형 잡힌다는 것이 이미 상식이 되어 있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이론이다. ‘경쟁’이라는 오른손과 ‘이기심’이라는 왼손이 함께 작용하여 자연스럽게 공정한 시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자(공급자)는 이윤을 크게 남기고 싶지만 기업 사이의 경쟁때문에 자연 가격이 형성되고, 그 자연 가격은 사회의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 원리’의 작동과 ‘보이지 않는 손’의 조율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기업(공급자) 간의 경쟁이다. 공급자 사이에 경쟁이 있어야 서로 많이 팔기 위해 같은 값이면 품질이나 서비스를 좋게 하려 할 것이고, 같은 품질이면 가격을 낮출 것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품질과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즉, 소비자의 선택권이 얼마나 커지느냐 하는 것이 시장 성공의 핵심 지표다. 시장 원리가 좋은 점은 오로지 소비자의 선택영역 범위와 다양성에 있는 것이다.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장 원리는 시장 원리가 아니다.

이런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것을 ‘시장의 실패’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실패가 ‘독과점’이다. 독과점 상태가 되면 소비자는 단지 한두 가지 상품이나 서비스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담합’까지 일어나면 소비자는 ‘봉’이 된다. M&A로 다른 경쟁 업체를 인수해도 마찬가지다. 끼워 팔기를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암묵적 담합’도 있다. 게다가 감독 기관이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담합’에 가세한다면 물가는 떨어질 수가 없다. 우리는 근래의 보도를 통해 이런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을 안다. 그러므로 한 사회(또는 국가)의 관리자는 이 시장에 들어와서 일일이 간섭할 필요가 없고 공급자 사이의 담합이나 연대(M&A) 등으로 경쟁이 사실상 없어지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면 된다.

운동 경기의 심판처럼 시장 거래의 규칙을 깨는 행위(거짓말, 사기, 불량품, 돈 떼먹기 등)를 엄정하게 감독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오히려 M&A(기업합병)를 미화하고 촉진함으로서 독과점을 조장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은 각종 산업단체(각종 협회, 전경련 은행연합회 등)와 민간기구(금융감독원 등)에 자신의 권한을 이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급자끼리의 담합에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로나 전기, 가스, 통신, 공항, 항만, 철도, 상하수도 등 필연적으로 독과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없게 되는데 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렇게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없어 ‘시장의 실패’가 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국가가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상품을 ‘공공재(公公財)’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공기업을 민간에 넘기는 행위(민영화)는 ‘시장의 실패’를 촉진하는 것이다.

민영화된 독과점 통신사들은 통신 상품을 복잡하고 잘게 나누고 그것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자신에게 무엇이 유리한지를 모르게 한다. 소비자보다 소비자가 한 통화 행위를 더 잘 아는 콜센터 텔러(통신사 직원이 아니지만 “여기 ○○텔레콤인데요.”라고 말을 한다)의 소개로 상품을 바꿨는데 월 통화료가 더 늘어날 때가 있다. 통화 요금이 많이 나와도 총 통화 건수와 시간만 알려주는 데다 요금이 미세하게 다르고 자주 바뀌는 복잡한 상품 가운데 자신이 가입한 상품이 무엇인지 알기도 힘들고 요금 계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는 과금이 잘못될 수 없다고 굳게 믿으며 다달이 통신사에서 가져가는 대로 용인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가 늘 알아서 자동 이체로 돈을 빼 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 사용량보다 5% 정도 높게 과금해도 그것을 알아챌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연체라도 되면 즉각 신용 불량자가 된다.

원래 55만원짜리 단말기(휴대폰)를 80만원짜리인데 20만원 깎아서 60만 원에 준다고 거짓말을 해도, 통신료에 휴대폰 가격이 반영됨에도 ‘공짜 폰’이라고 광고해도 그런 줄 알고 사야 한다. 휴대폰을 통신사가 끼워 파는 방식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휴대폰을 끼워 팔기 함으로써 통신사를 바꾸려면 휴대폰을 바꿔야 한다. 마치 도시 가스가 가스레인지를, 한국전력이 가전제품을, 도로공사가 승용차를 끼워 파는 행위와 같다. 그러면서 미국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미국이 어리석은 짓을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가.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졌으니 우리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가

통신망이나 인터넷망 같은 정보의 도로는 국가가 관리하고 그 도로를 이용하는 부가 사업자나 콘텐츠 사업자는 누구든지 참여하기 쉽게 해주어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친자본가 정책’은 소비자를 위한 ‘시장 원리’를 기업을 위한 논리로 바꾸어버렸다. 갖가지 규제와 인허가 제도를 만들어 소수의 대기업만이 장사를 하도록 해주는 정책이 ‘반시장 정책’이다. 심판(공정위, 금감위, 방통위 등)은 시장 규칙을 어기고 담합하여 가격을 올리는가 하면 소비자를 속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유해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엄벌하는 것이 의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맡긴다는 미명으로 시장의 실패를 조장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황순영 (주)한국프레이밍연구소 대표 황순영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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