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제강의 홈페이지(http://www.kobelco.co.jp/)를 열면 늘 변하지 않는 문구가 있다. 'KOBELCO의 3가지 약속'이라는 문구로 메인 페이지 최상단을 장식하고 있는데, 최근 고베제강의 스캔들과는 전혀 반대되는 내용이라 문구를 삭제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세부 사항으로 "우리는 관련 법령과 사내 규칙, 사회적 규범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높은 윤리관과 프로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공정하고 건전한 기업 활동을 한다"고 포부를 밝히며, "안전하고 안심적인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에 공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KOBELCO의 6가지 맹세'도 돋보인다. 1. 높은 윤리관과 프로 의식의 철저, 2. 우수한 제품·서비스의 제공, 3. 일하기 쉬운 직장 환경의 실현, 4. 지역 사회와의 공생, 5. 환경에의 공헌, 6. 이해 관계자의 존중"까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없는 격조 높은 내용이다.
여전히 고베제강의 부적절한 문제가 다양한 각도에서 보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령 준수 차원에서 위반한 것이 크지 않았다는데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순전히 일본 제조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성 추락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한 발언으로 전 세계 누구의 동의도 구할 수 없게 됐다.
단순한 컴플라이언스 위반이라면 더도 덜도 없이 법적인 죄를 추궁당하는 것으로 일단락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간의 배신행위라는 것으로 확대 해석되면 손해배상 책임 추궁과 함께 업계에서 축출당할 것은 자명하다. 리콜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현재로서는 두드러지게 목소리를 높이는 기업은 나오지 않았지만, 문제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냉정한 요구를 청구할 기업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일단 요구가 시작되면 동조하는 기업이 가세하게 되고, 사태는 도미노처럼 번질 것이라는 것도 상정할 수 있다.
17일에는 "미국 사법 당국으로부터 관련 자료의 제출 요구를 받은"것에 대해 전 세계 언론이 속보로 전했다. 이제 일본식의 헤아림과 측은지심이 가라앉지 않는 글로벌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서막이었을 뿐, 본격적인 드라마는 이제부터 막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