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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임시주총 일주일 앞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통과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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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임시주총 일주일 앞으로… "노조추천 사외이사 통과 난항"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오는 20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허인 KB국민은행장 선임 안건과 함께 KB금융 노동조합(이하 KB노조)이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이사의 이사회 참여 배제를 골자로 한 주주 제안서를 상정할 계획이다.

KB노조는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이사회 내 모든 위원회에 회장의 참여를 배제하는 정관변경을 제안했다. KB노조는 이를 위해 우리사주 등 KB금융 주식 92만2586주를 위임받았다.
사외이사 선임은 의결권 주식수 4분의 1 이상 참석, 참석주주 2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정관 개정은 이사 선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야 한다. 의결권 주식수 3분의 1 이상,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은행들과 금융지주는 행장이나 회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개입하는 등 KB금융과 비슷한 지배구조를 가져 금융권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번 임시주총에서 KB노조 측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높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은 국민연금이 9.68%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고 이어 JP모건 체이스가 6.6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전체 주주 중 외국인 지분은 약 68%에 달한다. 이들의 선택이 이번 주총의 안건을 좌우하는 셈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들은 지난 9일 국민은행 노조 측이 제안한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은 "계열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영향력을 약화하는 것은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뚜렷이 했다.

ISS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선임과 허인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국민은행장 내정)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에는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 같은 판단은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노조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13일 "외국인 투자자들 성향은 경영과 노조 사이에 선을 명확히 하는 편"이라며 "경영이 잘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개입한다면 경영에 간섭하는 듯한 시각을 가질 수 있어 이번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윤종규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노조의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3일 KB국민은행의 HR본부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는 윤 회장을 지난 9월 13일 업무방해 및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윤 회장의 입지를 흔들 만큼 사안이 심각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금융권 수장들이 각별히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다. 개인 비리부터 채용 비리까지 전 정권에서 성장한 금융권 CEO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채용비리 논란부터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금융감독원 인사청탁 의혹,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까지 금융권 수장들은 각종 의혹과 비리에 부담을 안고 있다. 사법당국의 칼끝이 연임된 금융권 수장을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파다한 만큼 어느 때보다 리더십과 도덕성이 중요한 시점이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