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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씨네 24] 세 영화 ‘돈 워리’ 히로인 루니 마라의 ‘마음을 애무하는’ 치명적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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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씨네 24] 세 영화 ‘돈 워리’ 히로인 루니 마라의 ‘마음을 애무하는’ 치명적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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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 마라’라고 하면 밀리지 않는 젊은 연기파 배우 중의 한 명이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캐롤(2015년)’에서는 제68회 칸 국제 영화제 여우상을 차지했다. 데이빗 핀처 감독에게는 ‘소셜네트워크(2010년)’ ‘밀레니엄: 여자를 사랑한 여자(2011년)’과 연달아 기용되었으며 스파이크 존즈 감독에게도 ‘그녀(2013년)’의 히로인으로 발탁됐다. 한국에는 아직 미공개지만 테렌스 멀릭 감독의 신작도 있고, ‘현대아메리카 영화의 뮤즈’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당찬 배우다.

하지만 그런 루니는 어느 쪽인가 하면 ‘쿨 뷰티’의 이미지는 있어도 ‘프리티 우먼’이나 ‘큐트 걸’의 인상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신작 ‘돈 워리, 히 원트 겟 파 온 풋(20180’의 루니 마라는 이런 선입견과 다리 정말 귀엽다. 천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사랑스러움을 내뿜으며 영화를 지탱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이런 면도 있었던가! 그런 행복한 한숨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상큼한 칵테일과 같은 여성상

‘돈 워리’는 풍자만화가 존 캘러핸의 반생을 그린 전기 작품이다. 알코올에 찌들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캘러핸은 술이 원인이 되어 교통사고를 당한다. 가슴 아래가 마비되어 휠체어 생활을 해야 하게 됐다. 이윽고 그는 비틀린 성격을 신랄한 유머로 변환하는 법을 익히고 풍자만화를 그려 자신을 표현해 나간다.

가스 반 산트 감독은 지금은 타계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이 실존인물 캘러핸 역을 맡아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윌리엄스와는 ‘굿 윌 헌팅(1997년)’때 함께 했으며 반 산트 감독은 캘러핸의 자전 영화화권을 획득한 윌리엄스와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에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반 산트는 고인의 유지를 잇는 모습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캘러핸 역의 주인공은 호아킨 피닉스로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마스터(2012년)’을 비롯한 리들리 스콧, M· 나이트 샤말란, 스파이크 존스, 우디 앨런, 잭 오디아루 등 기라성 같은 거장, 거물급 감독들과 함께한 경력이 있다. 피닉스는 이 작품에서도 누구보다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굴절과 순수함이 동거하는 캘러핸의 영혼의 행보를 조용한 유머를 구사하며 체현하는 모습은 특유의 흡인력이 있다.

이 주인공의 심신을 받치고 포옹하는 히로인 아누 역을 루니 마라는 연기한다. 아누는 캘러핸을 둘러싼 여러 여성들을 믹스해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그래서 루니의 모습도 예전과는 달리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알게 된다. 이 여배우에게는 투명하고 확실한 연기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매력을 난반사 할 수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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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마음을 애무하는 천사

아누는 우선 테라피스트(물리치료사)로서 캘러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평생 마비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는 주인공 앞에 마치 ‘슬픔이여 안녕(1957년)’ 진 세버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세실 커트’로 일세를 풍미한 것처럼 ‘쇼트커트’의 여자로 왕림한다.

짧은 머리, 그리고 민소매 셔츠의 경쾌한 원피스라는 것이 루니 마라의 숨겨진 소녀들을 부각시킨다. 실의의 구렁텅이에 빠진 캘러핸에게 접근해 ‘그래도 살 수 있을 거야’라는 표정으로 속삭이는 그녀는 섹시하기보다는 어쨌든 귀엽다.

한 걸음 삐끗하면 키스라도 해 버릴 것 같을 정도로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 가까이에 위험한 향기는 일절 감돌지 않고 단지 기분 좋은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오는 것처럼 마음이 애무된다. 그런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일단 안심해 버린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쉽지만, 이 심정은 사랑과는 별개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예를 들면 타향의 땅에서 길을 잃고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더니 의외로 상냥하게 대해줘 감동해 버린다는 그런 것에 가깝다.

어쩔 수 없이 불안할 때 분명 어딘가로 인도해 주는 존재는 상처받은 정신을 구원한다. 여기서 아누는 테라피스트이기 전에 그런 상징적인(하지만 아주 캐주얼하고 친근한) 포지션에서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다. 그 정경에서 풍기는 모습은 최상품의 갓 구은 과자 같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해 버리는 여성

몇 년 뒤 아누는 객실 승무원 차림으로 캐러핸과 재회한다. 우연이나 필연적으로 생각되지 않는 단지 운명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는 너무 기뻐할 정도로 당돌한 재등장. 캘러핸은 그 순간에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 아닐까.

여기서 아누는 테라피스트 시절과 달리 긴 머리를 휘날리며 눈부신 금빛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캘러핸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곱지만 연민의 감정이 더해진 느낌이다. 공중을 춤추는 천사에서 땅에 제대로 발을 디딘 (정신적으로) 연상의 여성으로 변신한 아누는 캘러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두근거림으로부터 생각의 발아에 이르는 성장과 딱 겹친다.

루니 마라는 아누에게 주체성을 보이지 않고 캘러핸에게 이상적인 여성으로 투철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줬다. 패션도 인상적으로 이 작품에서 아누로 분한 루니 마라는 코스프레 캐릭터처럼 사랑하는 관객이 있을 법할 정도로 멋지다. 분명 그녀는 앞으로도 연기의 길에 매진할 것이다.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일도 이제 곧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다시 이 작품에서 보여준 것 같은 좋은 의미로 ‘단지 귀여울 뿐’인 여성도 연기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비록 ‘남자의 망상’이라고 해도 이런 히로인이 은막 안에 존재하는 한 지구상의 누군가는 확실히 ‘앞으로도 살아가자’라고 생각할 것이니까. 올해 개인적으로 최우수 조연 여배우상은 돈트 월리의 루니 마라에게 주고 싶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