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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반도체 산업, '소재 국산화'에 일본 메이커 '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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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한국 반도체 산업, '소재 국산화'에 일본 메이커 '불안 확산'

일본 기업, 경계감과 불안감 동시에 표출…아베 정권 불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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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업계가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에 대한 노력을 경주함에 따라, 반도체 재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온 일본 업체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 이후 한국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에 대한 노력을 경주했다. 일제에 의존하기에는 리스크의 우려가 재차 인식되었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반도체 재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해 온 일본의 반도체 소재 업체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최대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는 7월부터 수출 통제가 강화된 3개 품목 중 반도체 회로를 만들기 위한 감광재 '포트레지스트'나 회로를 가공하는 약품 '불화수소'를 둘러싸고, 일본제 이외의 제품의 채용에 대해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물론 두 품목 모두 일부에 대해서는 이미 개별적으로 수출이 허용된 상태다. 하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출하가 인정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이 때문이 아니라도 일제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하는 것은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일본이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세계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다는 큰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전환되는 소재로부터 서서히 전환해 나간다면 한국이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실제 불화수소에 대해서는 한국 화학업체 솔브레인(SoulBrain)이 현재 건설 중인 새 공장에서 일본 제품에 필적하는 고순도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솔브레인 관계자에 따르면, 새 공장은 한국 정부가 신속하게 건설 신청을 승인한 결과, 올해 9월 말까지 완성시켜, 연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고순도의 불화수소에서 60%에 달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스텔라 케미파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한편 레지스트에 대해서 만큼은 삼성이 일제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일본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레지스트는 생산 공정에서부터 거의 모든 사용자가 지정되어 있으며,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세심한 조율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개월에서 2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레지스트 생산 업체 도쿄오카공업(東京応化工業)은 주장한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재팬의 이케다 아츠시(池田篤) 애널리스트도 기본 개발력을 갖는 데까지 수십 년 동안의 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참 메이커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 측의 부정적인 견해에 대해, 한국의 도약에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가속력을 위축시키려는 '설레발'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레지스트에 대해서도 최첨단 이외의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 메이커들도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며, 향후 정부의 조력이 따른다면 충분히 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이 선행하는 '3차원 NAND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는 극한의 회로 미세화는 필요하지 않다. 한국의 동진세미켐(Dongjin Semichem)이 삼성전자에 독점적으로 레지스트를 공급하는 것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 정부로부터 고액의 보조금에 의해서 레지스트에 대한 투자 리스크가 경감될 경우, 동진세미켐을 필두로 국내 메이커들이 최첨단 레지스트를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면, 도쿄오카(東京応化)나 JSR 등과도 충분히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 3개 품목 이외에도, 아베 정권의 대한(對韓) 수출 관리 엄격화에 따른 여파는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측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향후 수출 관리가 엄격화 될 품목이 증가할 것이라는 염려가 앞서면서, 일본의 점유율이 높은 실리콘 웨이퍼나 연마용 슬러리 등의 반도체 소재에 대해서도, 일본 업체에 앞당겨 출하하도록 한국 반도체 메이커로부터 요청이 오고 있다고 한다. 웨이퍼는 신에츠화학공업과 SUMCO가 세계 점유율의 60%를 쥐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메이커들은 1980년대에 NEC와 도시바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할 때 기술을 연마했다. 그리고 비교적 일찍부터 해외 업체에 침투하여, 근면하게 고객의 요구에 응대해 온 것이 높게 평가된 결과,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쇠퇴한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소재 국산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기술적인 진입 장벽과 소재를 만들기 위한 원료 공급망의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생각처럼 진전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 일본과의 분업 체제를 유지해 왔다.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이번 조치에 대해 "금수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의 공급망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으로 자국 업체들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 1위와 3위의 반도체 메이커(2018년 실적)를 앞세운 한국은, 일본의 소재 메이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VVIP(최상위 귀빈)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일본의 소재 메이커 사이에서는 한국이 국산화를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에 대해 "보디 블로(Body blow, 흉복부(胸腹部)에 가하는 타격)처럼 들린다"고 경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표시하고 있다. 향후 아베 정권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