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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나는 직원인가? 사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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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성장통]나는 직원인가? 사장인가?

미얀마 한국인 중간관리자의 활약과 패러독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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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전무님! 오래간만에 서울에 왔습니다. 찾아 뵈려고 합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반가운 목소리였다. 미얀마 양곤의 T사에서 근무중인 박철웅 대리(가명)다. 연수생으로 인연을 맺고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기에 나자마자 자기 일과 비전, 건강, 미얀마 전망 등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는 대화가 이어졌다.

미얀마의 열악한 전기전력사정으로 일어난 사건을 들었다. “지난해 이맘 때 전기 때문에 혼쭐이 난 일이 있었습니다. 누전으로 변전실이 고장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준비된 발전기 5대 중 1대가 과부하가 걸려 고장나는 최악의 정전 상황이었습니다. 제조 라인의 절반이 정지됐습니다. 겨우 복구된 시간이 밤 10시였습니다”

그 순간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박대리는 지난 2014년 9월 미얀마 1기로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에 참여했다. 한국에서 4개월 동안 인성교육과 미얀마어 초급과정을 마치고, 이듬해 1월 미얀마로 들어가 5개월 동안에 중급 이상의 현지어 공부를 마쳤다. 바로 이어 양곤에 있는 한국기업에 취업을 했으나 건강에 문제가 생겨 미얀마를 떠난 아픈 사연도 있었다. 한국에서 치료 소식은 가끔 들었다. 1년여가 지난 시점에 미얀마로 다시 간다고 찾아왔다. 의지를 갖고 찾아가는 모습이 대견했으나 안쓰러웠다

그가 지금 일하는 T사는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회사이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조해 제3국으로 수출한다. 근무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 앞서 말한 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잘 적응을 하고 이런 긴박한 경험을 말해 주었다.

워낙 긴박한 일이라 공장장과 본사에 우선 보고했다. 그리고, 정전 원인을 찾으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미얀마 BAGO주(州) 정부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지낸 덕분에 전력청장이 직접 찾아와 힘을 보태줬다.

내부 엔지니어를 소집하고 외부의 전문가들도 불러들여 머리를 맞대었다. 당장 최소한 복구에 중점을 두고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고 응급조치를 했다. 구조적인 문제는 뒤로 미뤘다. 다행히 밤 10시가 되니 일단 복구가 됐다. 다음 날부터는 모든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된 것이었다. 지금도 그 때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덕분에 공단에 있는 주변 공장에 소문이 자자해졌다고 한다. 워낙 전기 사정이 안 좋아서 늘 신경쓰는 편인데 의연하게 문제해결을 잘 했다는 것이다. 계획된 생산라인이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생산성에 중요한 요소다. 불가피해 보이는 고장이라도 예방활동은 물론이고 일이 생겼을 때 즉각 대응과 재발이 안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첫째는 현지어로 무장해 모든 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고, 라인에서 일하는 기능직원들의 심리적 안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 작동이 멈추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전기관련 엔지니어들을 소집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신속하게 찾는 데에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둘째는 짧은 시간에 회사 전반을 두루 대응하는 능력이었다.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무차원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논의하고 조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중간관리자로 폭넓은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미래의 적절한 시점에 미얀마의 열악한 전기전력산업에서 사업으로 이어질 부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기대한 말이다. 생필품분야에서 조금 더 나가면 공장만이 아닌 집안, 생활에서 쓰는 전기관련 용품이나 소재, 부품 등을 생산, 공급하는 일도 큰 사업거리가 될 것이라는 귀띔을 해 줬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그의 소감을 그대로 정리해서 올려본다.

“제조업에서 많은 일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공식으로는 총무, 공무, 재무, 회계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관리를 필두로 국민보험업무, 급여 지급과 월별 결산 등의 인사업무, 시설 보수, 기계 수리, 부품 발주, 구매의 공무업무, 자금 계획과 관리, 회계사관리 등 재무업무, 비품 관리와 비용 납부, 비자 발급과 연장, 항공권 구매 등의 총무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경찰서 및 소방서, 노동청 등 대관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관리본부장 정도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학교 시절 배운 경영학의 모든 것들을 여기서 다 해본다는 느낌입니다. 힘은 들지만 뿌듯합니다.

요즘 대한민국 청년들은 취업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큰 회사에 취업한 친구들도 적성에 안 맞는다고 금방 관두고 나오더라구요. 취업하기도 힘들고 취업해도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갑갑한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미얀마 근무를 추천합니다. 특히 본인 역량을 100%이상 펼쳐보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박대리, 미얀마 가지 말고 나하고 같이 전국 대학교 리크루팅하러 가자”며 한바탕 웃으며 자리를 마쳤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