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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가롭게 '기업 때리기' 할 때인가...기업 투자 없으면 성장-고용창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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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가롭게 '기업 때리기' 할 때인가...기업 투자 없으면 성장-고용창출 어려워

한경연, 韓 ‘더블딥’ 경고‧…지방거주민, 85.2% 전년比 지역 경제 악화
경제 절벽, 지방 곳곳에 불황 파고들어…여전한 정부의 反기업 정책
경제 현실 안이하게 바라보는 정부‧…‘기업 회생 골든타임 지나간다’
한가롭게 ‘대기업 때리기’나 ‘기업 총수’ 다스리기 할 때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1992년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한국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경제보복,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적 불확실성에 고용 악화와 내수 부진, 규제 강화 등 내부적 요인까지 겹쳐 경제 불씨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지나고 있지만 실망스런 경제지표는 한국 경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년 성적표'인 올해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 엔진 꺼진다...올 3분기 성장률 0.4%로 연간 2% ‘불투명’

우리나라는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3차례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적이 없다.

그나마 올해 4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97% 정도 증가해야 성장률 2% 달성이 가능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 보다 높은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지만 위기감이 휩싸여 있는 기업 분위기를 감안하면 회복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과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지만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는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일깨우지 못해 경제 활력 회복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7월 내놨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2.5%)보다 0.2% 포인트 낮춘 수치다. 한은은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수출이 개선되고 민간소비도 안정화 돼 내년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은 냉소적인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얘기다. 실제 산업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해외기관은 더욱 비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JP모건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우리 정부보다 0.1%포인트 낮게 잡았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IB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등은 각각 2.1%로 예측하고 있다.

◇기업 절반 "내년엔 긴축 경영"....'기업 투자 없으면 더블딥 수렁에 빠져'

국내 기업 현장 목소리도 정부 낙관론과 거리가 멀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현재 경기상황을 ‘장기형 불황’으로 보고 있으며 절반 가까이는 내년에 ‘긴축 경영’ 계획을 세웠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최근 주요 기업 20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현재 경기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 절반 이상인 64.6%가 ‘장기형 불황’이라고 대답했다. 내년 주된 경영계획 기조로는 응답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47.4%가 ‘긴축 경영’이라고 응답한 반면 ‘확대 경영’은 18.5%에 그쳤다. 내년 투자계획도 ‘축소’가 39.4%로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의 더블딥(double dip·연쇄 침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블딥은 침체되어 있던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가 다시 침체되는 이중 침체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경기가 회복된다는 경기 바닥론이 나오고 있으나 하방 리스크(경기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가 줄지 않을 경우 더블딥에 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과 인도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국내 수출이 다시 부진해지거나 기업 투자가 늘지 못하면 더블딥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게 한경연측 분석이다.

3분기 경제성장률도 0.4%에 그쳐 올해 연 2.0% 성장률 달성도 어려워졌다는 게 한경연의 판단이다.

◇지역경제도 '빨간 불'...지방거주민 60% "내 고장 10년내 사라져"


전국 지역경제 악화도 심각하다. 한경연이 지방민 13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역경제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지방거주민의 85.2%가 올해 지역경제가 작년보다 악화됐으며 체감경기 수준은 작년에 비해 70%라고 응답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 10년 내 소멸할 것이라는 극단적 대답을 한 이들이 60.6%에 달했다. 이는 국가 경제 침체 영향이 전국적으로 고착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엄중한 경제 위기 상황에 정부 대응 태도는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계의 거듭된 경고와 우려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은 결국 고용 후퇴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 위기에 '안이한 대응' 논란...'이재용 재판 리스크'까지 겹쳐

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경영 활동을 침해하는 ‘5%룰 완화·사외이사 요건 강화’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경제계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정부는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직접 발품을 팔면서 정부와 여당에 규제 완화를 건의했지만 해가 바뀌었어도 처리는 요원하다. 정부는 기업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규제 완화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규제 일변도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이재용 재판 리스크’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국가 수출 주력 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선도적 투자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시점이지만 ‘총수 부재’ 변수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 절벽 상황을 감안하면 한가롭게 ‘대기업 때리기’나 ‘총수 다스리기’를 할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임금 인상과 강성 노조, 규제 일변도에 대기업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제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이 지금인데도 대기업 옥죄기와 총수 압박으로 대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소기업까지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