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핵심 원자재 최대 3배 폭등—메모리 가격, 상반기 추가 인상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대만 디지타임스와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13일(현지시각) 기준, 반도체 제조 핵심 광물 가격이 단기간에 최대 3배까지 치솟았다고 보고했다.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익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구조적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텅스텐·갈륨·탄탈륨…핵심 광물 2~3배 폭등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의 고온 부품에 쓰이는 텅스텐·탄탈륨·몰리브덴 3종은 최근 두 달 사이 가격이 2배 이상 올랐으며 일부 특수 소재는 전쟁 이전 대비 3배를 넘어섰다. 문제는 이들 소재가 국내 생산이 전무하거나 극히 미미해 100%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특히 화합물 반도체의 핵심 기반 소재인 갈륨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질화갈륨(GaN) 및 비소화갈륨(GaAs) 기판의 제조 원가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인듐인(InP) 기판도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동발 물류 대란과 수출 통제가 동시에 덮치면서 평소 2~3개월 치 재고로 버티던 소재 수급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삼성·SK '헬륨 비상'…생산 라인 마비 최악 시나리오
두 회사가 가장 촉각을 세우는 소재는 헬륨이다. 헬륨은 웨이퍼 공정의 냉각, 불순물 제거, 광식각 공정의 분위기 제어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가스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전 세계 공급의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을 경유하는 해상 물류망에 연결돼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헬륨의 경우 카타르산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이란 교전 확인 직후 헬륨 재고를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륨 공급이 2~3주 이상 끊길 경우 팹(Fab) 라인 자체를 세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가동을 멈춘 팹을 재가동하는 데만 수십억 원의 비용과 수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삼성전자는 헬륨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자체 재활용 및 재사용 시스템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는 수입 중단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장기적인 원가 절감을 겨냥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단기 대응이 아닌 공급망 체질 개선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JIT의 죽음'…비축이 새로운 표준이 되다
이번 사태는 수십 년간 반도체 산업을 지탱해 온 '적시 생산(Just-in-Time·JIT)' 전략의 근본적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재고를 최소화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JIT는 공급망이 안정적일 때만 유효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는 "나중에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은 공급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며 "핵심 소재의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재고 보유 기간을 기존보다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고가 비축' 방식으로 선회해 원자재를 우선 확보하고 있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이 변화가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번 중동 충돌까지 '블랙 스완'이 반복되면서 JIT는 사실상 고위험 전략으로 격하됐다는 분석이다.
원가 상승→메모리 가격 전가…D램·낸드 상반기 '강제 인상'
원자재 쇼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원가를 직접 끌어올린다. 텅스텐 등 핵심 소재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면 웨이퍼 한 장당 공정 비용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헬륨 수급 불안에 따른 생산 차질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수익성은 복합 타격을 입는다.
증권가는 기업들이 이 비용 상승분을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요 기업들이 고가 비축으로 전략을 바꾸는 순간, 공급 여력이 제한되고 판가 인상 명분이 동시에 생긴다"며 "2026년 상반기 메모리 판가는 당초 전망치를 웃도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스마트폰·서버·PC 제조업체들이 부품 조달 비용 상승 압박을 받게 되고, 최종 소비자 가격까지 연쇄 인상될 수 있다. 반도체 소재 가격 충격이 IT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번지는 시나리오다.
2008년 금융위기와의 차이…이번엔 '가격 인상의 구실'이 됐다
과거 원자재 가격 충격이 반도체 업계에 일방적인 악재로만 작용했던 것과 달리, 이번 중동 사태는 역설적으로 메모리 기업들에게 판가 인상을 정당화하는 '외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수요 자체가 붕괴됐지만, 현재는 AI 서버 투자 확대로 D램 수요가 구조적으로 탄탄하다.
공급측 비용 상승과 수요측 확대가 맞물린 현재의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원가 부담을 판가에 전가하면서도 시장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동의 화약고가 한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 원가를 결정하는 변수로 부상한 현실은, 한국 경제가 여전히 단일 공급망 리스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냉혹하게 드러낸다. 소재 비축과 수입선 다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됐다. 중동발 소재 전쟁의 진짜 승자는 가장 먼저, 가장 빠르게 공급망을 다시 짠 기업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