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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대신 '현장 실무' 택한 리비안의 반격...AI 로봇 스타트업에 7400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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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대신 '현장 실무' 택한 리비안의 반격...AI 로봇 스타트업에 7400억 쏟아졌다

리비안 스핀오프 '마인드 로보틱스', 20억 달러 가치로 시리즈 A 마무리
테슬라 휴머노이드 열풍 속 '비(非) 인간형' 실용 로봇으로 차별화
자체 칩 공급 및 제조 데이터 결합… 로봇-EV 융합 생태계 가시화
미국 전기차(EV)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은 생산 라인의 복잡한 조립 공정을 해결할 '산업용 AI'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전기차(EV)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은 생산 라인의 복잡한 조립 공정을 해결할 '산업용 AI'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전기차(EV) 스타트업 리비안(Rivian)의 제조 철학이 담긴 AI 로봇 스타트업 '마인드 로보틱스(Mind Robotics)'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로봇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했다.

테크크런치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의 지난 1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마인드 로보틱스는 벤처캐피털 악셀(Accel)과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주도한 5억 달러(약 7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펀딩을 완료했다.

이는 지난해 말 1억15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 이후 단 몇 달 만에 거둔 성과로, 기업 가치는 무려 20억 달러(약 2조9900억 원)에 이른다.

"화려함보다는 실속"… 테슬라 '옵티머스'와 정반대 행보


최근 로봇 업계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마인드 로보틱스의 설립자이자 리비안 CEO인 RJ 스카린지는 이번 투자 발표 과정에서 명확한 차별화 노선을 정조준했다.

그는 "공장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로봇은 실제 제조 현장에서 아무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직격하며,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생산 라인의 복잡한 조립 공정을 해결할 '산업용 AI'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전략은 기존 산업용 로봇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다. 현재 공정 자동화에 쓰이는 로봇들은 정해진 궤적을 반복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인간과 같은 유연한 손재주나 실시간 상황 판단력은 부족하다.

마인드 로보틱스는 리비안의 전기차 공장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로 활용해 로봇의 물리적 추론 능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자체 칩·데이터 무기로 '로봇-EV 융합' 가속화

마인드 로보틱스의 급성장 배경에는 리비안과의 강력한 기술적 결속력이 자리 잡고 있다. 리비안은 지난해 12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용 5나노(nm) 맞춤형 프로세서인 'RAP1'을 공개한 바 있다.

초당 1600조 회의 연산(TOPS)이 가능한 이 고성능 칩은 단순 차량 제어를 넘어 지능형 로봇의 두뇌로도 이식될 전망이다.

스카린지 회장은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안의 자율주행 칩을 마인드 로보틱스에 공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로봇과 EV 기술의 원스톱 통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마인드 로보틱스는 올해 말까지 리비안 공장을 비롯한 주요 제조 현장에 대규모 로봇 배치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하드웨어, 배포 인프라를 아우르는 '풀스택 로보틱스 플랫폼'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연쇄 스핀오프 전략… '리비안 생태계'의 확장과 과제


이번 마인드 로보틱스의 안착은 리비안의 두 번째 스핀오프(Spinoff) 성공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앞서 리비안은 지난해 3월 전기 모빌리티 전문 기업 '올소(Also, Inc.)'를 분사시켜 이클립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냈다.

핵심 사업인 전기차 제조에 집중하면서도, 내부에서 개발된 고도화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자산을 별도 법인으로 육성해 수익화와 기술 확장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국내 로봇 업계 관계자는 "리비안의 행보는 완성차 업체가 단순한 모빌리티 기업을 넘어 AI 기술 공급자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전기차 공장을 로봇 학습의 거대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모델은 현대차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유사하지만, 데이터 연동 측면에서 더 공격적인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2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의 성능 검증이 관건이다.

월가에서는 글로벌 산업용 AI 로봇 시장이 2026년 약 26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인간의 정교한 노동력을 로봇이 완벽히 대체하기까지는 여전히 기술적 임계점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인드 로보틱스가 이번에 확보한 7400억 원의 실탄을 바탕으로 올 연말 실제 가동률에서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지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