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부른 고물가 공포, 안전자산 매수세 압도
국내 금 시세 ‘한 돈 100만 원’ 시대 정착… 장기 강세론은 ‘여전’
국내 금 시세 ‘한 돈 100만 원’ 시대 정착… 장기 강세론은 ‘여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최근 금 시장이 지정학적 갈등보다 거시경제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보다 무서운 ‘고금리’… 금값 상승 가로막는 복합적 장벽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이번 분쟁은 초기만 해도 금값을 트로이온스(troy ounce)당 5400달러(약 800만 원) 위로 끌어올리며 강한 매수세를 불렀다. 하지만 보름이 지난 지금, 금값은 오히려 고점 대비 하락한 5175달러선에서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이러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의 핵심 원인은 국제 유가 급등에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약 17만9000원)를 돌파하며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자, 시장에서는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오래, 더 높게 유지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귀금속 전문 매체 ‘메탈스 데일리’의 로스 노먼(Ross Norman) 대표는 “유가 상승이 중앙은행의 긴축을 강요하면서 이자가 없는 금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현금 확보’ 나선 투자자들… 일시적 유동성 경색이 부른 조정
최근의 가격 정체는 시장 참여자들의 극단적인 심리 위축과도 맞닿아 있다. 분쟁 초기에는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쏠리지만, 위기가 장기화하거나 공급망 마비 같은 실물 경제 타격이 가시화되면 투자자들은 ‘가장 확실한 자산’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까지 내다 파는 경향을 보인다.
알람즈(Al Ramz)의 아메르 할라위(Amer Halawi) 리서치 센터장은 "시장에 충격이 가해지면 논리적인 판단이 서기 전까지 모든 자산이 매도세에 휘말리는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장기 전망은 ‘6300달러’ 상방 조준… 중앙은행의 ‘금 사랑’은 현재진행형
단기적인 진통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은 금의 장기 강세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제이피모건(J.P. Morgan)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 말 금 가격 목표치를 기존 5055달러에서 6300달러(약 900만 원)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도이치은행 역시 연말까지 6000달러(약 800만 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의 근거는 각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수세다. 제이피모건은 올해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수 규모가 800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중심의 자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보유 자산 다변화’ 흐름이 구조적으로 정착되면서 금값이 하락할 때마다 강력한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시장 ‘금 한 돈 100만 원’ 일상이 된 고물가 시대
국내 금 시장 역시 글로벌 시세와 환율 영향으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월 국내 순금 한 돈(3.75g)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어선 이후, 고물가와 고환율이 맞물리며 금은 이제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필수적인 자산 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동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국내 금값이 추가적인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전문가는 “국제 금 시세가 보합권에 머물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내 금값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점진적인 접근이 유효하다”라고 제언했다.
현재의 금값 정체는 전쟁의 공포와 금리 인상의 공포가 팽팽하게 맞선 ‘전략적 요충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 여부와 미국의 물가 지표가 금값이 ‘6300달러’라는 미답의 고지를 향해 다시 진격할지 결정하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