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지난 6월 대표팀에 합류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출전했고, 이후 러시아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과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도쿄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을 차례로 뛰었다.
김연경은 올해 ‘지옥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래도 그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탈이 났다. 그는 9일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예선 조별리그 카자흐스탄과 경기 중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김연경은 현지 병원에서 복근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남은 경기에 뛰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태국전에서 높이 날았고, 결국 ‘내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 이라던 자신의 각오처럼 도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연경은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었는데 좋게 마무리해서 너무 좋다. 나는 후배들이 이제 밥상 차린 거에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고, 스태프에게도 고맙다. 도쿄올림픽에 가서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거 자체로 행복하고 좋다. 도쿄 예선전을 준비하면서 오늘만을 기다렸는데 그 도쿄를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럽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에서도 선전을 다짐했다. "느낌이 좋다. 예선전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올림픽에서도 일을 한 번 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올림픽 가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응원해준 한국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김연경은 "많은 힘이 됐다. 태극기가 많아서 좋았고, 저희 쪽에 많은 분들이 있는 걸 보면서 힘이 났다. 많이 응원해주신 관중들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도쿄올림픽이 있으니까 여자배구를 많이 응원해달라"고 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김연경이 12일(현지시간) 태국 라콘라차시마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 예선 결승 한국 대 태국 경기에서 환호하고 있다. 대표팀은 세트스코어 3-0으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진=국제배구연맹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