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23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5월 한덕수 총리가 밝힌 병상 800개 신축 약속을 정부가 어기고 기획재정부의 축소 계획대로 본원(의료원)이 지어진다면 코로나19 유행 동안 역량 부족으로 입원시키지 못했던 환자들을 신축 이후에도 여전히 치료 할 수 없어서 1조 1726억짜리 실패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축·이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인적, 물적 인프라 부족으로 치료 못하는 필수·중증의료 환자가 더 이상 없도록 의료원 병상 800개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규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병원에서 꼭 치료해야 하는 필수중증의료 환자를 받을 수 없어 의사들은 지금도 계속 그만두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 전문의의 절반가량이 퇴사했고, 올해도 벌써 4명의 젊은 의사들이 의료원을 떠났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중앙의료원은 1명의 혈관 조영 시술 의사가 365일 24시간 급성 위장관 출혈 등 응급 색전술(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화학 물질을 이용해 차단하는 치료법)이 필요한 환자를 진료 하고 있다. 이 의사가 아프거나 휴가를 가게 되면 응급 색전술이 필요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에서 추가적인 수련을 받은 소아과 세부 전문의는 아예 없다. 이들은 "신생아 전문 의사와 신생아 중환자실이 없어 32주 조산모와 미숙아의 입원이 불가능하고, 소아 전문 외과의사의 부재로 맹장 수술 등 소아 외과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마찬가지"라면서 "열성 경련 치료를 위한 소아신경과, 가와사키병 등 심장질환 치료를 위한 소아 심장 의사, 신생아 뇌초음파 시행을 위한 소아 영상 의사 등도 없다"고 밝혔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뇌경색 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팀도 부재한 실정이다. 급성 뇌경색의 특성상 동맥 내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을 제거하려면 혈관 중재술이 가능한 신경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의사와 시술을 위한 의사, 방사선사, 간호인력이 상주해야 한다.
중증 코로나19 폐렴 치료를 위한 폐 이식이 불가능한 상태다.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기)로도 폐 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폐 이식이 필요한데 폐 이식을 포함한 장기 이식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응급 수술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산부인과는 수술 보조 인력 부족으로 야간, 휴일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산부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어렵다. 이들은 "외과는 전문의와 수술보조 인력 부족으로 야간에 복부 수술이 필요한 경우 수술이 불가능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정형외과는 척추 관련 전문 의사 부재로 수술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호 병동 없고 입원 결정 전문의·당직의도 부재
또 보호 병동이 없고 입원 결정을 하는 전문의·당직의도 없어 코로나19 감염자 중 정신질환으로 폭력 성향이 관찰되는 환자를 입원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국민들이 필수의료 공백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민간의료기관이 감당하기 힘든 감염병 사태와 수익이 나지 않는 필수·중증의료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발전 방안과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매일 사직을 고민하는 의사들이 희망을 갖고 일하고 싶어하는 공공병원을 만들지 못한다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새로운 병원을 짓기도 전에 망하고 말 것"이라면서 "축소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계획 전면 재검토와 전문의 확보와 유지를 위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중앙의료원과 협의해 총 1050병상(의료원 800병상·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를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들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사업비를 1조2341억 원에서 1조1726억 원으로 축소해 760병상(의료원 526병상·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중앙외상센터 100병상)으로 확정했다.
김성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inner585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