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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31)]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희귀질환 치료에 효과적…비용·안전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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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31)] 줄기세포·유전자 치료, 희귀질환 치료에 효과적…비용·안전성 과제

유전자 치료는 수십 년 동안 많이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제한된 성공만을 거두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유전자 치료는 수십 년 동안 많이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제한된 성공만을 거두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현재 유전자 조작 기술은 아직 공상과학 영화에서 묘사되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특정 영역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혈액 질환과 조로증과 같은 희귀 질환의 경우 유전자의 이상이 명확하게 밝혀져 있어 유전자 조작을 통한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겸상적혈구병과 혈우병과 같은 질환에서 유전자 조작 세포를 증식해 세포 치료제로 개발하고 이를 FDA에 허가 신청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치료제는 엄밀히 말하면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조작은 줄기세포 증식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전자 치료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용어의 구분은 실질적인 의미는 없고 단순히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유전자 치료는 수십 년 동안 발전해 온 분야이지만 전 세계 연구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한된 성공만을 거두었다. 이는 유전자 치료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유전자를 인체 세포에 도입하고 계속 작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비용 문제를 야기한다. 유전자 치료는 개발과 보급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특히 희귀 질환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법 개발은 이윤 창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수명 연장 등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 치료의 비용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유전자 치료의 주요 과제를 살펴보자면 첫 번째는 유전자 전달·활성화 문제가 있다. 일부 질환의 경우, 유전자 치료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조직 내 다수의 세포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 이 때 올바른 조직과 세포에 정확한 전달이 필요하다. 유전자가 목적지에 도달하면 암호화된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해 활성화되어야 한다.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세포는 너무 활동적이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는 유전자를 차단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조작 대상의 세포를 잘 선별해야 한다. 분열이 너무 빠르거나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단계의 줄기세포는 피해야 한다. 다만 이와 관련된 정확한 기준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다.
유전자 치료의 목표는 잘못된 세포에 정상적인 유전자를 도입해 올바른 세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삽입하려는 유전자가 잘못된 세포에 통합되거나 잘못된 조직에 작용할 경우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표적화는 치료 유전자를 환자의 생식 세포에 통합시켜 정자와 난자를 생성할 수 있지만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 환자는 도입된 유전자를 자신의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도입된 유전자에 따라, 자녀의 나머지 유전자와 상호 작용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의 또 다른 과제로는 면역 반응이 있다. 우리의 면역 체계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와 싸우는 데 매우 능숙하다. 유전자 전달 벡터는 신체의 자연 감시 시스템을 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도입 유전자의 달갑지 않은 면역 반응은 심각한 질병이나 사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의 사례는 이러한 반응을 잘 설명해준다. 희귀한 간 질환을 앓고 있던 겔싱어는 1999년 유전자 치료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실험용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투여받은 직후 면역으로 촉발된 염증 반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미국의 모든 유전자 치료 실험이 한동안 중단되었고 실험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또한 위험을 감수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라도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이러한 규제는 대형 제약사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대형 제약사는 사소한 사고라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의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지 못하더라도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최대한 막자는 데 반대하고 나설 단체는 없을 것이다.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방법 중 하나는 유전자를 직접 투여받은 겔싱어와 달리, 환자의 신체 외부에서 세포에 바이러스를 전달하고 이를 증식해 관찰한 후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다.

또 다른 면역 회피 방법은 치료 중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효과적인 최저 용량의 바이러스를 사용하고, 가능한 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은 벡터나 유전자 도입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도입 유전자가 목적하지 않은 중요한 유전자를 파괴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유전자 치료법은 지속성이 높은 치료법이다. 이상적으로는 도입된 유전자가 환자의 남은 생애 동안 계속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입된 유전자가 일반적으로 세포 자신의 DNA에 통합되거나 결합되어 세포 게놈의 영구적인 부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전자가 부적절한 위치에 결합돼 다른 유전자를 방해하고 이것이 영구적으로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X-연관 중증복합면역결핍증(SCID)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치료하기 위한 두 가지 유전자 치료 실험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 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실상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보호가 없어서 감염을 피하려면 세균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유전자 치료는 면역 반응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유전자 치료는 면역 반응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1999년부터 2006년 사이에 연구자들은 면역 체계 세포에서 중요한 유전자인 감마 c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유전자 치료법을 테스트했다. 치료는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치료를 받은 어린이 대부분의 면역 기능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치료받은 어린이 5명 중 1명이 이후 백혈병에 걸렸다. 연구자들은 새로 전달된 감마 c 유전자가 세포 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전자에 결합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세포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하기 시작하여 백혈병이 발생한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 중 4명을 화학요법으로 성공적으로 치료했지만 5번째 환자는 사망했다.

여기서 우리는 줄기세포 배양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 배양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과정이 아니라 체내에서 일어날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초기 유전자 치료 연구자들은 단 한 번의 유전자 조작만으로 다른 학문의 도움 없이 성공을 거두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치료 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세포 반응을 관찰하고 국소적 투입부터 시작해 보았다면 어땠을지 궁금해진다.

이 사건은 유전자 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고, 연구자들은 보다 안전한 유전자 전달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개발된 일부 벡터는 게놈의 특정 위치에만 DNA를 통합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 외부에서 줄기세포에 도입된 유전자를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환자에게 투입되기 전에 유전자가 통합된 위치와 반응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개선이 희생의 결과라는 점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상업적 생존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치료로 잠재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 질환은 극히 드물다. 허친슨-길포드 조로증 증후군(HG progeria) 등 일부 질환에서는 1000만 명 중 1 명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치료는 이러한 희귀 유전 질환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치료법 개발에 드는 높은 비용은 제약 회사의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을 위한 임상 시험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희귀 유전 질환 환자의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환자들도 막대한 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유전자 치료의 성공은 노화된 인간에 적용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누구나 투자할 가치가 있지만 돈을 회수할 수 없는 '자선사업'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 문제다.

암과 같이 유전자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일부 질병은 훨씬 더 흔하다. 대다수의 유망한 유전자 치료 접근법은 각 환자에게 개별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환자 본인의 세포를 꺼내 치료 유전자로 변형하고 자가세포를 배양해 그 환자에게 다시 투여하면 면역 문제나 예측 못한 반응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개별화된 접근 방식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높은 비용을 수반한다.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의약품에 비해 가격이 훨씬 높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일부 소수만이 치료에 응해도 개발 비용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부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도 볼 수 있어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