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심오한 철학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 물론 KBS가 방영하는 생로병사의 비밀을 복제한 내용은 더더구나 아니다. 오히려 KBS가 그런 제목을 붙인 까닭을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정말로 생로병사의 비밀을 푸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병과 의술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카메라로 이 병 저 병을 비추어 주고 암 덩어리는 어떻고 치료는 어떻게 한다는 등을 소개할 뿐이지 왜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지 그 까닭을 밝히지 않는다.
옛 명의들 중에서 편작이란 사람이 한 말이 있다. 병이 깊은 뒤에 치료하는 의사는 가장 수준이 낮고, 가벼운 병이 깊어지기 전에 치료하는 의사라야 명의라 할만하다. 그러나 어떤 병이 들지 미리 짐작하고 가벼운 병도 앓지 않도록 사전에 처방하는 의사는 신의라 하였다.
그러나 신의는 그가 의사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가벼운 병을 치료한 의사는 그저 그런 의사라 생각하고, 병이 깊어 화급한 환자를 치료하면 그를 명의라 하여 칭송한다. 그들 세 부류 중에서 누가 과연 신의이고 명의이며 저급한 의사인지 판단은 독자에게 맡긴다.
아마도 생로병사의 비밀을 풀면 저급한 의사는 어떤 의술을 가진 자이고, 명의나 신의는 어떤 의술을 가진 자인지 판단에 도움이 될 듯하다. 늙고 병들어 죽는 근본적인 원인이 어떤 병을 유발하는 병균이나 물질에 있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가 늙음을 촉진하고 병균을 자생시키며 죽음으로 끌고 가니 말이다.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이 불변의 진리를 자세하게 깨우치고 나면 의술의 등급을 스스로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