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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뭔가를 찾는다면 '슈가떡케이크'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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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뭔가를 찾는다면 '슈가떡케이크' 어떠세요?"

[한국의 맛-설기향기 신상원 대표]

설탕·떡 특성 살려 맛에다 '나 하나만을 위한' 평생의 추억 선사


"가수 싸이 작품 만들기 위해 '강남스타일'만 500번 이상 봤어요"


우리 떡 명인 작품보고 "떡이 이렇게 예쁠 수가…" 감동의 눈물


지점토 공예 할머니·설치미술가 어머니 피 이어받은 "藝人 3대"


▲설기향기신상원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설기향기신상원대표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설기향기 신상원 대표는 우리 전통음식인 떡에다가 설탕공예를 접목해 슈가떡케이크를 만드는 주인공이다. 백일, 돌, 생일, 회갑, 칠순 등 각종 기념일에 서양식 케이크가 지겹다면 특이한 슈가떡케이크가 제격이다.

떡이야 특별할 게 없을 수 있지만 설탕공예는 기념일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가족들에게 영원히 남을 추억을 선사하는 장점이 있다. 물론 먹기를 원한다면 식용색소로 만든 설탕공예를 먹을 수도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류로 퍼져나갈 즈음, 신상원 대표는 K-Pop의 아이콘으로서의 싸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뮤직비디오만 500번을 시청했다고 한다. 싸이를 주인공으로 탄생시킨 슈가 작품은 마치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보듯 너무나 생생한 춤동작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음악과 미술이 만나듯 음식과 공예가 만나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고 있는 설기향기 신상원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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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향기란 이름이 예쁘네요.

“우리 전통음식인 떡에서 향기가 난다는 의미로 ‘설기향기’로 지었어요. 떡의 종류중 하나인 설기 떡의 경우에 시루에 앉혀서 완성되는 순간까지도 속 재료들의 향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런 설기 떡 위에 절편반죽이나 정과로 만든 꽃모양을 올리면 정말로 꽃향기가 날것처럼 아름답거든요.”

-슈가떡케이크란 아직 낯선 분야인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케이크에 설탕공예로 산타와 트리를 만들어 장식한 것은 보았을 거예요. 그런데 서양식 케이크가 아닌 우리 전통 떡에다가 설탕공예를 접목시킨 게 슈가떡케이크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원래 떡을 배우는 도중에 떡의 섬세함을 좀 더 표현하고자 설탕공예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설탕의 특성과 떡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접목할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의 부탁으로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떡으로 만들어 설기떡케이크 위에 올려 보내주게 되었어요. 친구가 아이의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쁜 나머지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며 보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하지만, 떡을 보관용으로 하기란 쉽지 않아서 영구보관이 가능한 설탕을 활용한 슈가떡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클레이와 점토는 전혀 먹을 수 없는 재료이지만 설탕으로 하면 먹을 수도 있고, 작품으로 보존도 할 수 있어서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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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떡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주시죠?

“먼저 설탕과 떡의 성질이 정반대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설탕은 열과 습도에 약한 반면에, 떡은 따뜻하고 촉촉해야 맛이 있기 때문에 온도 맞추기가 쉽지 않아요. 처음에 설탕반죽으로 작품을 만들어 떡 위에 올려놓자 떡의 따뜻한 열기 때문에 작품의 표면이 끈적끈적 해지더라구요. 떡의 온도가 설탕이 녹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노하우이지요. 그래서 떡 위에 올릴 설탕 공예 작품은 배달 하루 전까지 미리 만들고 떡은 손님이 필요하신 시간의 2시간 전에 만들어 직접 현장으로 배달합니다.”

신상원 대표가 만드는 작품에서의 캐릭터 같은 경우는 대량 생산하는 몰드로 찍어내는 방식이 아니다. 설탕공예작품의 주인공이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보고, 주문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고객만의 특징을 찾아낸 후 스케치를 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대개 한 작품을 스케치부터 만들어내기까지 짧게는 1~2일, 길게는 4~5일이 걸린다. 때문에 설탕공예 전문점에서 몇몇 캐릭터를 몰드 방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과는 작품의 섬세함이나 완성도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설탕공예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슈가크래프트 학원에 등록해 배우는데,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면 예술가적 감각이 추가로 필요해요. 그래서 학원을 통해 슈가반죽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한 뒤 여러 기법 등을 먼저 배워야합니다. 슈가를 만드는 과정은 누구나 배울 수 있지만 인물이나 사물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미술작품 연구부터 클레이공예, 피규어과정까지 여러분야로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슈가작품들이 다 똑같아질 수 있어서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앞으로 더 섬세한 인물의 표정과 동작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로 공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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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설탕공예를 시작하셨습니까?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여행사에서 7년간 근무했어요. 여행사에 다니는 동안 쿠키나 빵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서 퇴근 후 학원을 다니며 제과‧제빵 자격증을 땄어요. 그런데 나이 서른이 넘어서는 틀에 박힌 회사일보다는 보다 창의적인 일이 하고 싶어졌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화과자(和菓子) 디자인, 아기자기한 케이크디자인 등을 배우려고 일본에 건너갔지만 지진이 일어나는 바람에 1년 만에 돌아왔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친구와 서점에 갔다가 ‘떡 디자이너’ 최순자 명인의 책을 보고서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한국의 떡도 이렇게 화과자 못지않게 예쁘게 만들 수가 있다는 걸 알고 감동을 받았지요. 일주일 넘게 서점을 오가며 그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다 일단 책을 사놓고도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 책을 1주일간 꺼내놓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설치미술가인 어머니(허정자)께서는 제 걱정과는 반대로 책을 보신 후, 떡을 이렇게 예술적이고 맛있게 만들 수 있다면 한 번 배워보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어머니의 허락이 떨어진 바로 다음날 최순자 명인에게 책 사인을 받으러 갔다가 떡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 후 섬세함을 표현하기 위해 설탕공예로 유명한 최두리 선생에게서 꽃 만드는 작업부터 케이크 만드는 과정까지를 공부했어요.”

신상원 대표는 사실 뒤늦게 떡과 설탕공예 분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재료를 다루는 기술만 없었을 뿐 만드는 손재주에 있어서는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지점토 공예의 대가였던 할머니(이경숙 선생)로부터 유치원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틈만 나면 지점토를 만졌기 때문이다. 할머니-어머니로 이어지는 예술가적 자질은 대학 컴퓨터학과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그녀에게 설탕공예를 통해 예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다.

“먼 길을 돌아서 제 자리로 찾아온 기분이랄까요? 지점토와 설탕이라는 재료만 다를 뿐 저에겐 너무나 익숙한 일이거든요. 첼로를 연주하는 음악가, 붓글씨를 쓰는 서예가, 장난감을 가지고 재롱을 떠는 아기,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이는 신혼부부 등의 작품을 만들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제 작품을 받고 기뻐하실 고객님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일하는 게 제가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이지요. 앞으로 일반 설탕공예의 차원을 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작품의 수준으로 올려놓는 게 저의 꿈입니다.”

어떤 일부 작품들을 보면 얼굴 표정과 동작 등이 똑같다. 입고 있는 의상만 다를 뿐인 경우는 몰드방식으로 그대로 찍어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모형을 만들어내는 몰드에는 손가락부터 팔, 다리, 몸통, 얼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신상원 대표가 그런 몰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몰드를 사용하다보면 편하고 익숙해지기 쉬우며, 모든 작품들이 다 똑같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상원 대표가 만든 ‘싸이’는 뮤직비디오를 500번이나 보고 한 장면 한 장면을 캡처한 다음에 스케치를 하여 만든 덕분에 춤추는 동작까지 모두 살아 있다. 게다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벽돌 모양을 표현하는 바닥도 벽돌모양밀대를 사용하지 않고 확실한 입체감을 위해 색을 달리하면서 한 장 한 장 표현했다. 미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지난 2012년 aT센터에서 열린 베이커리페어에서 슈가 모델링 부분 동상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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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향기의 돌상이 좀 특별하다고 하던데….

전통 수제방식으로 빚은 오색 꽃 송편과 수수팥떡, 아기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슈가떡케이크, 그리고 직접 떡 반죽으로 만든 꽃모양 상화까지 다른 돌상과 다르게 보이게 하지요. 전통돌상에 올라가는 슈가떡케이크는 반드시 들어가는 백설기를 떡케이크형태로 만들고 그 위에는 아이 부모가 보내준 사진 등을 바탕으로 아기 얼굴, 표정, 그날 입을 옷과 평소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 등을 그대로 표현한 설탕작품이 올라갑니다. 특히 전통 돌상에는 부모의 마음으로 의미를 살려 정성스레 차리고, 떡을 빚고, 음식재료들을 준비하기 때문에 떡을 공장에 맡겨 주문하거나 화려하고 예쁜 디자인 위주로 재활용 모형들을 사용해 상을 차리는 업체들과 구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대에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는 전통 돌상의 의미가 건강하게 첫돌을 맞이할 수 있게 된 부모님의 감사한 마음과 합쳐져 아기의 일생을 축복하기 위해 정성껏 차린 돌상으로 인해 부각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그리고 잔치가 끝나고 나서도 떡케이크 위에 올라갔던 설탕작품은 별도 맞춤 상자에 넣어드려서 영구 보관하실 수 있도록 전달 해드립니다. 손님들께서 정말 좋아하신답니다.”

-떡과 설탕공예를 병행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떡은 새벽에 만들고, 설탕공예는 저녁에 만들어요. 두 가지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어요. 설탕공예가 제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일을 해오는 작업이라면, 떡은 우리 전통의 맛을 찾아가는 작업이라 흥미진진해요. 설기떡에 대추, 딸기, 단호박 등의 원재료를 아낌없이 넣으면 맛도 그와 비례해 맛있게 나올 수 있는 것도 우리 떡만의 매력입니다. 또한 아이들의 건강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신상원 대표가 최순자 명인을 찾아갔을 때 그때 최 명인은 “남보다 늦게 시작하는 일이니 남보다 잠을 덜 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직접 쌀가루 냄새를 맡고 또 맡으며 만져보고 맛보면서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떡에 대한 감각을 부지런히 익혀야 한다고 생각했고 신 대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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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공예 기본 재료에는 어떤 게 들어가나요?

“설탕을 가루로 만든 분당(粉糖)으로 반죽을 만들어요. 반죽에는 계란 흰자와 젤라틴, 그리고 CMC가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천연색반죽을 만들기 위해 백년초가루 등을 넣어봤는데 깔끔한 반죽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일반적인 방법인 식용색소를 쓰게 되지요. 식용색소를 사용하게 되면 아주 소량으로도 원하는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는 식용색소를 사용했음에도 건강적인 면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이 드시는 떡을 만들 때는 천연재료로 최대한 맛과 건강에 신경을 쓰고 감상용인 설탕공예에는 식용색소로 최대한 예쁘고 멋지게 만들려고 해요. 그러면 최상의 해결책은 아니지만 맛과 멋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슈가떡케이크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설탕공예가 예쁘다고 해서 떡이 맛없게 만들어져서는 절대 안 됩니다. 떡도 당연히 맛있어야 하고, 설탕공예도 주문하신분의 생각을 하나하나 담아서 추억을 불러일으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잘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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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서울시에 청년창업을 신청해 놓았어요. 마음껏 작업할 수 있는 공방을 열어 제가 만든 슈가떡케이크로 기념일의 주인공이 훗날 회상할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를 제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설탕공예 밑 부분에 서양 케이크 대신에 전통 떡을 사용하는 것도 종류를 더 연구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건강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슈가떡케이크를 만들 예정입니다. 사실, 이런 설탕공예작품이 올라간 슈가떡케이크를 받으시는 분들이 유명인이나 연예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까운 주변 분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녀가 부모님 환갑 등 생신케이크로 주문할 때나, 아기엄마가 아기의 첫 생일케이크로 주문할 때에는 그런 소소한 행복에 저도 행복해집니다. 앞으로 주변 분들이 이런 특별한 케이크로 더욱 특별한 날을 보내실 수 있도록 더욱 연구하며 열심히 해야겠지요.”

♣ 설기향기 신상원 대표에게 배우는 슈가떡케이크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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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레시피]


떡 꽃반죽


쌀가루 500g, 물 200g

① 쌀가루에 물을 주어 하나로 뭉쳐질 정도로만 반죽하여 준다.

② 끓는 물에 약 15분간 쪄준다.

③ 한김 날라간 후에 천연재료가루들로 색을 들여준다.

[대추설기]


쌀가루 1㎏, 대추고 200g, 막걸리 80g, 설탕 95g

① 깨끗이 씻은 대추를 솥에 대추가 푹 잠기도록 물을 부어 1시간 반 가량 끓여준다.

② 푹 삶아진 대추를 체에 내려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대추속만 분리해낸다.

③ 분리해놓은 대추속을 1시간 반가량 수시로 눌지 않도록 저어가며 졸여준다.

④ 그렇게 졸여진 대추고를 용기에 담아 식혀낸다.

⑤ 식힌 대추고를 쌀가루에 막걸리와 함께 섞어서 물내려주기를 한다.

⑥ 체에 친 뒤 설탕을 넣고 잘 버무린다.

⑦ 떡케이크 무스링에 잘 채워넣은 뒤 끓는 물에 30분 이상 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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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 레시피]


꽃반죽


분당 500g, 젤라틴 12g, CMC 12g, 물 35g, 물엿 50g, 쇼트닝 5~10g, 달걀흰자 50~60g, 흰자파우더 12g, 레몬즙소량

① 계량된 젤라틴을 찬물에 넣고 불린 후 중탕하여 완전히 녹인다.

② 줄줄 흐를 정도로 중탕된 물엿을 젤라틴에 넣고 섞는다.

③ 달걀흰자도 따로 중탕해주고 따뜻하게 만들어 2에 섞어준다.

④ 분당, CMC, 흰자파우더를 넣고 체에 내린 뒤 중탕을 유지하면서 나무주걱으로 저어준다.

⑤ 온도가 떨어지기 전에 3의 반죽을 4에 넣고 재빨리 섞어준다.

⑥ 손과 바닥에 쇼트닝을 발라가며 반죽을 치댄다.

⑦ 레몬즙을 소량 넣어 쫄깃하고 하얗게 될 때까지 치댄 후 봉지에 담아 밀폐용기에 하루정도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