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왕은 과연 형광 빛 도는 곤룡포를 입었을까?

글로벌이코노믹

왕은 과연 형광 빛 도는 곤룡포를 입었을까?

[염장 김정화의 전통염색이야기(11)] 전통색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2)
[글로벌이코노믹=김정화 전통염색가] 2009년 11월 요녕성 박물관 측의 초청으로 중국고대격사자수정품전(中国古代缂丝刺绣精品展)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깊고 화려한 색상이 오롯이 남아 있는 희귀한 염색작품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일주일 내내 박물관 전시실에서만 머물렀다.

국보급을 포함한 전시품들은 북송(960~1127), 남송(1127~1279)시대의 격사(缂丝‧바늘로 자수를 하기 이전, 염색한 실로 씨실과 날실을 한 올 한 올 엮어서 그림과 무늬를 표현한 직조회화)를 비롯하여 명‧청대의 자수 작품들이었다.

대외 전시가 한 번도 없었던 귀중한 유물들로 그 뛰어난 사실적 회화성은 실(絲)로 제직한 것이란 점을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꽃과 나무, 과일 등의 생동감, 음영을 표현하기 위하여 한 가지 색을 수 십 단계의 농담으로 나누어 실을 염색했고 그 색의 견뢰도 또한 완벽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런 값진 유물들은 세계 각처에서 전시를 유치하고 싶다는 제의가 많으나 전시가 잦으면 유물의 보존성이 떨어지니 응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수장고에만 있는 것도 의의가 있는 일은 아니므로 박물관 측의 고민도 깊었다. 요녕성 박물관에서 이들을 재현한 작품을 만들고자 했으나 이미 중국 전역에서 전통염색법이 사라진 것이 문제였다.
박물관 측은 유물의 색상을 재현하기 위하여 전통염색법을 되찾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또 전통염색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술을 축적하고 국내외 전통염색가를 초빙하여 유물의 색상을 재현하는 일을 추진함과 동시에, 전통색상 재현과정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과연 문화 대국의 후손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 대학박물관에서 고구려 복색을 재현한 전시회가 있었는데 사냥꾼의 의복, 귀인의 복색 등을 재현한 옷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분벽화에 남아있는 현재의 색을 재현한 것이다. 그것은 풍화되어 바뀐 색인데 왜 그 색을 따라 재현했을까? 염색을 해보지 않은 이는 색의 변화 추이를 알지 못한다. 염료나 안료는 일광, 습도, 온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또한 색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기술과 시간, 재료비용에 따라 착용자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재현과정에서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사극을 보자면 눈이 부신다. 형광 빛이 나는 화려한 색의 곤룡포를 입은 임금을 볼 때 얼굴보다 옷이 먼저 보인다. 옷의 명도와 채도가 피부보다 높으니 옷이 먼저 보이고 얼굴은 다음이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임금님이 그렇게 형광 빛이 도는 곤룡포를 입었던 것일까?

사극을 보던 한 외국인이 내게 물었다. 너희들 나라의 왕들은 저렇게 요란한 색상의 옷을 입었냐고 했다. 그이가 그렇게 질문한 것은 그 색상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색상이 그 시대의 것인가, 아닌가를 묻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유물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적으로 풍화되고 변화되어 간다. 유물들의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보존하는 한편, 그 유물을 완벽하게 재현하여 전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유색 직물유물은 전통염색으로 재현해야 한다. 그것은 문화의 영속성을 지켜나가는 요체다.

이미지 확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