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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선동맹(상)] 210조 원 한미 조선협력, K조선 미국 상륙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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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선동맹(상)] 210조 원 한미 조선협력, K조선 미국 상륙 본격화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 16배 확장…HD현대 20조 원 MRO 시장 진출 '기대'
전 세계 해양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해상 공급망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손잡고 조선업 재건에 나섰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해양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해상 공급망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손잡고 조선업 재건에 나섰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전 세계 해양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조선업계 점유율 53%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해상 공급망을 장악해가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과 손잡고 조선업 재건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31일 로이터, 뉴스위크 등 외신과 국내 언론은 한미 양국이 총 1500억 달러(210조 원) 규모의 조선산업 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한국 경제가 한미 조선업 협력이라는 구체적 산업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통해 중국이 장악한 조선산업의 구조를 밖는 시도로 그 성과에 따라 향후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 추가 분야로 협력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협력의 구체적 내용과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 미국의 구상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SGA)'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며, 글로벌 점유율 0.1%로 추락한 미국 조선업과 세계 2(17~28%)이지만 효율성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조선업의 전략적 결합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조선소가 18개월에 6억 달러(8400억 원)으로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는 반면, 미국은 28개월에 16억 달러(22400억 원)이 걸리는 현실이 이번 협력의 배경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워싱턴에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15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라며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 등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 한화오션 필라델피아 조선소, 생산 역량 16배 확장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미국 시장 진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60%)과 한화오션(40%)이 공동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지분 100%1억 달러(1400억 원)에 인수했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로 운영되는 이 조선소의 연간 생산능력은 1척에 불과하다. 한화오션은 이 조선소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1척에서 16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블록 조립 기반 모듈화 시스템, 자동 용접 설비 등 한국 조선소에서 축적된 기술을 현지에 적용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진출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조선업체 최초로 미 해군공급사령부(NAVSUP)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해 5년간 미 해군 전투함 및 군사수송사령부 지원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입찰 참여 자격을 획득했다.

미국 해군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 원이며, 글로벌 함정 MRO 시장은 지난해 5776000만 달러(811400억 원)에서 20296362000만 달러(893700억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600조 원 함정 시장…한국의 새로운 기회


양국 정부는 조선업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섰다. 올해 227일 당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조선업 협력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에 합의했다. 한국은 산업부·외교부·국방부가, 미국은 상무부가 주도한다.

미국 해군 조선 시장의 잠재력은 막대하다. 앞으로 10년간 364척의 신규 군함 건조 계획이 예정돼 있으며, 총 규모는 1600조 원이다. 연간 해군 조선 예산도 2020~202412.5% 증가했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조선 시장은 2024780억 유로(1252400억 원)에서 20331000억 유로(16057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4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미국 최대 군함 건조업체인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가 메릴랜드주에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연매출 115억 달러(16조 원) 규모인 HII와의 협력을 통해 함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글로벌 상선 건조량의 0.1% 수준으로, 2024년 대형 해양 상선 5척만 건조했다. 반면 중국 CSSC 단일 기업은 250척을 건조해 미국 전체 2차 대전 이후 총량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효율적 건조 기술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한미 조선협력은 단순한 경제 제휴를 넘어선다. 글로벌 해양경쟁에서 중국의 해상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 동맹의 성격을 띤다. 한국에게는 방산 수출과 기술력 확산의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