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공군, 4.5세대와 5세대 동시 확보 전략 추진
가격 경쟁력과 기술이전, 라팔 등 서방 기종과 차별화
가격 경쟁력과 기술이전, 라팔 등 서방 기종과 차별화

현재 인도 공군(IAF)은 전투기 편대 수와 전력 모두에서 심각한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인도 언론에 따르면, 기존에 추진하던 4.5세대 전투기 획득 사업 규모를 60대로 줄이고, 따로 5세대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양적 증강과 질적 고도화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5세대 전투기 선택지가 미국의 F-35 라이트닝 II와 러시아의 Su-57 펠론 등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KF-21 보라매가 4.5세대와 5세대로 뻗어 나갈 확장성을 갖춘 대안으로 인도의 주목을 받는다.
◇ 4.5세대의 한계 넘어 5세대로 진화
KF-21은 1960년대에 들여온 F-4 팬텀 II, F-5 타이거 II 같은 낡은 기종을 바꾸기 위해 2011년 한국 주도로 개발을 시작한 국산 전투기다. 앞으로 F-16과 F-15K까지 대체할 핵심 전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당초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계획했으나, 군의 긴급한 요구에 따라 우선 4.5세대 플러스 기종으로 개발 방향이 일부 바뀌었다.
개발 모델은 F-35로, 국산화율은 65%에 이르며 나머지는 미국 등 다른 나라 파트너와 기술 협력으로 조달한다. 크기, 최대이륙중량(KF-21 약 5만5000파운드), 작전반경(약 1500해리), 무장 탑재량(약 1만7000~1만8000파운드) 등 전반적인 성능이 F-35와 비슷하다. 첨단 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IRST), 전자전 장비 등 핵심 항전 장비를 갖췄으며, 20mm 기관포와 9~11개의 외부 무장 거치대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엔진이다. 단발 엔진인 F-35와 달리 KF-21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의 F414-400K 엔진 2기를 장착한다. 쌍발 엔진은 해군 작전 때 생길 수 있는 엔진 불꽃 꺼짐 현상의 위험을 크게 낮춘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 속도 마하 1.8, 최대 작전 거리 약 2900km, 최대 무장 탑재량 7700kg의 강력한 성능을 낸다. 최고 속도는 F-35의 마하 1.6을 웃돈다.
현재는 4.5세대 플러스 전투기로 개발하고 있지만, 앞으로 블록 III(KF-21EX)로 성능을 높여 레이더 흡수 소재를 적용한 완전한 5세대 스텔스 기능, 내부 무장창, 유무인기 복합 운용 능력 등을 갖출 예정이다. 접이식 날개와 강화된 착륙 장치를 단 해군용 함재기(KF-21N)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KF-21은 2022년 시험 비행에 성공했으며 2026년 양산을 시작해 2028년 대한민국 공군에 초도 물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개발 파트너인 인도네시아는 이미 발주를 마쳤고, 폴란드,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메이크 인 인디아' 맞춤형 제안, 성공할까
매체는 인도가 KF-21을 선택한다면 얻을 이점이 뚜렷하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첫째, 2026년 양산을 시작하는 최신 4.5세대 전투기를 2~3년 안에 도입해 시급한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둘째,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맞춰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인도가 테자스 Mk II와 차세대 전투기(AMCA)를 위해 현지 생산할 GE F414 엔진을 KF-21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어, 엔진 운용과 군수지원에서 높은 호환성을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소스 코드 이전 협상을 통해 자국산 우탐(Uttam) AESA 레이더나 아스트라(Astra) 공대공 미사일 같은 자체 개발 무기체계를 통합할 수 있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자체 기술을 적용해 완전한 5세대 전투기로 개량할 수 있어, AMCA를 보완하는 추가 5세대 기종을 확보하게 된다.
가격 경쟁력도 상당하다. 2025년 6월 기준 KF-21 완제품 가격은 엔진을 포함해 대당 약 8700만~1억1000만 달러(약 1209억~1528억 원)로, 라팔이나 F-35보다 저렴하다는 평가다.
반면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미국산 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어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라팔과 달리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과, 인도 공군의 기존 프랑스·러시아 중심 무기 도입 체계에 새로운 기종을 더하는 데 따르는 군수 지원의 복잡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인 AMCA와 쌍발 함재기(TEDBF) 개발 계획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F-21 보라매는 인도 차기 전투기 사업에서 기술 잠재력과 전략적 유연성을 함께 제공하는 매력적인 선택지임이 분명하다고 매체는 강조했다. 인도가 전통적인 무기 도입선을 벗어나 한국과 손잡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지, 세계 방산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