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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에세이]박여범 "고구마야. 너 땜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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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에세이]박여범 "고구마야. 너 땜시, 행복하다"

[글로벌이코노믹 기획]-시골학교, 최고의 아이들(15)]
“쌤, 저 고구마 언제 캐요? 고구마 알이 들긴 들었을까요? 그냥, 지금 캐서 먹으련 안되나염? 궁금한디? 고구마가 얼마나 열렸는지 말예요?”

기억해 보니, 2주전의 일이다.
점심식사를 마친 1학년 희연이, 지우, 총명이가 고구마 텃밭 옆, 수돗가에서 양치를 하며, 학교 숲을 산책하던 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

“응, 긍게 고구마 맛을 보고 싶다는 거구먼, 야그들아 조금만 더 기다려, 그리고 무농약, 비료 없이 키우는 교장 선생님의 깊은 뜻에 부응해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어. 그리고 저 고구마 밭에는 뱀도 있어, 함부로 들어가지 말거라 잉. 조금만, 조금만 참으면 많은 고구마가 너희들을 반갑게 초대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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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향하는 복도.
아이들이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간다. 늘상 바쁘게 움직이는 아이들이기에 무시하고 교무실 책상에 앉았다. 6,7교시 수업준비도 점검해야 한다.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쌤, 대박이예요, 쌤 말씀대로 고구마가 대박, 정말 대박, 많이 나왔어요. 큰 놈들이 많아요. 기다리길 잘 했어요. 막 그냥, 하나 씻어서 깨물어 먹고 싶은디, 수업이 있어서 어쩌죠 쌤.”

비스듬하게 열린 정문 쪽 교무실 창문 사이로 지우, 희연, 총명이가 민초 쌤에게 고구마 수확 소식을 전해 준다. 용북중학교 구성원 모두 나름, 기다리던 고구마 수확의 날을 최승호 교장 선생님을 오늘로 잡으셨나 보다.

아이들은 그저 궁금하고 신기하고 그런가 보다.

우리학교 아이들 중 대다수는 그래도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고구마 수확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고구마 수확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며, 지켜보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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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그들아, 걱정 하지마, 쌤이 너희들 것은 꼭 큰 것으로 하나씩 챙겨 주마. 수업 받고 와. 알았제.”

시계를 보니, 6교시 수업 전까지 5분의 여유가 있다.

나는 고구마 텃밭으로 달려갔다.
이미 텃밭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 행정실장님, 오병술 선생님이 고구마 수확에 열중이시다. 특히, 교장 선생님께서는 체육복과 장화로 준비를 마치시고, 커다란 고구마를 연이어 수확하시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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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 미리 말씀 하시죠. 그랬으면 수업을 오전으로 교체해서 진행하고 고구마 캐기에 동참했을틴디, 아쉽네요. 1년 동안 교장 선생님께서 정성을 다해 키우신 고구마 수확이 장난이 아니네요, 대박입니다요 잉.”

교장, 교감 선생님, 행정실장님, 오병술 선생님은 짧은 시간이지만, 쉬는 시간, 다수의 아이들이 함께 해 주니 더 흥이 나신 모양이다.

“박 선생님, 걱정하지 말아요.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고구마를 캐니, 금방 끝날 거예요. 고구마 수확하는 것을 아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이보다 더 좋은 학습현장이 어디 있겠어요.”

풍성한 가을은 교장 선생님의 얼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제, 그 마무리로 고구마가 땅에서 나왔다. 그 고구마와 함께 우리에게 풍성한 선물인 먹거리를 주시려는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을 함께 수확했다.

“박 선생님, 고구마도 고구마지만, 저 가지도 아직 많이 열렸네요, 박 선생이 좀 따가요. 가을 가지는 정말 꿀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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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학교 텃밭에 고추, 가지, 고구마, 호박 등을 심어, 풍성한 먹거리를 우리들에게 맛보게 해 주셨다.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보고, 만지고, 눈으로 담을 수 있었던 자연과의 교감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구마 수확이 마무리된 청소시간.
1학년 총명이, 희연이, 지우가 고구마 밭에 앉아 바닥을 헤치며, 고구마를 찾고 있다. 특히, 지우는 고구마와 더불어 가지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고구마 잔뿌리가 남아있는 텃밭에 다정히 앉아 바닥을 둘러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에 기대감이 가득하다.

고구마야, 너 땜시, 시방 나는 행복하다.

고구마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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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범용북중학교교사(문학박사ㆍ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박여범용북중학교교사(문학박사ㆍ문학평론가)
글로벌이코노믹 박여범 용북중학교 교사(문학박사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