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276)] 차마, 소중한 사람아
‘아니, 왜 이렇게 춥지?’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탓에 늦가을부터 유난히도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정~말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을 보니 바야흐로 때가 온 모양이다. 고3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가혹한 멍에를 져야하는 숙명. 시원함과 섭섭함이라는 모순된 감정이 미묘하게 교차하는 그 날.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에 있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카랑카랑하고 쌀쌀한 날씨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함은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간에 쫓기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는 이 땅의 고3 수험생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 그것은 기껏해야 대학노트보다도 얇은, 메모장 남짓의 시집 한 권이다. 그 가벼운 질량에도 수없이 많은 인생의 진리와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이 고즈넉이 담겨있으니 실은 꽤 무겁고도 꽤 커다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라는 작품을 가르치며 말꽃에 담긴 살아가는 일의 향기를 잔잔하게 공유해보고 싶던 나의 기대가 무색함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 나는 휴먼다큐 ‘사당사거리’라는 매체를 보여주며 시 속에 닮긴 이야기를 우리네 삶 속에서 풀어내고 싶었다. 삶의 고단함과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묵묵히 담담하게 살아가는 삶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었다.
수업시간에 시 쓰기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마냥 생각 없이 철부지 같아 보이는 아이들의 머릿속에도 사뭇 진지한 삶의 성찰이 있다는 것을. 삶을 살아가다가 어느 일상 속에서 ‘차마, 소중한 사람아’라는 시구 하나에도 가슴이 뜨거워 질 수 있는, 말꽃을 음미할 줄 아는 학생, 아니 그러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도종환 작가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이라는 작품에서 그렇듯 ‘황금빛 노을이기보다 구름 사이에 뜬 별’,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 ‘우아한 국화보다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